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석 목사(비전교회)

채이석 목사(비전교회)
채이석 목사(비전교회)

코로나19가 오기 전에 우리 교회에서도 가끔 전교인 체육대회를 열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전교인 체육대회가 불가능하지만, 한때는 교회에서 중요한 연례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한번은 인근 초등학교에서 연 적이 있었다. 전교인 체육대회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순서는 단연 맨 마지막 경기였다. 피구도 좋았고, 여러 명이 함께하는 집단게임도 좋았고, 줄다리기도 좋았다. 담임목사에게 공을 넘겨주고 골문을 열어주다시피 해주어서 내가 두 골을 넣었던 축구경기도 재미있었고, 경기를 마치고 선물 주는 시간도 인기가 좋았다.

그런데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계주경기 시간이었다. 영아부 어린아이로 시작해 학생-청년-장년인 엄마 아빠로 이어지는 계주는 사실상 체육대회의 피날레였다. 다른 경기 시간에는 성도들이 운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에 별로 집중하지 않았다.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하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마지막 이어달리기 시간이 되니까 약속이나 한 듯이 관중석에 다 모였고, 아슬아슬한 순간에는 일제히 일어나 손뼉을 치며 응원하며 운동장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선수들에게 집중하고들 계셨다.

가만히 보니 달리기를 하는 미취학 어린아이는 1등에 관심이 별로 없어 보였다. 달려가다가 넘어지고, 바통을 놓치기도 하고, 엄마 찾아가기도 하고. 그런데 이어달리기 경기는 어린아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바통이 이어져야 하는 경기다. 이어 달리지 않으면 실격이 된다.

교회는 믿음으로 달려가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어린아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믿음의 릴레이가 계속 이어져갈 때 그것이 아름답고 건강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동안에 혹시라도 이 믿음의 릴레이가 멈추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크다. 1등으로 달리다가도 바통을 넘겨줄 사람을 찾지 못하면 꼴등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00년 동안 교회는 예배를 멈추지 않았고,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믿음의 릴레이가 멈추지 않았다. 주님이 세우신 교회는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한다고 하셔서 노파심 같지만, 만약 이 영적인 릴레이가 우리 시대 교회에서 멈추게 된다면 하나님 앞에 설 때 과연 코로나19 때문이었다는 변명이 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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