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날라리 구두
[목회칼럼] 날라리 구두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 김병국
  • 승인 2020.12.28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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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 목사님, 구두….” 몇몇 목사님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목사님이 나의 구두를 보고 놀란 모양이다. “뭔데?” “권 목사님 구두 좀 봐!” 어느새 난 내 구두가 어떤지에 대한 아무런 의식이 없었다. 구두가 몹시 튄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날라리 구두라는 것이다.

우리 교회에는 수십 년 동안 구두를 만들어 오신 집사님이 계신다. 이 집사님은 내가 늘사랑교회에 부임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목사님, 제가 6개월마다 구두를 가져다 드릴 테니 막 신으세요”라고 하시며 구두를 가져오신다.

그분은 우리나라의 유명한 연예인들의 구두를 주문받아 만드시던 분이셨다. 처음 구두를 가지고 오셨는데, 내가 신기에는 너무나 야한 구두였다. 그걸 아셨던 집사님은 다음부터 아주 얌전한 구두를 만들어오셨다. 지금은 처음 가져오셨던 구두보다 훨씬 신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는 구두를 가져오시는데 이제는 아무런 의식이 없다. 그저 좋기만 하다.

교회에는 이런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피아노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려면 한 주에 10㎝씩 옮겨라’. 교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므로 별 것 아니어도 꼬이기 시작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마르틴 루터나 존 칼빈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의 전통을 따르는 자들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끔 한순간에 뜯어고치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개혁의 의지를 가지고 한순간에 뜯어고치려고 하지는 않았다. 삶의 과정을 통하여 깨닫는 대로 고민하며 아파하며 그들의 재능에 따라 말을 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했는데, 하나님은 그런 것들을 사용하셨던 것이다.

모든 것에 때와 시기가 있고, 어떤 공동체에도 그때까지 그 공동체를 구성해왔던 사람들과 그 공동체의 상황이 있다. 그런 모든 것들을 전면 부정하고 두들겨 부수어 한순간 뜯어고치려고 하면 개혁이 아니라 혼란의 원인이 되고 만다.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시면 고민하며 기도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대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할 때, 서서히 바꾸어져 가는 것이다. 피아노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겨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날라리 구두를 신어도 그 멋스러움을 즐기는 사람으로 바뀌어 지도록, 개혁한다는 자들이 자기의 성취 욕구를 달성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라도, 교회도, 가정도, 개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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