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들 눈높이에 맞춘 역사교육이 탄탄한 공동체로 이끌어

코로나 기간 교회사 다룬 영상물 자체 제작해 교육용으로 활용하며 좋은 반응
역사적 개혁신앙 가르친 결과 장로교회 정체성 확립과 이단예방 등에 큰 효과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져 대면예배조차 힘들었던 시기, 대구 달서교회(박창식 목사) 성도들에게는 휴대폰으로 매주 영상물 하나씩이 전달됐다. 담임목사가 직접 제작해 보내준 교육용 영상이었다.

15분 남짓한 분량의 이 영상에는 청라언덕,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은혜의 정원 등 대구 사람들에게 익숙한 초창기 선교역사 이야기들이 현장의 생생한 모습들과 함께 담겨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역사강좌 콘텐츠는 차츰 인근 경북 의성의 순교자들의 스토리, 베어드 아담스 서자명 백남조 등 신앙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들로 확장되어갔다.

코로나19 기간 달서교회가 성도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 차원에서 대구교회사 동영상을 제작하는 모습.
코로나19 기간 달서교회가 성도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 차원에서 대구교회사 동영상을 제작하는 모습.

구역예배도 성경공부도 어려웠던 때에 이 영상들은 성도들에게 꽤 좋은 교육적 효과를 끼쳤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달서교회’를 검색하면 당시의 교회사 칼럼 영상들을 만날 수 있다.

박창식 목사는 역사신학 전공자로서 대신대학교 객원교수로 출강하고 있고, 제2대 총회역사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교회사에 관한 한 박학다식한 인물이다. <경북기독교회사> <동산선교이야기> <대신대학교사> 등 수많은 교회사 전문서들을 집필했고,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100년사> <한 알의 밀알되어-70인의 선교사 이야기> 등에도 공동저자로 참여한 바 있다.

하지만 박 목사의 높은 식견들이 단지 학문적으로만 표출되는 것은 아니다. 목회현장에서 이를 평신도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는 능력도 탁월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달서교회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등 역사적 신앙고백서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교재들.
달서교회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등 역사적 신앙고백서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교재들.

달서교회에서 24년 간 담임목사로 사역하는 동안 박 목사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벨직 신앙고백서, 도르트신조 등 수많은 역사적 신앙고백서들을 꽤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강해해왔다. 최근에는 그 연장선상에서 자신이 소장을 맡은 대구교회사연구소를 통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읽기>를 편찬해 교우들과 나누었다.

언뜻 교리교육에 방점이 찍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런 주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개혁신앙의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같은 이해력은 목회자에게만 아니라 일반 성도들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이 박창식 목사의 생각이다.

“교회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들의 신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고 있어야 굳건한 영적 기반 위에 설 수 있습니다. 조직신학이 역사신학과 만날 때 토대가 더욱 탄탄해지니까요. 역사적 신앙고백서를 가르친 결과도 단지 성도들의 지식만 키운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정통교회의 약점을 파고드는 이단들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더욱 단단한 교회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지요.”

달서교회 성도들이 순교사적지인 영광 염산교회를 탐방하고 있다.
달서교회 성도들이 순교사적지인 영광 염산교회를 탐방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으로 맞은 2017년에는 이런 지향점을 추구하는 달서교회의 목회사역이 더욱 빛을 발했다. 특별새벽기도회 기간에는 위클리프, 얀 후스, 루터, 쯔빙글리, 칼빈, 낙스 등 종교개혁기의 위대한 거인들의 생애를 살폈다. 실제로 이들이 활약한 제네바 등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30여 명의 성도들이 함께 탐방하기도 했다.

달서교회의 역사교육은 종종 현장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이루어지곤 한다. 팬데믹 이전까지 매년 한 차례 이상 열린 탐방 행사를 통해 달서교회 성도들은 전남 신안군 증도, 인천 강화도, 전북 전주와 광주광역시, 충남 서천의 마량진과 보령 고대도, 제주도 등 전국 곳곳의 기독교 유적들을 두루 섭렵했다.

10년 전에는 주기철 목사를 배출한 경남 진해, 손양원 목사의 사역지였던 전남 순천, 그리고 한국교회사에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영광과 영암 등 대표적 순교사적지를 한꺼번에 순례한 적이 있으며 5년 전에는 대마도도 함께 다녀왔다.

담임목사가 늘 안내자 겸 문화해설사로 나서기에 성도들은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그렇게 얻은 영적자산들이 본인은 물론 공동체 전체를 풍요롭게 한다.

방송을 통해 교회사 강의를 하는 박창식 목사.
방송을 통해 교회사 강의를 하는 박창식 목사.

실제로 박창식 목사는 뛰어난 역사가이드이기도 하다. 대구 근대역사골목의 기독교유적 코스 안내에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구선교의 개척자인 아담스 선교사의 후손들이 내한했을 때 가이드 역할을 맡은 경험까지 있다. 이러한 이력을 바탕으로 지역 방송국과 연계한 역사유적 탐방이나, 현재 대신대 명예총장 전재규 박사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대구기독교순례길 개발 사업 등에서는 핵심적 역할을 맡는다.

박 목사가 총회역사위원회 창설 당시부터 참여하여 위원장 서기 등 주요 직책들을 역임하며 한국기독교역사사적지 제도, 총회역사관 설치, 학술세미나 개최와 학술지 편찬 등 탄탄한 기틀을 만들어놓았으니 달서교회의 사역 외연은 담임목사를 통해 지역사회는 물론 교단 차원으로까지 확대되어 이루어진 셈이다.

이쯤 되면 박창식 목사나 달서교회 사역이 오로지 역사를 중심으로 해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냐는 평판을 받을 수도 있으나 이는 오해에 불과하다고 박 목사 본인이 설명한다.

“역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성경을 가르치고, 신앙을 교육하는 것이 최종 목적입니다. 단지 그 목적을 위해 설교와 성경공부 속에 역사를 녹여내고, 목회사역이나 교회 정치를 할 때도 역사적 교훈들을 활용하는 것이지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또 해야 할 일입니다. 역사공부를 통해 장로교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부심을 세우는 길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역사를 가르칩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일을 해보시라 담임목사님께 권해 드리면, 역사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있어야 가르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는 분이 많습니다. 물론 기초 공부는 필요하지만 실은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기독교 서점을 찾아가 둘러보면 세계교회사나 한국교회사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이미 편찬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본인이 읽기 쉬운 책 한 권을 골라 들고, 찬찬히 읽어나가시면 분명히 유익하다고 여겨지거나 감동이 느껴지는 대목들이 발견되실 겁니다. 그 부분을 예화로 활용하거나 논리전개의 근거로 삼아 설교에 자연스레 녹여내는 것 자체가 바로 역사교육이 됩니다.

이단세미나 같은 신앙강좌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교육을 하다보면 이단집단의 교리를 설명하는 데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는데, 교인들에게 정통교리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돕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서 칼빈의 ‘기독교강요’라든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같은 교리교육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고, 이 교육을 하다보면 교회사에 대한 공부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성도들이 역사적 신앙의 중요성을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야외행사나 수련회를 준비할 때 기독교 역사유적이나 순교유적 한 곳 정도를 일정에 포함시켜 방문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방문할 장소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사전 예약과 함께 해설까지 부탁한다면, 기대 이상의 영적 유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특히 다음세대들에게는 기성세대와의 신앙적 연결고리 형성을 위해서도 1년에 한 번 이상은 반드시 크고 작은 역사교육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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