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세계적 관광명소인 파리 에펠탑은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과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물론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을 세워 프랑스의 국력을 알리려 했다는 주장도 있다. 구스타프 에펠이 설계한 이 철탑은 건립 후 파리 시민들에게 흉물 취급을 받았다. 작가 모파상은 에펠탑이 보기 싫다며 매일 그 탑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당대 최고 시인 베를렌은 2500만 개의 대갈못으로 고정된 이 철제 구조물을 혐오한 나머지 그것이 보이면 되돌아갈 정도였으며, <아베마리아>의 작곡가 구노 역시 파리의 수치로 여겼다고 한다. 이 탑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박람회 후 20년 지나면 철거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50인의 작가와 예술가로 구성된 건립반대위원회는 그것도 길다고 조기철거를 주장했었다.

그런 에펠탑이 철거되기는커녕 파리의 상징물로 자리잡은 채 관광 수입을 올려주는 명소로 남아있다. 재미있게도 그것은 라디오 방송 덕이다. 당시 시작된 라디오 방송 전파의 송신 안테나 역할에 에펠탑은 매우 적절했다. 그래서 1907년 프랑스는 에펠탑을 철거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2차 세계대전 후에는 텔레비전 송신탑으로도 활용되어 오히려 그 존재 가치를 높였다.

철거 예정이던 에펠탑도 할 일이 생기니 100년 이상을 더 살아남았고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라 생각되니 참 재밌다. 에펠탑처럼 누구라도 살아남으려면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존재 이유가 필요한 것.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누구도 밀어낼 수 없지 않겠는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의 역할, 나의 존재 가치, 그리고 한국교회, 누가 봐도 존재 가치가 분명할까?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존재가치가 의심스럽다면 오히려 흉물이 될 수도 있는 법. 모세, 그는 기운이 다해서가 아니라 사명, 즉 할 일이 끝났기에 하늘로 옮겨갔다. 죽을 때까지 눈이 흐려지지 않고 기력도 쇠하지 않았던(신 34:7) 그는 할 일을 충분히 다했기에 이스라엘의 애곡 중에 떠났고, 그 뒤로도 이스라엘은 일만 생기면 그를 아쉬워했다. 나를 이 땅에 남겨둘 이유는 충분한지 생각하니 마음이 떨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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