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귀석 목사(주평강교회)

교회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면 자주 뵙는 분이 계십니다. 주차장 청소를 하시는 장로님이십니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늘 나와서 청소를 하십니다. 하루 이틀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한결같이 청소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저렇게 하실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너무 놀라울 뿐입니다.

장로님은 울산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이사를 오셔서 우리 교회를 다니게 되셨습니다. 전에 섬기던 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받고 오신 분이십니다. 아마도 장로의 권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장로님은 기꺼이 청소부가 되셨습니다. 바람이 가져다주는 온갖 낙엽과 먼지들을 쓸고 닦아냅니다. 자신의 수고를 통해 성전이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쁨이 가득합니다.

장로님은 약해 보이는 몸과 그리고 흐트러짐이 없어 보이는 외모를 가지셨습니다. 외모와는 달리 장로님은 한 영혼에 향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손편지를 쓰셔서 전도대상자들에게 보냅니다. 어느 분이 손편지에 감동되었노라고 말씀해주셔서 장로님의 전도에 대한 열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로부터 받는 용돈을 전도대상자들을 위해 사용하십니다. 장로님을 통해 많은 분이 전도되어 교회에 오십니다. 자신의 이익과 권위를 뛰어넘어 예수님의 사랑으로 감당할 때 열매가 맺는 것을 봅니다.

예수님의 성전 청결 사건이 생각납니다.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장사의 소굴로 만들어서 성전을 더럽혔던 사건 말입니다. 예수님은 노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엎으시며 매매하는 자들을 내쫓으셨습니다. 강도의 소굴로 변해버린 성전을 청결케 하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막11:17) 예수님께서 성전을 청결하게 하신 사건은 결국 성전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싶으신 것입니다.

교회가 이 시대의 바람결에 세속화 되어버렸습니다. 자신의 권위와 욕망을 따라 판단합니다. 하나님의 말씀보다 사람의 소리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교회의 주인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북적북적 대는 것 같은데 도리어 우리 조국교회들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교회의 본질, 예배의 본질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수없이 드려지는 예배와 공동체의 모임 속에서 교회의 주인이시고 예배의 주인이신 주님의 뜻을 이루어 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쌓여가고 있는 세속화의 쓰레기를 청결케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교회의 청결입니다.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워진 교회는 강도의 소굴일 뿐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의 소망으로 교회를 청결케 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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