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교회를 쇼핑(?)합니다
[목회칼럼] 교회를 쇼핑(?)합니다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 김병국
  • 승인 2020.12.2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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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작년 설에 조카네 식구들이 집에 왔었다. 조카네 어린 아들 둘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보니 변신이 가능한 로봇들이었다. 아이들이 “다음에는 ○○○○○○를 살거야”라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 장난감들이 시리즈가 있고, 세트가 있나 보다. 옆에서 그걸 듣고 있던 나는 “그래 가자! 내가 그 로봇 장난감을 사줄게”라고 하곤, 둘의 손을 잡고 아파트 옆 대형마트로 향했다.

그런데 아이들의 친할머니인 형수가 허겁지겁 따라 오는 것이다. “비도 오는데 들어가 있어요”라고 했지만 이미 마트에 들어섰다. “할아버지”하면서 따르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장난감 코너로 직진했다. 쇼핑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장난감 가격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내심 “저 녀석들이 비싼 것을 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라며 장난감 가격에 마음 졸여 있었다. 아이들이 몇 개의 장난감을 만지작거렸을까. 형수는 “얘들아! 여기에서 여기까지에 있는 것 중에서 골라”라고 범위를 설정해주었다. 나의 주머니사정을 생각했던 것이다.

재래시장만 있었을 때는 지나가면 생명이 숨 쉬는 것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좀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농수산물이 중심인 1차 산업시대에는 불편할 게 없었지만, 공산품이 등장하고 서비스 중심의 3차 산업사회로, 그리고 AI 시대로 오면서 대형마트가 필요해졌다. 유통질서도 잡히고 쇼핑하기에 참 편리해졌다.

가끔 성도들 중에 먼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그곳의 교회를 소개해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나도 외부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어서 거리가 있는 지역의 교회들을 잘 모른다. 결국 인터넷으로 그 지방의 교회들을 둘러보게 된다. 한참 이 교회 저 교회의 홈페이지를 둘러보게 되면 마치 쇼핑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참 편리해졌다.

우리 교회 새가족들도 인터넷에 접속해 주변의 교회를 다 살펴보고 왔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교회를 쇼핑해본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터넷과 친해지면서 여러 교회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설교를 들어보는 모양이다. 교회를 쇼핑하는 성도들이 많아진 것이고, 또한 쇼핑시간도 길어진 것 같다. 큰 교회, 설교 잘하는 목사, 좋은 프로그램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 눈길이 가게 되어 있다. 작은 교회가 설 자리가 대단히 좁아진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특성화된 자신의 교회를 진열할 수 있는 장이 언제나 열려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직하게 진리의 말씀으로 들끓거나, 영성 있는 찬양이 항상 울리거나, 뜨거운 기도가 언제나 이어지는 등의 모습으로 말이다.

교회를 쇼핑하는 시대에 각 교회가 특성화된 모습으로 보편적 교회의 한 부분을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을 감당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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