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주필)

“간첩이나 잡으랬더니 왜 생각하냐구!”

“생각하는 군인 오래 못간다는거 몰라?”

<용의자>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악의 연결선에 있는 상관이 정의롭게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고 애쓰는 부하에게 한 말이다.

전범재판을 기록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책에는 생각하지 않은 죄가 나온다. 유태인들을 학살한 죄로 기소된 아이히만은 15가지 죄목에 대하여 자신은 오직 명령만 따랐기에 무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나 아렌트가 정리한 그의 죄는 ‘생각하지 않은 죄’였다. 명령에 대해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인지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리라.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이는 마치 이 마지막 순간에 그가 인간의 연약함 속에서 이루어진 이 오랜 과정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을 요약하고 있는 듯했다. 두려운 교훈, 즉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파스칼은 팡세에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로 정리했다. 갈대처럼 약하지만 생각을 통해 놀라운 일들을 해내는 것이 사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철학자 데카르트 역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며 사유의 힘을 말했다.

로댕의 조각품 ‘생각하는 사람’은 내 눈에 매우 평범하게 보인다. 그러나 위대한 작품으로 남은 이유는 인간다움을 분명하게 드러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작품은 인간, 아닌 ‘나’의 존재가 무엇으로 그 가치를 드러내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생각 좀 하고 말하라”든가 “넌 생각이 있니, 없니?”라는 말은 사람답게 말하고 행동하라는 지적의 다름이 아닐 것이리라.

좋은 생각은 좋은 말을 만들고 좋은 행동을 창조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결국 그것이 습관이 되고 인격으로 굳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좋은 생각으로 사람은 사람답게 되고 때로는 그것이 그 사람을 존경받는 자리에 앉히기도 한다는 것도.

올해는 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아야겠다. 긴 생각, 짧은 말. 시인처럼 많은 생각을 함축한 표현을 하며 살아야겠다. 그러나 내 생각이 결코 허용되지 않는 범주가 있긴 하다. 바로 하나님의 말씀! 그리고 그것을 오래 품으면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어느새 삶은 건강해진다. 당연히 글도, 말도 또 선택이나 결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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