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첼로 협주곡 나단조(cello concerto B minor)는 교향곡 9번 <신세계>로 유명한 드보르작이 1895년에 작곡했다. 첼로 협주곡의 걸작으로서 많이 연주되고 있다. 이 협주곡 작곡과 관련된 이야기다. “첼로라는 악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음역은 훌륭하지만 저음역은 붕붕거리기만 하고 고음역은 코 막힌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이렇듯 드보르작은 첼로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드보르작이 첼로를 위한 곡을 썼고 최고의 협주곡을 만든 것이다. 싫어하는 악기를 위해 가장 좋은 소리를 낼 곡을 쓰면서 위대한 작품이 탄생했으니 아이러니하다. 콘체르토(concerto)는 ‘경쟁하다’ 또는 ‘협력하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의 동사 콘체르타레(concertare)에서 나온 말이다. 서로 다투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함께 경쟁하듯 다투지만 협력도 하는 것이다. 선율과 화음이 그렇게 서로 경연하고 그래서 조화를 이룬다. 그 결과 무대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고 청중을 즐겁게 하고 또 감동도 준다.

싫어하는 대상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맞춰줄 수 있을 때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진다. 목회를 하면서도 성향이 달라 힘든 사람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그로 인해 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누구에게나 적응할 힘도 생긴다. 어느새 모든 부류의 사람들을 즐기게 되고 그들 역시 나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콘체르토가 필요하다. 다투는 것 같지만 멋진 화음이고 협력하는 것 같지만 자기의 성격과 능력을 마음껏 드러내는 것 말이다. 상대에게 적절하게 맞춰가며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 바로 인격이고 실력이다. 쉽지는 않다.

드보르작 같은 작곡가들은 모든 악기를 연주할 수는 없지만 모든 악기의 특성을 살려준다. 소리 내는 방법, 음역과 음색 등이 다른 악기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악보를 쓴다. 그리고 많은 악기들이 서로 앙상블을 이루게 하는 것이다. 저음을 내는 악기와 고음 악기, 날카로운 소리와 부드러운 소리가 서로 어울리며 멋진 콘체르토가 연주되듯 내 사는 세상을 아름다운 하모니로 채우는 노력을 쉬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그런 실력의 모자람을 버거워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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