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타성에서 벗어나 자기 돌봄에 힘써야 번아웃 피할 수 있다

●시작하는 글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자기생각, 자기감정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살아가는 것이다.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한

채, 어떤 역할만 수행하며 타인의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살아간다면 설령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더라도, 타인의 반응이 좋지 않을 때 자기감정이나 욕구에 위축되고 무기력해지기 쉽다. 남의 평가에 자신의 행복을 맡기고 살다보면 자신의 잠재력을 상실하여 나다운 삶을 잃어버리고, 결국에는 탈진(burnout)이 되는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탈진, 즉 번아웃이라는 용어는 1970년 미국의 정신분석의사 헤르베르트 프로인데베르거(Herbert Freudenberger)가 처음 사용하였다. 과도한 업무량, 극도의 스트레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엄격한 잣대 등으로 이상이 생겨 겪는 피로 소진상태를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용어로 규정한다. 직종을 불문하고 과도한 업무로 인해 발생하는 ‘심신의 에너지 고갈’ ‘무관심 또는 냉소적 태도’ ‘업무능력 저하’ 등의 증상들을 번아웃 증후군이라 부른다.

오늘날에는 이 단어가 어떤 사회적 혹은 심리적 현상을 가리키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 혹은 인생여정에서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쏟아 부은 노력이 기대한 결과를 낳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정서적 소진상태도 번아웃 증후군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번아웃 증후군은 우울증과 같이 하나의 질병으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APA)가 발행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4판(DSM-IV)에는 탈진의 증상들로 동기유발 부진, 흥미와 의욕 상실, 위축, 슬픔, 식욕 상실, 수면장애, 결단력 저하 등을 언급한다. 스트레스와 갈등으로 인한 고독과 실의, 좌절과 정신적인 고통, 우울증에 시달릴 때 나타나는 다양한 신체적 증상들도 포함된다.

탈진은 어느 정도의 피로감이나 일상적인 업무로 겪는 일반적인 스트레스 수준을 넘어서 심한 좌절감과 무력감을 겪거나, 만성 피로로 인하여 일에 대한 의욕과 열의가 사라지고 삶의 의욕이 저하될 때 나타난다. 또한 맡은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에 대한 거부감, 고객이나 의뢰인에 대한 냉소적 태도, 업무를 처리할 때 부정적 정서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직장생활, 가정생활, 신앙생활 속에서 반복적인 일을 계속 수행하다보면 에너지 소모는 큰 반면 자신이 하는 일이 마치 허공을 치는 것 같고, 뭔가 손에 잡히는 게 없다고 스스로 느끼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목회자의 경우가 그러한데, 성도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심해질 때 탈진의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탈진의 단계

탈진 증상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1단계로 열성적이던 일이 점차 재미가 없어지고 의욕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2단계로 눈에 띄게 만성 피로가 심해지고 수면장애를 보이며 때때로 약물을 복용하게 된다. 3단계에서는 각별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탈진 증세가 5단계까지 치닫기 쉽다. 이 단계에서는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높고, 분노와 우울 등의 심리적 증세들이 시작된다.

4단계에 이르면 급성질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며, 출근하기 힘든 상태에 이르게 된다. 심리적으로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쉽게 비관에 빠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강박적인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5단계에는 관상동맥경화, 뇌출혈 등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만큼 신체적 문제가 심각해진다. 몸과 마음이 지쳐 노이로제, 우울증 등 정신장애까지 겹쳐 일어나기도 한다.

혹시 스스로에게 탈진증상이 의심된다면 도표로 제시한 테스트를 해 보기 바란다.(‘탈진 테스트’ <표> 참조)

※ 각 항목에 대해 매우 아니다 1점, 약간 아니다 2점, 보통이다 3점, 그렇다 4점, 매우 그렇다 5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이렇게 하여 합계 점수가 65점 이상이면 번아웃을 의심할 수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지친 뇌, 번아웃에서 탈출하라’에서 인용)
※ 각 항목에 대해 매우 아니다 1점, 약간 아니다 2점, 보통이다 3점, 그렇다 4점, 매우 그렇다 5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이렇게 하여 합계 점수가 65점 이상이면 번아웃을 의심할 수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지친 뇌, 번아웃에서 탈출하라’에서 인용)

●성경 속 탈진의 사례

성경에 보면 영적 탈진을 겪은 사람들의 사례가 나온다. 그 중에 하나가 엘리야이다. 엘리야가 ‘탈진’하였다는 성경의 표시는 없지만, 그가 나타낸 증상들을 심리학적으로 살펴볼 때 영적 탈진으로 인한 무기력증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열왕기상 18~19장은 엘리야의 실패와 탈진의 문제를 아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갈멜산에서 엘리야는 바알의 선지자들과 사력을 다한 결투를 하였다. 육체적 정신적 영적 에너지를 집중하여 결투에서 승리하였으나, 그 직후 엘리야는 성공 뒤에 오는 허전함 환멸 실망 낙담 등을 경험해야 했다. 결국 그는 낙담하여 광야로 도망한다.

메마른 광야 길을 하룻길쯤 간 후 엘리야는 로뎀나무 아래 주저앉아 죽기를 간구한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취하옵소서” 탈진 상태에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 말이다. 이때 하나님께서는 천사를 보내어 엘리야의 육적인 탈진을 치료하시고, 로뎀나무 아래서 깊이 잠이 든 엘리야를 위해 숯불에 구운 떡과 물을 준비하여 먹여주신다. 이렇게 수면(휴식)과 음식을 통해서 엘리야의 육체적 탈진은 회복되었다. 하나님의 어루만지심(touch)으로 회복한 엘리야는 이후 하나님의 산 호렙으로 인도를 받는다.

●탈진의 예방과 회복의 돌봄

첫째로 신체적 측면이다.

병원에 찾아오는 목회자들 중 67%가 한 가지 이상의 병을 가지고 있고, 7%는 세 가지 이상의 병을 가지고 있으며, 41%는 간이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의학자들은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활기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고, 몸무게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혈압과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주일에 3회 정도 각 20분씩은 운동을 해야 한다고 권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러한 권고를 따르지 않는다. 오스왈드(Oswald)는 목회자들이 자신들에게 유익한 규칙적 운동을 실행하지 않는 큰 이유를 ‘타성에 젖어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둘째로 음식 조절이다.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균형 있는 식사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교회 담임목사들 중 1/4에 가까운 24.3%는 불규칙적인 식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5.8%가 10시 이후에 야식하는 일이 가끔 있으며, 6.8%는 자주 야식을 한다고 응답했다. 목회자의 절반 이상이 음식 조절에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로 수면이다.

충분한 수면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체계에 장애를 일으켜 새로운 병에 감염되기 쉽고, 기존의 병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낮 동안에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시간의 수면이 요구된다. 탈진을 치료하는 데에도 알맞은 양의 수면은 필수적이다. 엘리야도 탈진상태에 로뎀나무 아래서 깊은 수면을 취했다. 거기에서 치료가 시작된 것이다.

넷째로 유머이다.

분노와 우울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신체적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희와 웃음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의 경험은 신체적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잠언 17장 22절에서도 즐거운 마음을 양약에 비유하고 있다. 웃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뜻이다. 기분이 좋을 때 대뇌에서는 엔돌핀이라는 합성물질이 나온오는데, 이로 인해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낀다. 웃음은 자신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섯째로 격려이다.

스트레스는 인간에게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만성적 스트레스는 탈진을 초래한다. 탈진할 경우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대상으로부터 잠시 격리될 필요가 있다.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섯째로 영적·지적 측면에서의 자기 돌봄이다.

게리 콜린스(Garry Collins)는 탈진의 치료 방법으로 ‘규칙적인 기도와 묵상, 다른 이들을 위한 기도’ 등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현대의 목회자들은 이미 기도나 예배 등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성경을 읽어도 다른 사람의 영적 요구를 위해서 읽을 뿐, 자기 자신의 헌신을 위해서 읽는 경우가 많지 않다. 여러 곳에서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는 해도, 정작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오스왈드(Oswald)는 묵상, 찬양(Chanting), 금식처럼 매일하는 성직자의 규례를 탈진의 치료 도구로 활용하라고 제안한다.

●나가는 말

탈진은 목회사역에 가장 큰 위험으로 작용하는 숨은 적이다. 적절한 예방과 치료를 하지 않으면 목회자 자신뿐만 아니라, 교회와 지역사회에까지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목회자들은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자기를 잘 돌보며 영적 충전을 충분히 함으로 피로감, 우울증, 권태감 등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자기 개발과 자기 조절을 통해서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성도들은 목회자가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더 많이 기도하며, 목회자들이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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