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치욕의 역사 ‘신사참배’ 청산에 앞장서다

우상숭배 아픈 과거사 공식적으로 반성하며 진정어린 회개 ‘한 목소리’
오창희 목사 강연과 집필 활동, 온 교회가 기도와 후원으로 적극 조력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언뜻 보면 단체로 물놀이나 목욕하는 장면처럼 보이는 그 사진에는 한국의 목사들이 1941년 단체로 일본의 신도의식을 치르는 모습이라는 설명이 달려있었다. 신학교에서도 배운 적 없는 충격적인 역사였다. 교단 총회를 앞두고 총대들이 일제가 남산에 설치한 조선신궁에 찾아가 단체로 참배한 사실도 알게 됐다.

오창희 목사가 쓴 <신사참배-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의 책 표지.

서울 흰돌교회 오창희 목사가 193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 80주년을 즈음해 알게 된 이 사실은 그 후로 사역의 모티브가 됐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개인적으로든, 교회 공적 모임에서든 쉬지 않았던 입장에서 이는 그대로 흘려보낼 수 없는 문제였다.

“창피했습니다. 자랑스럽게 여겨왔던 한국교회사에 이런 크나큰 오점이 존재한다는 게 몹시 수치스러웠습니다. 회개운동이 필요하다고 주변에 이야기하기 시작했지요.”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지나간 역사인데 굳이 뭐하러?” “이미 공식적으로 회개하고 철회한 적 있다고 들었는데?” “한국교회를 뒤흔들 위험한 주장이야. 다시 생각해봐.” 대체로 이런 응답들이 돌아왔다.

그냥 말로 설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자 시절의 투지가 다시 발동했다. 신사참배에 담긴 종교적 의미와 문화 그리고 관련 역사 등을 통째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자료들을 발굴했고, 2021년에는 <신사참배-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예영커뮤니케이션)라는 제목으로 연구서도 출간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오창희 목사가 내린 확고한 결론은 “하나님은 지금도 신사참배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의 회개를 기다리신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할 일은 가르치는 것입니다. 아직도 역사적인 한국교회 신사참배 사건에 대해, 그리고 이 문제가 왜 심각한지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목회자들조차 명확한 인식을 갖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다음세대의 경우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고요.”

설립된 지 50년을 조금 더 넘겼을 뿐이지만 흰돌교회는 한국교회 아픈 역사를 온 몸으로 끌어안을 줄 아는 넓은 품을 지녔다.
설립된 지 50년을 조금 더 넘겼을 뿐이지만 흰돌교회는 한국교회 아픈 역사를 온 몸으로 끌어안을 줄 아는 넓은 품을 지녔다.

하나님이 택하신 민족 이스라엘 왕국이 멸망을 당해 기나긴 유랑의 세월을 보낸 이유가 바로 우상숭배라는 죄를 저질렀기 때문인 것처럼, 한국교회 역시 신사참배라는 우상숭배의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에 전쟁과 분단 그리고 북한교회의 말살이라는 슬픈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야 한다는 뜻이다.

나아가 독일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데 대해, 수많은 생명들을 학살하고 유린한데 대해 세기가 바뀌도록 끝없이 반복해서 참회하고 사과하면서 세계인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처럼, 한국교회 또한 스스로의 과오를 지속적으로 인정하고 회개하는 것은 물론 후세에 경계로 삼도록 반성의 증거를 역사적 유산으로 남겨 둬야 한다는 게 오 목사의 신념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한국교회가 이 문제를 법적으로 청산하는 일이다. 이미 우리 교단을 비롯한 몇몇 장로교 총회와 성결교단 감리교단 등에서 공식적으로 신사참배 결의를 철회하며 참회한다는 내용의 선언을 밝힌 바 있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교단이 한국교회 안에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사참배 결의가 총회 차원만이 아니라 노회 차원에서도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당시 총회 산하 17개 노회들도 공식적인 신사참배 결의의 철회와 참회 입장을 밝혀야 하는 과정도 남아 있다.

전국목사장로기도회에서 신사참배 회개문제와 관련해 강의하는 오창희 목사.
전국목사장로기도회에서 신사참배 회개문제와 관련해 강의하는 오창희 목사.

오 목사는 이와 같은 주장을 전국목사장로기도회 특강을 비롯한 수많은 강연과, <기독신문> 등에 기고를 통해 계속해서 밝혔고 그 노력들은 2016년 평양노회의 뿌리를 가진 7개 노회를 비롯한 여러 노회들이 실제로 신사참배 결의를 철회하고 회개하는 모습들로 열매 맺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신사참배 문제는 앞으로도 한국교회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교회들까지 신사참배에 대한 공식적 결의 철회와 회개가 있어야 비로소 끝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우리가 속히 민족통일을 이루고 무너진 북한의 교회들을 다시 세워야하는 이유, 그에 앞서 철저히 회개하며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기도운동을 벌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창희 목사는 신사참배 회개를 위한 운동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한인교회까지 확산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장로교 총회 신사참배 결의일인 9월 9일에 맞춰 미국에서 열리는 한인교회 연합집회 강사로 참여해 회개의 메시지를 선포할 예정이다.

흰돌교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자리 잡은 게시판은 신사참배 회개운동 관련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흰돌교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자리 잡은 게시판은 신사참배 회개운동 관련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흰돌교회에서는 주보와 게시판 등을 통해 신사참배 회개운동과 관련된 슬로건과 메시지가 계속 소개되고 있다. 특히 교회 안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게시판은 통째로 신사참배 문제를 다룬 담임목사의 칼럼들과 사진자료 등으로 채워 놓았다. 북한 교회 재건과 통일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신사참배 결의와 실제 참배행위가 벌어졌던 당시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흰돌교회가 회개운동에 앞장서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당사자들이나 일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한국교회 전체가 함께 짊어질 문제라는 공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실 오 목사가 이 문제에 관련된 국내외 강연과 집필활동 등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었던 데는 흰돌교회 온 교우들이 함께 기도하고 지원하며, 이런저런 희생을 감내해 준 덕택이 크다 하겠다.

이들의 헌신이 진정으로 빛나기 위해서는 이제 한국교회의 호응과 화답이 필요하다. 모든 교회가 교파를 초월해 어두운 과거를 씻어버리며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새 역사를 써내려갈 그날을, 오창희 목사와 흰돌교회는 손꼽아 기다린다.

역사를 가르칩시다

빛나고 어두웠던 순간 모두 우리 역사

역사를 계승한다는 것은 빛나는 영광의 순간만 물려받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앞서간 이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고 과거의 과오를 뉘우치는 책임도 함께 진다는 의미입니다.

오늘날 일본이 엄청난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주변국들로부터 존중 받지 못하는 이유는 과거사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하기 때문입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누리던 영화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어떻게든 그 시절을 회복해보려 애를 쓰면서도, 자신들의 지난날 과오나 범죄에 대해서는 모르쇠 하는 태도가 국제사회의 눈총을 한눈에 받게 하는 이유입니다.

거의 매년 한국교회를 찾아와 정중히 엎드려 사과하는 일본교회 대표들의 자세는 그래서 퍽 인상적입니다. 정작 본인들은 이 땅에서 자행된 온갖 학대와 모욕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말입니다. 하나님이 일본교회를 끝내 버리시지 않는 이유를 아마도 이런 이들의 진정성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조국과 한국교회를 가슴에 품고 부르짖는 흰돌교회 성도들의 기도는 뜨겁다.
조국과 한국교회를 가슴에 품고 부르짖는 흰돌교회 성도들의 기도는 뜨겁다.

총회의 신사참배 결의 80주년이었던 2018년을 기점으로 신사참배 회개운동이 본격화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문제를 가슴 아프게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동참한 경우도 많았지만, ‘그리 좋은 기억도 아닌 과거사를 굳이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못마땅해 하는 경우도 적잖았습니다.

후자의 태도를 보이던 이들이 자신들의 교회 50주년이나 100주년은 성대하게 기념하고 총회로부터 사적지 지정까지 받겠다고 기를 쓴다면 그 얼마나 이율배반적일까요? 스스로를 한국교회의 후예로 여긴다면 선대의 밝은 면과 그늘진 면 모두에 연대의식을 가져야 마땅합니다.

설립된 지 50년을 갓 넘어선 흰돌교회가 신사참배 회개운동에 앞장서고, 비슷한 연배의 동홍교회가 제주선교 초창기에 활약한 전도부인 이선광을 기리고, 74년 역사를 맞은 혜성교회가 언더우드선교사 기념관을 건축해 경신중고등학교에 기부한 일들은 그래서 참 귀해 보입니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오늘의 한국교회사를 함께 써내려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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