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초종칠 때 오세요
[목회칼럼] 초종칠 때 오세요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 김병국
  • 승인 2021.02.01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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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땡그랑! 땡그랑!

내가 어릴 때는 교회에서 종을 쳤다. 예배시간 30분 전에 ‘초종’을 치고, 5분 전에는 ‘재종’을 쳤다. 교회마다 종탑이 있었고, 종탑 꼭대기에는 쇠로 만든 종이 달려있었다. 이웃들이 시끄럽다고 해서 차임벨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그것마저도 없어졌다.

초종을 칠 때 집에서 나오라는 것인데, 성도들은 재종을 쳐야 움직인다. 결국 교회에 도착하면 지각이다. 그래서 교회마다 광고란에 “초종 칠 때 오세요”라고 알리곤 했다. 나도 어릴 때 종을 좀 쳐본 사람이다. 아버지가 목사였기 때문이다.

나의 외할아버지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 있는 교회에서 종치기를 담당했던 집사였단다. 시계를 구하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기에, 새벽마다 뒷산으로 올라가 저 멀리 큰 교회에서 종을 치면 그 소리를 듣고 뛰어내려와 교회의 종을 치셨다고 한다. 심지어 비가 올 때도, 눈이 올 때도, 뒷산으로 올라가 은은히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시려고 가마니를 뒤집어쓰고 기다리셨다는 것이다. 일본강점기에 쇠를 공출해갈 때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교회의 종을 종탑에서 내려 강가 모래밭에 묻어두었다고 한다.

한 때, 교회의 종소리는 위로의 소리였다. 실패로 좌절한 사람에게는 용기를 주는 소리였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시적 영감을 주는 소리였다. 평소에는 그저 종소리였지만, 특별한 상황을 만나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는 그를 깨워주는 소리가 되었던 것이다. 또한 칠흑 같은 어둠으로 짙게 드리워진 도시를 깨우는 종소리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땡그랑’거리는 종소리가 그리워진 시대가 되었다. 말이 많아진 시대. 헤게모니를 잡으려 애쓰는 시대. 대단히 발달된 문화 속에 있으나 삶이 복잡해진 시대. 많은 것을 소유했으나 마음에 만족이 없는 시대.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으나 감사를 모르는 시대. 이런 시대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이다.

고요한 어둠 속에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싶다. 아직은 우리 인생의 ‘초종’일 것이다. 지금 나를 깨울 수 있다면 후회 없는 인생의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으로 인하여 감사가 넘치고, 실패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찾고, 함께 사는 자들에게 큰 위로와 소망이 되는 값진 인생. 그것을 기쁨으로 알고 사는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초종을 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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