노지훈 목사(익산 꿈이있는교회)

하나님 앞에 바로 선 사람이 나라와 교회 바로 세웁니다

노지훈 목사(익산 꿈이있는교회)
노지훈 목사(익산 꿈이있는교회)

이에 다니엘이 부름을 받아 왕의 앞에 나오매 왕이 다니엘에게 말하되 네가 나의 부왕이 유다에서 사로잡아 온 유다 자손 중의 그 다니엘이냐(단5:13)

미국 하버드대학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와 연구진들이 재미있는 실험을 개미에게 해보았습니다. 개미들은 동료 개미의 죽음을 시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죽은 지 며칠이 지나면 나오는 올레산(oleic acid)이라는 성분의 냄새로 알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그냥 종이에 올레산을 묻혀서 넣어도 개미들은 그 종이를 개미무덤에 버리고, 살아있는 개미의 몸에 올레산을 묻혀도 살아있는 개미를 무덤에 가져다 버린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이런 죽음의 냄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죽음의 냄새가 예수를 믿는 우리들에게도 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온 우주 만물의 왕이신 하나님 아버지의 부르심과, 나를 사랑하사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구속의 사랑과, 성령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서조차 이런 죽음의 냄새가 난다는 것은 심각한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교회는 비난 받고 있으며, 세상이 우리를 염려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처럼 보입니다. 더 섬기고 더 겸손해야 하지만 대접받길 원하고 교만해진 우리들, 누구보다 거룩하고 어느 누구보다 정직해야 하건만 점점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이리저리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고린도후서의 말씀처럼 우리는 구원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 사망 가운데 있는 자들을 살려야 합니다. 어둠 속에 있는 자들에게 희망이 되어 문제들을 이겨야 합니다.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 이 사람에게는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요, 저 사람에게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 누가 이 일을 감당하리요.”(고후 2:14~16)

100년 전 일제강점기 시절, 한민족 말살정책 속에서 나라와 주권을 잃고 언어와 이름까지 사라질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상황에 우리 겨레가 서있을 때, 전체 인구 1700만명 중 1.5% 정도에 불과한 20여 만명의 소수 기독교인들이 3·1운동의 중심으로 나섰습니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중 16명이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교세가 300만이 넘는 대중 종교였던 불교 대표로는 2명만 참여했고, 당시 조선의 국교처럼 여겨졌던 유교에서는 단 한 명도 대표로 나서지 않은 채 나중에 만세운동에만 후발주자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나라가 위기상황에 처할 때 더욱 빛이 나던 그리스도인들의 활동과 교회들의 연합운동이 이 나라 이 민족의 독립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하나님나라를 꿈꾸며 소망을 품었던 예수 믿는 사람들의 희생과 섬김이 향기로운 제물이 되어, 죽음의 냄새를 사라지게 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했습니다.(빌 4:18)

암울한 시대일수록 그리스도의 편지요, 하나님의 메시지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이 일어나야 합니다. 고린도후서 2장 16절 말씀처럼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가 아니라,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그리스도의 향기로 시대를 이기는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떨기나무의 불로 모세를 찾아 부르셨지만, 자기 절망에 사로잡힌 모세는 두려워하며 영광스런 자리를 피하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섯 번이나 요청하셨지만 정작 모세 자신은 말에 능하지 못하고,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하다며 핑계를 대고 있었습니다.(출 4:10)

사도행전 7장 22절에 보면 스데반의 설교 가운데 “모세가 애굽 사람의 학술을 다 배워 그 말과 행사가 능하더라”고 표현한걸 보게 됩니다. 모세의 문제는 말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자신을 지배하는 두려움과 패배감이 지독한 죽음의 악취가 되어,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을 보지 못한 채 변명하며 피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 다니엘 5장에서는 느부갓네살 왕의 손자인 벨사살 왕이 등장합니다. 36세의 이 젊은 왕은 자기만족에 취해 1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초대해서 술파티를 벌이고, 예루살렘 성전에서 탈취한 금은그릇으로 술을 마시는 악행을 저지릅니다. 어리석은 젊은 왕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를 때, 나라 존폐의 운명을 쥔 하나님께서 그들 앞에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글자를 벽에 새기십니다.

“그 때에 사람의 손가락들이 나타나서 왕궁 촛대 맞은편 석회벽에 글자를 쓰는데 왕이 그 글자 쓰는 손가락을 본지라”(단 5:5)

손가락과 글자는 화려한 파티장소를 일순간 공포 가득한 현장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왕은 얼굴색이 변하고 다리를 떨며 소리를 지르고 겁에 질렸습니다. 누구든 저 글자를 읽고 해석하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나라의 셋째 통치자로 삼겠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왕의 즐기던 얼굴빛이 변하고 그 생각이 번민하여 넓적다리 마디가 녹는 듯하고 그의 무릎이 서로 부딪친지라 왕이 크게 소리 질러 술객과 갈대아 술사와 점쟁이를 불러오게 하고 바벨론의 지혜 자들에게 말하되 누구를 막론하고 이 글자를 읽고 그 해석을 내게 보이면 자주색 옷을 입히고 금사슬을 그의 목에 걸어 주리니 그를 나라의 셋째 통치자로 삼으리라 하니라”(단 5:6~7)

바로 그때 은퇴하고 조용히 살던 86세의 노인 다니엘이 등장합니다. 나라의 위기와 어린 왕의 황망한 상황 앞에서 다시 세움을 받습니다. 왕실의 역사를 잘 아는 태후가 과거에 이와 같은 일들이 있을 때마다 다니엘이 해결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그를 천거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거룩한 신들의 영이 있는 사람입니다. 명철과 총명과 지혜가 신들의 지혜와 같은 사람입니다. 박수와 술객과 갈대아 술사와 점쟁이들의 어른을 삼았던 자입니다. 그를 부르소서. 그가 이 글을 읽고 해석할 것입니다.”(단 5:11~12)

나라 안의 가장 유능하고 지혜로운 박사들과 술객들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잊혀진 이름이지만 감춰진 보석 같은 하나님의 사람 다니엘이 다시 부름을 받아 세워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여러분!

우리는 다니엘처럼 죽는 날까지 사용 받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은퇴 한 이후에도 레전드(legend)로 남아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만큼 성실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모두 대안이 없다고 말할 때 예수님을 믿는 우리가 희망이자 대안이 되어야 합니다.

두려움이 사로잡힌 벨사살 왕은 자기 앞에 선 다니엘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네가 나의 부왕이 유다에서 사로잡아 온 유다 자손중의 그 다니엘이냐? 내가 들었다. 너의 안에는 신들의 영이 있어서 명철과 총명과 비상한 지혜가 있다고 하더라.”(단 5:13~14)

왕은 다니엘에게 많은 상급과 예물을 주려고 했지만, 그는 거절한 채 왕의 문제를 지적하며 하나님의 뜻을 정확히 전달합니다. 벽에 새겨진 글씨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에서 메네는 하나님이 이미 왕의 나라의 시대를 세어서 그것을 끝나게 하셨다 함이요, 데겔은 왕을 저울에 달아보았더니 함량미달이라는 뜻이며, 곧 나라가 망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교만과 술에 취해 분별력을 잃은 벨사살 왕은 바로 그날 밤에 살해되고 맙니다.(30절)

이 불쌍한 왕에게 다니엘이 조금만 더 일찍, 더 가까이 있었다면 그의 몸에서 나던 죽음의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바로 오늘날에도 다니엘과 같은 사람이 필요하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며 대한민국 독립 역사의 위대한 주역이었던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고당 조만식, 남강 이승훈, 유관순 열사 등 훌륭한 역사적 인물들이 기독교인이었음을 떠올리며 참으로 감사하고, 그들을 세워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그들은 그 시대에 세워진 바로 다니엘과 같은 인물들이었습니다.

또한 신사참배의 유혹 속에서도 끝까지 하나님을 섬기며 순교하신 주기철 목사님 같은 분이 계셔서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용서하고 양자로 삼았던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님 같은 분들이 우리의 역사 속에 계신다는 것도 무척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그분들 또한 바로 다니엘과 같은 인물들이었습니다.

‘네가 그 다니엘이냐?’라는 왕의 질문 속에 담긴 의미처럼, 다른 이들에게서 들을 수 없는 대답을 하나님의 영에 충만한 인물이라면 말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있어야 합니다. 죽음의 냄새가 가득한 희망 없는 병실이라도 한줄기 빛처럼 희망을 주시는 하나님의 치유와 능력이 우리를 통해 세상에 비춰지고 전달되어야 합니다.

다음세대 우리 자녀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칠 때 ‘믿음으로 사셨던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라면 과연 어떻게 하셨을까?’ ‘우리 목사님과 장로님이시라면 이런 난관을 어떻게 이겨나가셨을까?’라고 되물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존재들이 되어야 합니다. 다니엘처럼 ‘당신이 바로 그분이십니까?’라는 긍정적인 소리를 듣는 희망의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WMF(직장사역연합)의 원용일 목사님께서 들려주신 실제 사례입니다

OO전자는 신학기에 입학하는 대학교 신입생들을 타깃으로 삼아, 검은 커버의 노트북이 아닌 다양한 컬러로 디자인된 제품을 생산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 최고 실력이 있는 대만의 한 회사에 직원 한 사람을 보내 협상하도록 했습니다. 이 직원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는데 반드시 실적을 거둬야힌디는 부담을 가지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공장 담당자와 미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장 중간 역할을 맡은 실무자가 자기는 한국 기업과 같이 일하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사장은 OO전자라면 몹시 싫어하시는 분이라고 귀띔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일단 거짓말로 다른 기업이라고 둘러대주면 뒷일은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이 직원이 정직하게 자신은 OO전자 사람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계약은 그 자리에서 파기 되었습니다.

아쉬워하는 대만 실무자가 정문까지 배웅하며 왜 그랬냐고 책망할 때 이 직원은 "나는 리얼 크리스천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세 가지를 하지 않습니다.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신앙고백을 했답니다. 이 말을 듣고 황당해하던 실무자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가 다시 나타나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 사장님도 리얼 크리스천입니다. 당신이 했던 말을 전해주었더니 그 기업은 믿을 수 없지만 리얼 크리스천은 믿는다며 다시 계약을 하자고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지금 한국 교회는 이와같은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이 나타나야 합니다. 존귀한 대우를 받고 존중을 받을만한 지혜와 인품을 갖춘 하나님의 사람들이 더 많이 드러나야 합니다. "당신이 바로 그분이시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 안심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니엘이 들었던 이런 칭찬이 세상 속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더 많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