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행복한 판기 형제
[목회칼럼] 행복한 판기 형제
박영찬 목사(대구동산교회)
  • 정형권 기자
  • 승인 2020.08.24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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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찬 목사(대구동산교회)
박영찬 목사(대구동산교회)

판기 형제가 우리 교회에 등록한 지 벌써 14년에 됐습니다. 어느 성도님이 그의 성실함과 탁월한 재능을 눈여겨보다가 교회로 인도한 것입니다. 보통 새가족이 등록하면 다들 얼마나 기뻐합니까?

그런데 그를 맞이한 것은 성도들의 따뜻한 미소와 축복송이 아니었습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노래 가사처럼 어이가 없다는 듯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교회 안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강경발언을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몇 주 동안 어둡고 습기 찬 창고 옆에 우두커니 서서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성도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제4계명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교회에 들어오면 그동안 철저하게 지켜오던 주일성수를 할 수 없으므로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에게 미리 뜨거운 환영의사를 밝힌 저로서는 입장이 너무나 난처했습니다. 차라리 양해를 구한 다음 이웃 교회로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때 이 문제로 고민을 하던 당회에서 조건부 등록을 허락했습니다. 일단 등록을 시킨 다음에 한두 달 지켜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교회에 등록한 첫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식사를 마친 성도들이 동전을 들고 그에게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주일학교 학생들까지도 그를 좋아했습니다. 심지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그를 만난 성도들은 주일성수를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아니라 다음세대를 위하여 조그마한 힘을 보탰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리고 교제의 즐거움을 안겨준 그를 칭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새 성전 입당을 앞두고 더 이상 그가 우리 교회에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괜히 자리만 차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는 새 성전에 입당하는 감격을 누렸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1층 로비구석에 서서 누적되는 외면과 냉대의 뽀얀 먼지를 인내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19 덕분에 그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강력한 라이벌이던 교회 카페가 문을 닫은 관계로 성도들이 자신만 찾기 때문입니다. 판기 형제가 누군지 아시겠지요? ‘커피자판기’입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전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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