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직한 선교사…〈빈센트와 함께 걷다〉(류승희·아트북스)

성경공부를 좋아했던 목사의 아들 빈센트 반 고흐.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따뜻한 시선을 지닌 신학생이기도 했다.

“저는 제가 농부보다 훨씬 열등하다고 생각해요, 맹세코! 농부들이 밭을 경작하듯이 저도 부지런히 그림을 경작합니다.”

그림에 대한 열정 탓에 끝내 목회자의 길을 가지는 못했지만 그의 삶은 누구보다 뜨거웠고 화폭처럼 강렬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지는 않다. 하지만 불후의 예술가에 관한 생각은 늘 가슴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예술가로서 녹록지 않은 삶, 고독하고 아팠던 그의 짧은 생애 속에서도 소명자의 여정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직한 선교사·(사)좋은의자 대표·유튜브 조우네 마음약국 공동대표)
고직한 선교사((사)좋은의자 대표·유튜브 조우네 마음약국 공동대표)

류승희 화가의 〈빈센트와 함께 걷다〉는 고흐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순례의 길과도 같은 책이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각처에서 가난한 화가의 분신 같은 작품들이 태어났다. 아울러 곳곳에서 피어나는 청년 화가의 흔적들을 책을 통해 맛본다는 것은 특별한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영화 「러빙 빈센트」(2017)의 감흥과 고흐가 말년을 보낸 프랑스 아를을 방문한 기억이 추억으로 소환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름다운 그곳, 불후의 작품들, 아파하며 살아냈던 예술인의 짧은 삶. 주지하다시피 고흐는 마음의 병(조울·조현)을 긴 시간 앓았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어둡고 광적인 모습을 눈에 띄게 드러내곤 했던 예술가. 분신 같은 작품도, 작가로 사는 삶도 인정받지 못하고 쓸쓸히 스러져 간 비운의 천재 화가였지만 그에게 손을 뻗은 목회자가 있었다. 나는 무명의 정신질환자 아티스트를 품어준 한 목회자의 모습을 보면서 큰 도전과 감동을 얻었다.

우리 주변에는 정신질환, 마음의 병으로 아파하는 현대인들이 참 많다. 이들을 향한 마음이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면 〈빈센트와 함께 걷다〉를 추천하고 싶다. 특별히 목회자와 설교자들에게 이 책의 필독을 권한다. 피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현대인의 정신적 아픔을 진중히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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