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려 평전〉(지강유철·꽃자리)

그리스 아테네의 페리클레스(Perikles, B.C 495?~B.C 429)는 군인이면서 정치가였다. 아테네는 그에 의해 정치와 문화면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미술·문학·사상의 중심 국가로 위상을 떨친다. 이 정도면 그의 동상 하나쯤 세워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왜 동상을 세우지 않느냐고 묻자 페리클레스는 이렇게 답했다.

“‘왜 이따위 사람의 동상이 세워졌는가?’라는 말과 ‘왜 이런 귀한 분이 동상도 없는가?’라는 말 중 나는 후자를 택하고 싶소.”

페리클레스 대답처럼 후자의 삶을 살아 낸 분이 바로 장기려 박사(1911~1995)다. 모두 장 박사께 자서전 하나쯤은 남겨야 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부했다. 그의 자서전이 세상에 없는 이유다.

세인들은 장 박사를 ‘한국의 슈바이처’로 부른다. 아뿔싸! 장 박사는 박사라는 칭호도 싫어하셨다. ‘초대’ 복음병원장, 최초의 ‘간(肝) 대량 절제술’을 성공시킨 의학자이자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어른이지만 그는 자신의 경력을 드러내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온갖 수식어로 치렁치렁한 자서전과는 달리 〈장기려 평전〉이라고 제목을 단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의 평전은 화들짝 놀랄 정도로 민낯과 속살을 드러낸다. ‘너무 인간적인’ 모습 그대로다. ‘백구두’ 이야기가 그렇고 ‘몹시 분노’했던 이야기도 그렇다. 그래서일까. 그의 평전에서는 한껏 코를 자극했다 사라지는 조향과 달리 그윽한 흙냄새가 난다.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

나는 지난 30대를 그의 곁에서 보내며 그의 품 안이 어머니의 텃밭과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저자 지강유철은 프롤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사람을 거지, 대통령, 행려병자 등 권력⸱돈⸱신분에 따라 다르게 대하지 않았다.”

‘돈의 양’이 아닌 ‘아픈 양만큼’ 환자를 대했던 그가 나를 기독교 NGO 하이패밀리로 끌어낸 나침반이었다. 고흐가 그렸던 ‘불 꺼진 교회’의 절망을 나는 〈장기려 평전〉에서 ‘불 켜진 교회’의 희망으로 읽는다. 아직도 코로나 이전 시절을 그리워하는 목회자들이 있다면 〈장기려 평전〉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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