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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 정형권 기자
  • 승인 2020.10.27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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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나는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친구 목사 교회의 커피숍으로 간다. 나지막한 언덕 위 산언저리에 자리 잡고 있는 교회다. 얼마 전 1층을 리모델링하여 커피숍을 만들었다. 넓지는 않지만 아늑한, 마음에 쉼을 주기에 너무나 좋은 장소다. 주일 날은 성도들이 즐겁게 이용한다지만, 평일 아침은 나 혼자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자판기에서 아메리카노를 뽑으면 책 보고 글 쓰고 조용히 묵상하기에 충분했다. 커피 향기는 모락모락 피어올라 추억과 꿈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간다.

가끔은 친구 목사와 특별한 주제없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하루는 친구 목사의 사모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요즘 유튜브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한다. 나이는 들어가고 은퇴 후의 삶을 교회에 의존하기는 어렵다 보니 뭐 돈 될 것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유튜브를 통하여 돈을 버는 사람들이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엄청난 돈을 벌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사서 읽기도 하고 많은 구독자가 있는 유튜브에 들어가 보기도 하면서 유튜브 개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1위는 블랙핑크 인데 구독자 수가 4750만명이고 월간 예상 수입은 17억8700만원이라고 한다. 또한 초딩유튜버인 띠예는 80만 구독자를 가진 억대 수입자로 알려져 있다.

드디어 이 사모님도 유튜버로 두 손녀의 이야기꺼리로 방송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젠 구독자 수에 달려있다. 그런데 어떻게 됐냐고 묻기도 전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지금까지 구독자가 다섯 명이라고 먼저 털어놨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이모 이렇게 다섯 명만이 구독자라는 것이다. 뒤돌아서서 나가는 사모의 처진 모습에서 은퇴 후 목회자의 삶에 대한 정책의 부재가 엄청 무겁게 느껴졌다.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심지어 교회도 대면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에 접어들게 됐다. 우리 교회도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으며 예배드리는 상황이 실시간 유튜브로 방영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관심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구독자 수와 조회 수다. 앞으론 구독자 수와 조회 수로 교회의 규모를 이야기하진 않을까? 새로운 문화가 교회까지 몰려왔다. “구독 신청해주시고, 좋아요 눌러주세요.” 나는 매번 내 설교에 ‘좋아요’를 누른다. 그러곤 혼자 얼굴을 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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