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한 목사(대율교회)
배용한 목사(대율교회)

주일을 앞둔 토요일, 목양실에 출근하니 카카오톡 울림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여러모로 힘이 되어 준 집사님의 메시지였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라 어제 금요기도회가 대율교회와 함께 하는 마지막 시간이어서 그동안 감사했다면서 이별의 인사를 주셨다.

집사님이 보낸 장문의 메시지를 읽으면서 한동안 멍 때림이 찾아왔다. 그러기를 한참. 마음을 다잡고 나 또한 집사님께 장문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대구에 거주하시는 집사님은 우리 마을에 위치한 요양병원에 근무하셨다. 집사님은 근무시간이 겹치지 않는 이상 대율교회 주일예배, 새벽기도, 금요기도회에 나오셔서 예배를 드렸다. 대구에 출석하는 본교회가 있음에도 거리와 시간적으로 힘들고 부담이 되어서 우리 교회 나오셨다.

늦은 밤 기도하러 올라갈 때였다. 어두운 예배당에서 누군가 통곡하며 기도하던 인기척이 있어서 놀란 적도 있었는데, 그 기도 소리는 집사님이 부르짖던 기도였다. 올 4월에 다른 요양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근처에 있는 교회로 옮기지 않고 계속 우리 교회에 나오셨다.

그럼에도 이별의 예감이 있었던가. 금요기도회 때 합심기도를 하는 동안 성도들을 향한 안수기도를 한다. 집사님을 지나쳐 강단 앞 기도자리로 돌아와서 무릎을 꿇는데, 평소와 달리 계속 집사님에게 가서 기도하라는 마음을 주셔서 곁에 가서 손을 얹고 기도를 했다.

이후 성도들의 개인기도 시간이 계속 이어졌고, 10시 가까운 시간에 대구 성도들을 위하여 마무리 기도를 할 무렵 집사님께서 현관으로 나가셨다. 늦은 밤 조심히 가시라고 인사를 드리니, 퉁퉁 부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다.

오늘 메시지를 보니, 어제의 늦은 밤 나눴던 인사가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목회를 하면서 수없는 성도들과 만남과 이별을 경험했기에 자연스럽고 익숙함에도 한 사람의 빈자리는 너무나 묵직하고 힘들다.

‘어디에 있더라도 대율교회와 목사님 목회 여정이 항상 주의 영광으로 하나님 마음을 시원하게 해드리고 기뻐하시는 목회 되도록 기도하겠습니다’. 집사님의 문자가 목양실 창밖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내 마음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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