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민 목사(전주드림교회)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빌립보서 3:12)

▲ 홍창민 목사(전주드림교회)

사람들은 저마다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세 권의 책을 쓴다고 합니다. 제1권은 과거라는 이름의 책이요, 제2권은 현재라는 이름의 책이며, 제3권은 미래라는 이름의 책입니다. 과거라는 이름의 책은 이미 집필이 끝나 책장에 꽂혀 있습니다. 그 책의 내용이야 각자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괴로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드라마나 소설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을 것입니다. 개중에는 감사와 감격과 기쁨이 넘치는 동화 같은 내용도 있을 것이고, 그저 무난하고 평범한 내용의 이야기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책이 완성되었기에 내용을 고칠 수도, 바꿀 수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모두가 나름대로 과거라는 이름의 책을 쓰면서 여기까지 살아왔습니다. 참으로 애를 많이 쓰셨습니다.

두 번째로 현재라는 이름의 책은 지금 우리의 언어와 행동과 삶으로 집필 중인 책입니다. 물론 ‘현재’라는 시점을 언제부터 언제까지로 규명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허락하신 2018년 한 해를 넓은 의미에서 ‘현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미래라는 이름의 책은 아직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머리로 구상을 하고 있을 뿐, 정작 어떻게 쓰게 될 지는 그 자신도 모릅니다.

이 세 권의 책 가운데 과연 어떤 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미 집필이 끝난 과거라는 이름의 책이 아니고, 앞으로 쓰게 될 미래라는 이름의 책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라는 이름의 책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과거와 미래라는 이름의 책은 부록에 불과합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과거는 마치 시효기간이 지난 수표에 불과하며, 미래는 약속어음일 뿐입니다. 이에 반하여 현재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2018년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말을 바꾸어 묻는다면, 우리의 언어와 행동과 삶을 가지고 어떤 내용으로 현재라는 책을 쓰시렵니까? 현재를 얼마나 성실하게 사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말이 달라질 것입니다.

오늘은 사도 바울이 생각하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하여 교훈과 도전을 받고, 우리 역시 같은 각오와 결심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첫 번째로 바울이 쓴 과거라는 책에 대해서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가 아는 대로 바울의 과거는 정말 화려합니다. 그는 길리기아 다소에서 태어난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지만 정통 유대인답게 난 지 8일 만에 율법대로 할례를 받았습니다. 또한 그는 이스라엘의 초대 왕을 배출하였던 베냐민지파 출신, 즉 뼈대 있는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혈통 상으로는 다른 피가 섞이지 않은 순수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으로 흠이 없는 자였습니다. 이쯤 되면 바울의 과거는 대단합니다. 다시 말해서 바울이 쓴 과거라는 책은 세상적으로 나무랄 데 없이 매우 훌륭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놀라는 점은 정작 바울 자신이 단도직입적으로 이러한 과거의 화려한 이력이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선언한다는 사실입니다. 소용이 없다고 말합니다. 더 심하게 표현해서 배설물로 여긴다고 말합니다. 도움은커녕 오히려 해가 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 바울은 그것들을 자신에게 유익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것들을 얻기 위하여 생명을 걸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바울은 본문의 앞부분에서 과거에 유익하던 것을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긴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빌 3:7) 이 대목에 등장하는 ‘유익’이나 ‘해’는 모두 상업적인 용어입니다. 회계 장부를 기록할 때 대차대조표에 등장하는 이익이나 손실의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그 화려했던 경력이 옛날에는 순이익인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오히려 심각한 손실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과거의 모든 것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갖는데 방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화려한 이력이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에 비교하면 아무 쓸데없는 것인데, 오히려 자신은 오랜 세월 그것들을 붙잡고 살았다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넘어 썩은 냄새가 나고, 배설물 수준밖에 안 되는 것들을 붙들고 있었으니 그런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냐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집필이 끝난 ‘과거’라는 책의 내용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게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게 지혜일 것입니다. 한편으로 과거에 대한 해석과 활용은 현재의 시점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과거의 아픔들을 자기 속에 잔뜩 쌓아두고, 그것으로 현재의 자신을 계속 들들 볶고 괴롭히면서 살아갑니다. 이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적어도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정말로 가장 소중한 보화를 발견했다면, 이제는 좋든 싫든 붙들고 있던 과거를 내려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나님 앞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과거의 이력이나 업적이 아닙니다. 이제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괴로워하거나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이게 바로 과거를 바라보는 사도 바울의 관점이요, 오늘 우리가 가져야할 과거에 대한 관점입니다.

두 번째로 현재라는 이름의 책을 생각해 보십시다. 앞에서 말씀을 드렸지만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바로 현재입니다. 과거와 미래가 모두 현재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과거를 해석하는 기준이 되며, 미래의 방향을 잡는 키이기도 합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착각하여 엉뚱한 길로 갈 때가 있습니다. 목적지를 지나칠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데서나 유턴을 하면 사고가 나기 십상입니다. 때때로 금지 구역에서 함부로 유턴을 했다가는 CCTV에 찍혀서 범칙금을 내야할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어느 곳에서든지 유턴을 허용하십니다. 그러기에 길을 잘못 들었다 싶으면 즉시 유턴을 해야 합니다. 지체하지 마십시오. 하나님은 우리에게 범칙금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즉시 유턴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지혜로운 인생입니다.

이미 2018년도 2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전개될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우리에게 주어지는 현재가 중요합니다. 현재를 아름답게 만들어 가십시다. 그리고 현재를 하나님께 맡깁시다. 하나님 앞에서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의 선물입니다. 그래서 영어의 ‘Present’라는 단어는 ‘현재’로 번역이 되지만 동시에 선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참으로 의미있는 단어입니다.

세상은 종종 과거의 이력을 가지고 현재의 기회를 박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항상 우리에게 현재를 선물로 주셔서 미래를 가능성으로 열어 놓습니다. 과연 지금 우리의 삶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습니까? 더 이상 우리는 지나간 과거에 연연해서는 안 됩니다. 동시에 미래에 대하여 무지갯빛 소망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한갓 꿈이지 현실이 아닙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주신 현재라는 선물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순간순간마다 하나님 앞에서 최선의 다해 살아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본문 13~14절에서 이렇게 자신의 결심을 밝힙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참으로 위대한 결단이요 신앙의 고백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키 워드는 ‘푯대’입니다. 왜냐하면 그 푯대가 무엇이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분명한 푯대, 즉 목표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루는 실천적인 삶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초가 되면 한 해의 목표를 세우고 시작은 그럴듯하게 합니다. 그러나 실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기에 결국에는 용두사미가 되어 버립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어떤 습관을 형성하는 데는 최소한 16주가 걸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넉 달 동안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이 마음먹은 바를 실천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미래라는 이름의 책을 생각해 보십시다. 우리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과거에 의해 좌우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미래가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울은 본문에서 현재 자신이 그리스도 안에 있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완성되어 끝난 것이 아님을 고백합니다. 다시 말해 바울은 자신의 미래가 현재의 자세와 행동에 달려 있다고 고백합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빌 3:12~14)

특별히 우리는 본문에서 바울이 “…아니요…아니라…아니하고”라며 세 번씩이나 부정하면서 푯대를 향하여 달려가는 진취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장차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바라보며 말입니다. 그 상은 곧 자기를 위하여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예비해 놓으신 의의 면류관입니다. 또한 그것은 우리 모두가 현재라는 이름의 책을 성실하게 쓰게 될 때 미래에 받게 될 상이기도 합니다.

과거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이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진출했을 때 히딩크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선수와 국민 모두가 “기대 이상으로 목표를 달성하였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샴페인을 터뜨리려고 할 때, 자기는 8강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걸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대표팀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후에는 스페인을 꺾고 4강까지 진출하였습니다.

이후 각종 운동경기에서 감독이나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후에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어버렸습니다. 한번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의미요,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살아가는 자야말로 진정한 챔피언입니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2018년이라는 ‘Present’를 정말 의미있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 설령 우리 앞에 어떤 난관이나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믿음으로 극복하면서 푯대를 향하여 달음질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순간순간마다 우리의 언어와 행동과 삶과 사역으로 써나가는 책의 내용은 그 자체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지금도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아계신 어린 양의 생명책에 낱낱이 기록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관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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