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찬 목사(대구동산교회)

박영찬 목사(대구동산교회)
박영찬 목사(대구동산교회)

9월 29일, 날씨 맑음. 오늘은 주일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가을 아침은 맑고 서늘해서 좋습니다. 교회 현관에 어르신 보행기 서너 대가 가지런히 주차된 것을 보니 연로하신 권사님들이 평생 마르지 않는 눈물로 예배당을 벌써 예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현관에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손 소독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체온계의 기계음도 들리지 않습니다. 출입자 명부도 없습니다. 대신에 지하 주방에서 딸각딸각하는 요리 소리와 진한 국 냄새, 그리고 주일학교 아이들의 깔깔거림과 그 선생님의 설렘이 맞이합니다.

오전예배 시간입니다. ‘나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예배자입니다.’ 입례송을 부를 때, 모자를 푹 눌러 쓴 청년은 있어도 마스크를 쓴 성도는 한 명도 없습니다. 누가 재채기를 해도 쳐다 보지 않습니다. 모두들 큰 소리로 할렐루야를 외치며 찬양하고, 아멘으로 기도합니다. 거리두기를 점검하느라 지친 공무원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 정겹게 악수하고 뜨겁게 포옹하던 성도들이 식당으로 내려가서 긴 줄을 섭니다. 힘들다고 불평할 만도 한데 행복한 미소와 함께 배식하는 당번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비록 1식 3찬이지만 가족끼리, 전도회원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식사를 합니다. 일주일만의 만남이지만 반가운 대화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카페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사소리, 웃음소리, 그리고 토닥거려 주는 소리가 커피 향과 함께 넘쳐납니다.

게시판에는 다음 주에 필리핀 단기선교를 떠나는 청년들의 기도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매일 밤마다 워십과 태권도 공연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던 청년들이 마지막으로 기도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월에 이웃돕기를 위한 사랑의 바자회가 교회 주차장에서 있다는 광고도 보입니다. 올해도 맛있는 음식과 저렴한 물품을 사려는 발길로 인산인해를 이룰 것 같습니다.

오후예배가 끝이 났습니다. 모든 성도들이 서로 손을 꼭 잡고 <파송의 노래>를 부릅니다. ‘찬송하며 우리는 전진 하리 모든 열방 주 볼 때 까지.’ 광야와 같이 험한 세상으로 나아가지만 주님과 함께 승리하기를 다짐하면서 힘차게 구호를 외쳐봅니다.

오늘 저녁뉴스에 특종으로 나올 것 같은 이 겁 없는(?) 교회는 불과 일 년 전, 우리 교회의 모습입니다.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이런 주일 풍경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몰랐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회복시켜 주실 줄 믿습니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사 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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