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아득한 나의 갈 길
[목회칼럼] 아득한 나의 갈 길
배용한 목사(대율교회)
  • 김병국
  • 승인 2021.03.30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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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한 목사(대율교회)
배용한 목사(대율교회)

시골 교회에 부임하고 첫 예배를 드리기 위해 강단에 올랐을 때였다. 내 눈동자는 동공 지진을 일으키고 있었다. 시선에 담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로한 어른들이었기 때문이다.

91년도부터 시작한 목회 여정 대부분을 청년들과 함께 했기에, 나로서는 생소한 나라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열정으로 뭉친 청년들과 현장 사역을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로한 어른들의 세계로 들어선 것 같아, 앞으로 어떻게 나의 갈 길을 걸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내 마음이 갈피를 못 잡았던지 예배순서 중에 교독문을 생략해 버리는 첫 실수를 범했다. 예배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한없이 가라앉았다. 설교를 시작하려는데 어른들이 서로 쳐다보며 웅성거리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력이 약해서 목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어서 서로에게 물어보는 상황이었다.

나에게 생경했던 예배 풍경들은 이외에도 여럿 있었다. 지금은 에피소드로 넘길 추억이지만, 당시는 말문이 막히는 사건들이었다. 부임 심방 때였다. 예배 후에 성도들이 개인 인생사를 들려 줄 때는 돌고 도는 물레방아처럼 끝없는 이야기 물줄기를 흘려보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빠져 나오는 타이밍을 잡지 못해 안절부절했던 날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가친척으로 이루어진 집성촌 특유의 폐쇄적인 환경, 그리고 자기 속내를 숨기고 표현하지 않는 답답함이었다. 이 때문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상황이 얼마나 뿌리 깊은 역사인지는 장로님의 설명을 통해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부임 후 몇 해가 지나서 교회설립일을 기념하기 위해 출향 성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내가 이제 대율 성도들을 알 것 같습니다”라고 했더니, 교회 연혁을 소개하는 장로님께서 웃으시면서 “목사님! 아직 우리 교회를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한 10년은 족히 지나야 조금 알 수 있습니다”라는 말에 웃음이 터진 적이 있다.

그만큼 사람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알듯 말듯 수수께끼 같은 천년마을의 문화. 그리고 느리디 느린 답답함 때문에 시골 초보 목회자에게 매일 이런 찬송이 저절로 나오게 했다. “주여! 나는 갈길 모르니 주여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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