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어머니, 전 먼저 갈게요 천천히 오세요”
[목회칼럼] “어머니, 전 먼저 갈게요 천천히 오세요”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 정형권 기자
  • 승인 2020.11.03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권성대 목사(늘사랑교회)

몇 년 전 어머니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세상을 떠나시기 전 우리집에 계셨었다. 교회 갈 때, 아주 가끔은 나와 함께 집을 나가실 때가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입구까지 내려오면 나는 어김없이 말씀드렸다. “어머니, 전 먼저 갈게요. 천천히 오세요.” 90세에 걸음이 느리신 어머니와 함께 걸어야 하는 답답함을 피한 것이다.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걸어봤더니 어머니도 불편해 하시고 나도 대단히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어머니가 혼자 못 걸으시면 몰라도 혼자서 걸으실 수 있으니 나도 편하고 어머니도 편하신 대로 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다섯 형제 중 넷째이다. 묵수호대달 중 내가 ‘대’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변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 있다. “성대가 여자로 태어났으면 사모님한테 참 좋았을텐데….” 난 눈치도 빨랐고 손재주도 좋았다. 거기다가 등치도 크지 않았다. 그러니 나를 아는 어른들은 내가 여자로 태어나서 어머니를 도왔으면 참 좋았을 것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우리 가족과 함께 계셨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실 때, 약 열흘 정도 병원에 계시다가 가셨다. 평소에 식사를 잘 하셔서 나와 아내와 우리 아이가 먹는 밥보다 어머니 혼자 드시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갑자기 밥을 못 드시겠다는 것이다. 목에서 안 넘어간다고 하시면서…. 인터넷을 통해 원인이 무엇일까 찾아보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식사를 하실 수 있을까 애를 썼다. 그러신 지 삼일쯤 되었을 땐, 힘이 없다고 자리에 누우시는 것이다. 불과 삼사일 사이에 평소의 모습과 너무나 다르게 약해지시는 듯 했다. 그래서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어머닌 다시 집으로 돌아오시지 못하고 열흘 만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010-33XX-XX72 어머니 전화번호다. 내 스마트폰에 기록된 것인데 일부러 지우진 않았더니 그대로 있었다. 지금 걸면 혹시 천국에서 받으실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눌러보기도 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입니다.”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당연하다. 동생은 어머니가 세상 떠나시기 전 병석을 지키고 있다가 용기를 내어 어머니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한 후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형제들은 다 목회를 하고 있어 주일 날 병석을 지킬 수 없었는데 동생은 교수로 있어서 혼자 어머니의 병석을 지키면서 어머니와 거의 마지막 순간을 사랑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목회하는 나에겐 약자와 보조를 맞춘다는 것이 언제나 숙제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어머니, 전 먼저 갈게요. 천천히 오세요”이다. 기록된 전화번호를 지우지도 못하면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많이 본 기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