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위기 신중히 다루며 스스로 극복하도록 지원하라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시작하는 글

개성 넘치는 통찰로 시장을 분석하는 세스 고딘은 이제 대량생산과 대중을 위한 마케팅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다수라는 이유로 시장권력을 독차지하던 집단이 무너지고, 대중을 거부한 괴짜들이 시장과 문화를 이끌어가는 변종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목회자들이 이전과는 다른 목회적 돌봄에 나서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로 목회적 갈등이 일어나고, 교회의 위기가 빚어진다.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다양한 돌봄을 제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가 악화되는 상황 이전에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단절이 문제 상황에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든다. 목회자들은 문제 상황이 중간쯤 진행된 다음이나 심지어 상황이 거의 다 종료된 상황에서야 문제를 알게 된다. 그런데 만약 성도들의 문제를 채 파악하기도 전에 목회자가 충고, 권면, 교훈과 같은 돌봄을 제공한다면 그 방식은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위기의 사례

스스로를 엉터리 신앙인이라고 믿는 한 자매가 있다. 얼마 전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을 당했다. 파란불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그녀를 신호위반한 택시가 달려와 치어버린 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그녀는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 감사해야 할 만큼 위중했다.

사고 당시 택시운전사는 음주운전으로 만취상태였다. 이미 여러 차례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된 상태에서 또다시 술을 먹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사고를 당하기 전 자매는 자신을 항상 너그러운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사고 후에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라며 마음속에 분노와 원망이 가득 찼다. 자매는 그런 자신이 부끄러웠다. 택시운전사를 용서하는 기도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비신앙적 말과 행동에 실망을 느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위기는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보편적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위기를 만날 때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느냐’고 반문하게 된다. 이렇게 위기를 만난 사람들을 어떻게 돌보느냐 하는 문제는 목회자에게 몹시 중요하다.

사람은 위기를 만나면 생각이 변하고,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성격이 공격적으로 바뀐다. 얼굴이 경직되고 생각이 편협해지면서 관대했던 부분들이 사라지고 마치 용서를 모르는 사람처럼 되어 버린다. 이해와 아량이 모두 사라지면서 마음이 안정과 침착성을 잃고, 흥분하여 우왕좌왕하게 된다. 아무리 신앙인이라고 해도 위기 앞에서 건강한 생각만 하지는 않는다.

돌봄자(목회자)가 이런 상태에 있는 피돌봄자들을 접촉하면서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도 못하는 사이, 피돌봄자들은 마음 속에서 번뇌와, 갈등을 겪으며 자신에게 일어난 위기상황 때문에 혼란스러워 한다.

교회분쟁을 연구해온 맥스웨인(McSwain) 교수는 교회의 갈등이나 분쟁의 원인을 발견하려면, 분쟁의 주요인으로 등장하는 문제 자체보다는 분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위기상황과 그로 인해 생기는 위기심리에서 찾으라고 권한다. 또한 그는 교회의 분쟁이나 갈등을 해결할 때도, 자신들이 위기를 겪으며 생긴 상처를 먼저 치유하고 난 다음에 교회의 문제를 처리하라고 강조한다.

개인의 위기나 교회의 분쟁에서 받은 상처를 잘 치유해 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그 영향력은 크게 달라진다. 문제는 목회자들이 위기를 만난 사람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오히려 위기의 회오리에 함께 휘말리며 돌봄자로서 역할을 그릇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목회자가 위기를 만난 사람들을 잘 돌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모색해 보자.

위기가 끼치는 영향력

위기는 누구에게나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일어난 위기가 어떤 일의 결과로 벌어졌는가, 혹은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가를 파악할 때 다음 4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첫째는 정신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가, 둘째는 감정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가, 셋째는 신체적으로 어떠한 영향력을 끼쳤는가, 넷째는 영적으로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가족에게, 직장 또는 학교 동료들, 친구나 잘 아는 지인들, 그리고 교회 안에는 어떤 영향력을 끼쳤는가도 분석해야 한다.

위기의 강도를 조정하고 반응하는 것은 각 개인의 성품이기에 일단 파도를 잘 탈줄 알아야 한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비슷한 위기라고 할지라도 사람의 성품에 따라서 위기대처 능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위기 속 생각의 차이

위기 속에서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생각에서 드러난다. 건강한 사람은 남이 잘될 때 ‘I am OK, You are OK’를 한다. 그러나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I’m not OK, You are not OK’ 등의 사고를 가지고 부정적으로 대응한다. 그런데 건강한 사람이든지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든지 간에 위기를 만나면 다음과 같은 6가지 특징을 드러낸다.

첫째로 자존감의 상실이다. 위기에 직면할 때 패배감 내지는 열등감이 수반되면 잘 극복하지 못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대처 능력 부족은 도리어 더 큰 위기의 상황을 불러온다.

둘째로 혼란과 무질서다.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갑자기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적절치 못한 행동들이 나오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가 있다.

셋째로 자신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데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관계나 일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 곧 다른 사람을 돌볼 여력과 여건을 가지지 못한다.

넷째로 가치관의 혼란이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그 동안 자신이 간직해 온 신념이나 견해 또는 가치관이 많이 흔들리면서, 자신 한 몸을 돌보는 데에도 벅차다는 느낌을 갖는다.
다섯째, 서로 도움을 서로 줄 수 있는 사람들끼리도 신뢰하지 못하고 배격하면서 상대방에게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

여섯째, 큰 위기를 만나면 신앙이 좋은 사람조차 이성을 잃어버리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우리의 감정은 죄의식 때문에 위기를 징벌로 생각하게 한다. 대체로 이런 상황 속에서 위기는 불안한 변화를 통해서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힘을 얻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위기는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위기가 우리 안에 들어오면 마음 속 평정이 깨지면서, 두 가지 갈림길에 맞닥뜨리게 된다. 하나는 더 악화되는 길이며, 또 하나는 축복의 기회로 인도하는 길이다.

더 악화되는 길이란 홀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가 적절치 않은 해결책을 가지고 극복할 수 없는 길을 가게 한다. 그러나 위기를 축복으로 전환하는 길에서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게 됨으로 위기를 새로운 지평으로 생각하여서 균형 잡힌 성장으로 회복하게 한다.

위기관리 능력

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성도들이 위기를 만날 때 목회자가 평상시처럼 섣불리 충고를 해서는 안 된다, 꼭 충고하고 싶으면 위기를 겪는 성도의 마음이 안정과 평정을 찾았을 때 믿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위기를 만난 사람의 수준에서 도와주고 함께 있어 주면서, 위기가 더 이상 위기가 아니라 복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7가지 관리능력이 필요하다.

첫째, 시간의 중요성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가 돌발한 시점으로부터 기회의 선택으로 변화시켜 주는 시점을 빨리 찾아야 한다. 위기에 직면한 성도가 더 나쁜 길로 가려고 할 때, 목회자는 그 시점을 찾아서 성도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둘째, 위기를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사람마다 위기에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셋째,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위기는 흔들리는 때이다. 사람들이 불안감 속에서 도저히 자신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때이다.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는 위기에 빠진 성도를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신뢰를 쌓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넷째, 호된 시련 속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변화를 거부한다. 그 결과 위기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이때 목회자는 위기의 성도와 함께 있어주며 성급함을 자제하도록 돕고, 그가 축복의 길을 걷도록 용기와 위로를 전해야 한다.

다섯째, 후원과 함께 시간을 잘 지켜서 격려한다.

여섯째, 과정 지향적인 돌봄을 유지해야 한다. 위기를 만난 사람들에게 결과 지향적인 사고는 금물이다. 목회자는 위기를 만난 성도들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곱째,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해야 한다. 목회자는 위기를 만난 사람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기도해주며, 위기가 도리어 기회의 길로 가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 성도들이 위기관리 능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나가는 말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 줄을 알지 못하느냐 너희는 너희의 것이 아니라 값으로 산 것이 되었으니 그런즉 너희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라”(고전 6:20)라는 말씀에 의지해 목회자들이 성도들을 돌볼 때에, 성도들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굳건히 지탱될 수 있을 것이다(요 3:16, 10:11, 고전 6: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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