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교회 100년의 역사와 아름다운 신앙유산이 기념관 건립으로 후대에 전수되기를 소록도의 성도들은 갈망하고 있다. 사진은 현재 소록도에 남아있는 다섯 교회의 모습. 왼쪽부터 중앙교회, 신성교회, 동성교회, 남성교회, 북성교회.
소록도교회 100년의 역사와 아름다운 신앙유산이 기념관 건립으로 후대에 전수되기를 소록도의 성도들은 갈망하고 있다. 사진은 현재 소록도에 남아있는 다섯 교회의 모습. 왼쪽부터 중앙교회, 신성교회, 동성교회, 남성교회, 북성교회.

소록도를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섬 중앙의 잘 단장된 공원, 환자들에 가해진 잔혹한 탄압의 흔적인 강제 수술대와 교도소 등 옛 건물들, 그리고 소록도의 개요와 병원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전시관 등이다.

소록도 사람들 절대 다수의 정신과 일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쳐온 기독교 복음과 교회들의 이야기는 이 가운데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외부인들에게는 ‘소록도의 천사’라 불리는 두 명의 서양인 수녀 등 다른 종교인들의 발자취가 훨씬 더 비중 있게 알려져 있다.

소록도교회의 성도들과 이미 섬을 떠나 육지에 정착한 기독 한센인들이 힘을 모아 100년 소록도 선교역사를 담아내는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한 때 소록도병원 직원들을 위한 교회까지 포함해 섬 안에 여덟 개나 존재했던 개신교 교회들의 위상과, 이 교회들이 한센인 성도들과 주민들을 위해 바친 눈물겨운 헌신을 온전하게 보여주려는 것이다.

소록도교회가 성균관대 도시건축과 조성룡 교수에게 의뢰해 추진 중인 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기념관은 최근까지 예배가 진행되었던 남성교회당과 그 주변 일대에 건립될 예정이다.

기념관에는 소록도에 처음으로 복음을 들고 찾아간 다나카 신자부로 목사와 천황숭배를 거부하다 목숨을 잃은 고이데 토모하루 목사 등 초창기의 일본인 사역자들과, 첫 한국인 목사이자 6·25 당시 순교자인 김정복 목사와 성실성경고등학교를 열어 많은 지도자들을 양성함으로 한센인 선교의 저변을 넓힌 이덕길 목사 그리고 교회들의 부흥을 위한물심양면 기반을 잘 닦아 소록도교회 전성기를 이끈 김두영 목사 등 대표적인 인물들의 면면이 소개된다.

그리고 일제강점기는 물론이고 해방 직후의 친일세력 잔존기와 심지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까지 소록도에서 자행된 온갖 인권탄압과 종교적 핍박에 용기 있게 맞선 교회들의 항쟁 역사와, 자신들을 망각하거나 방치한 조국과 한국교회를 위해 매일 정오에 기도의 제단을 쌓아온 성도들의 순수한 신앙과 관용의 모습들도 기념관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념관이 건립되면 소록도 최초의 예배가 열린 구북리 1호사, 오래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서성교회당 등 섬 안에 남아있는 옛 건물들을 비롯해 순교자 김정복 목사의 기도 처소이자 체포 장소였던 굴날뿌리, 중앙교회 앞에 건립된 김정복 김두영 목사의 기념비, 고흥읍에 조성된 김정복 목사의 묘역인 샛별부활동산 등과 함께 훌륭한 순례코스를 이루게 된다.

현재 소록도에 남아있는 4개 교회와 359명의 성도들은 아직 자신들의 힘이 남아있을 때 기념관 건립사업이 완수되기를 갈망한다. 소록도교회 100주년에 맞춰 기념관이 완공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았지만, 코로나 사태와 외부지원의 부족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10월 8일 열린 소록도교회 100주년 기념예배에 총회장 권순웅 목사와 총무 고영기 목사의 방문이 이곳 성도들의 염원에 다시 희망의 불을 지피고 있다.

김선호 목사는 “소록도교회 기념관은 단지 이곳 교회들의 사적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한센인선교 역사와 불굴의 신앙관을 간직한 값진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면서 총회와 전국교회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협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제107회 총회에는 소록도교회가 속한 남중노회(노회장:양유종 목사)를 통해 기념관 건립을 위한 재정지원 2억원 헌의안이 올라가있다.

사진설명>>소록도교회 100년의 역사와 아름다운 신앙유산이 기념관 건립으로 후대에 전수되기를 소록도의 성도들은 갈망하고 있다. 사진은 현재 소록도에 남아있는 다섯 교회의 모습.

정재영 기자 jyjung@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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