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시작하는 글

목회자에게 병원심방은 일상적인 사역이다. 그런데 병원심방을 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배워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심방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지식으로 심방하고 돌보는 게 전부이다. 그러다보니 입원한 환자의 입장을 생각하며 돌보기보다는, 심방자 자신의 입장에서 돌봄에 나서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다른 돌봄에서와 마찬가지로 병원심방에 있어서도 돌봄을 받는 쪽, 즉 환자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부터 불안한 마음을 갖는다. 의사로부터 어떤 진단을 받게 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생명의 위험, 건강의 위험, 직장의 위험, 관계의 위험을 느끼며 병원생활을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치료를 통해 병을 고칠 수 있다는 확신 너머에, 혹시 결과가 좋지 않아서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환자의 마음 속에 자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입원환자가 느끼는 고통

병원에 입원하는 순간, 환자들이 느끼는 위험에 대한 반응은 근심, 걱정, 슬픔, 절망 등으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제일 많이 나타나는 현상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모든 입원환자들에게 곧바로 죽음의 공포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부상이나 질병이라면 아무래도 평상시보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크게 갖게 된다.

비록 신앙인이라도, 하나님께서 자신에서 영원한 생명을 허락하셨다는 사실을 믿는다 할지라도 죽음의 공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정신임상학자이자 의사인 엘리자베스 큐블러 로스(Elizabeth Kubler-Ross)는 이에 관한 심리적 문제가 5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1. 부정의 단계

입원환자들은 자신의 병세와 주변의 죽어가는 환자들로 인해 부정적인 단계에 들어간다. 가벼운 병일 경우에는 이 단계에 오래 머무르지 않지만, 중병일 경우에는 상당히 지속적으로 이 단계의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2. 분노의 단계

입원환자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여러 요인들이 존재한다. 정보의 부재, 지루한 대기시간,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 먹고 마시고 싶은 것들에 대한 제한, 수면제 복용, 사생활의 노출 등이 그런 요인들이다. 가장 큰 분노의 요인은 죽음의 가능성이다. 같은 병세라도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더라는 이야기가 다른 환자들 사이에서 들려오면 때로는 그로 인해 안도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이 나쁜 결과에 해당하는 대상이 될까 봐 분노하기도 한다.

3. 타협의 단계

만약 환자 자신이 죽을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의료진의 의술을 믿고 자신이 치료될 수 있다고 스스로 타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긍정적 가능성을 믿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4. 우울증의 단계

입원생활이 장기화되면 외롭다는 감정, 혼자라는 생각에 우울증이 가중된다. 이때의 우울증은 상실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퇴원한 이후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신이 죽을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임박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 깊은 우울증에 시달린다.

5. 수용의 단계

입원한 상태에서 죽음을 직면하게 될 때, 일부 환자들은 자신의 집에서 임종하기를 바라는데 가족들이 병원에서 임종을 원해 의견대립이 생기기도 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환자들은 앞에서 언급한 다섯 단계 중 어느 것에서도 벗어나지 못한 채, 한꺼번에 고통과 좌절을 겪는 경우가 있다.

입원환자를 돌보는 방법

입원환자들에게는 많은 신체적 변화가 찾아온다. 수술로 몸의 일부분을 절단할 수도 있고, 투여된 약으로 인해서 머리털이 빠질 수도 있으며, 일부 신체기능을 상실하거나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목회자들은 이런 상황에 처한 환자들의 마음을 다독여주어야 한다. 추하게 변한 모습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점점 멀리하거나 더이상 가까이 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것은 적잖은 위로를 건넨다.

병원심방을 위한 준비

입원환자를 만나려면 미리 전화를 걸어서 방문에 적합한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병원생활을 하다보면 작은 일에도 민감해져서 사람을 꺼려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목회자들은 병원심방 전 반드시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달라고 간구하며, 성령께서 자신과 동행하여 돌봄에 필요한 재능과 지혜를 주시도록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병실에서 환자를 만나는 순간에는 복잡한 마음을 다 비우고, 오로지 환자를 주님께서 도우시고 인도해주시도록 기도하며 말씀을 전할 준비를 하자.

여기서 우선순위를 잊지 말아야 한다. 돌봄 사역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바로 예수님이시며, 그 다음이 환자, 가장 나중이 목회자 자신이다. 목회자는 돌봄을 수행하는 존재이고, 진정한 치유자는 예수님이신 것을 명심하자.

병실을 방문할 때

병원심방 때마다 환자의 침대 어귀에 붙여놓은 지시사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환자가 혼자 쓰는 병실이라면 먼저 노크를 하고, 만약 안에서 반응이 없으면 좀 더 세게 두드리고 기다리자. 예절 바른 행동에 환자는 고마워한다.

노크를 여러 번 해도 반응이 없다면 임의로 문을 열지 말고, 간호사를 통해 환자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혹시 잠들었다면 깨워도 되는지를 묻고 다음 행동을 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알고, 서로 편안해진 분위기에서 대화를 시작하자. 만약 병실에 환자 혼자 있다면 침대에 걸터앉아 대화를 하지 말고, 환자와 서로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쪽에 의자를 두고 앉아 대화를 하는 것이 좋다. 목회자가 말과 행동으로 전하는 사랑은 불안감에 시달리던 환자를 위로하고, 상처를 회복하는 힘이 된다.

만약 환자가 목회자와 단둘이서만 긴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면, 휴게실이나 복도 한쪽에서 따로 대화할 공간을 찾자. 병원심방은 환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되도록 공손하게 질문하고 긍정적으로 응대하며 기도는 너무 길지 않게 해야 한다. 전체 심방 시간은 대략 15~30분이 적당하다. 환자가 수술을 마친 직후라면 평상시보다 심방시간을 짧게 하되, 여러 차례 자주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간호하는 가족들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일은 환자 본인만 아니라 그 가족들도 동시에 위기를 경험하는 것이다. 모두가 정상적인 삶의 자리에서 벗어나 비상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가족들은 입원환자에 대한 염려로, 환자가 퇴원 후에 맞게 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긴장에 빠진다. 환자가 이전처럼 건강을 회복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염려와 두려움이 따라온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환자와 함께 그 가족들도 최선을 다해 돌보아야 한다.

환자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이 염려와 두려움을 표출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제공해주자. 돌봄 사역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상대를 안전한 포구로 인도하는 것과 같다.

식구 중 누군가가 병원에 입원하면 그 가족들은 어려운 주제의 대화를 주저하고 피하려는 모습이 나타난다. 자존심 때문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기를 꺼리는 것일 수도 있고, 수술로 인해 생길지 모를 결과들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힘들어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가족조차 서로의 기분을 표출하는데 조심스러워 하고 염려에만 사로잡히게 된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목회자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환자의 가족들은 귀 기울여주는 목회자를 통해 자신의 불안한 처지가 충분히 이해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위로를 받게 된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출구를 찾거나, 갈등과 고민의 바다를 용기있게 항해할 힘을 얻는다. 최악의 상황에서라도 자신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을 느낀다.

변화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도록 하라

환자가 퇴원을 앞두게 되면, 가정에서 환자가 회복할 때까지 돌볼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도와줄 필요가 있다. 아무리 사랑이 많은 가족들이라도, 퇴원한 환자를 가정에서 돌보는 일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환자를 잘 맞아들이려면 가족들은 정신적·감정적으로 미리 준비되어야 한다.

때로는 더 큰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방문간호사나 요양보호사를 구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병원에서처럼 편리한 침대가 환자에게 계속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도 돌보는 이의 역할이다.

●나가는 말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에는 감염 위험으로 인하여 병원심방이 거의 허락되지 않고 있다. 교우들이 병원에 입원해도 목회자가 심방을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는 위에서 열거한 돌봄의 원칙들을 숙지하고, 다방면으로 돌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 문자나 영상통화 방식 등으로 접촉하면서, 환자나 가족들에게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격려하는 이들이 있음을 기억하게 해주자. 무엇보다 환자들이 행여 마음 상하는 일이 없도록 건강한 돌봄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아프고 병들 수 있다. 예외인 사람은 하나도 없다. 상황에 맞게 입원환자들을 돌볼 새로운 방법을 찾고, 환우들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가장 좋은 돌봄을 제공하기에 힘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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