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하늘의 은혜와 사랑 드러내는 목회자의 돌봄 계속 이어져야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시작하는 글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은 대부분 공포와 슬픔, 절망과 고뇌로 인하여 힘들어 한다. 스위스 출신의 정신분석학자인 엘리자베스 큐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 박사는 미국으로 이민한 후 말기 암환자들을 상대로 한 호스피스 의사로 활동하며 <죽음과 임종에 관하여>(On Death and Dying)라는 책을 저술했다. 그녀는 말기 암환자가 임종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음과 같은 5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부정(denial)
갑자기 사형선고를 받는, 너무나 크고 두려운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면할 때 나타나는 반응의 첫 단계가 부정이다. 불치의 병이라는 판정을 받고 나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병이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이다. “나는 결코 죽지 않아”, “의사의 검진이 틀렸어. 더 정확하게 진단을 할 수 있는 유명 의사에게 검진을 다시 부탁할 거야”라고 생각한다.

2단계:분노(anger)
죽어가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두 번째 반응은 분노이다. 자신이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분노하며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신앙이 돈독한 사람이라도 자신이 곧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을 병들게 한 사람,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 심지어 하나님을 향해서도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생긴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렇게 죽어가야 하는가”라는 것이 분노 단계를 겪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3단계:타협(bargaining)
분노의 단계가 지나면 반드시 타협의 단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신에게 죽음을 다가온다는 사실을 일단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도, 생명의 연장을 합리화하려는 반응들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지금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등등의 자기 생명이 연장돼야 하는 이유를 내세운다. 이와 함께 그리스도인들의 경우에는 하나님께 자기 생명을 연장하여 주는 조건으로, 주님을 위해 자신의 무엇인가를 바치겠다는 약속도 한다. 때로는 의사들과도 타협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들이 한 타협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결국 타협 자체가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4단계:우울(depression)
다음 단계의 반응은 깊은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다. 더 이상 만성적인 병을 부인할 수도 없고, 큰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나, 또는 병원에서의 입원생활이 길어지면서 스스로 죽어가고 있다는 징후들을 경험한다. 몸은 점점 쇠약해지고, 몸무게는 형편없이 빠져서 뼈만 남게 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고 깊은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점점 심해지는 상실감으로 우울증은 더 깊어진다. 상실감이란 자신의 생명을 잃는 것뿐만 아니라 사랑했던 가족과 친구, 나아가서 미래에 대한 희망 모두를 놓아 보내야 한다는 생각까지 포함된다. 이것이 깊은 우울증으로 연결되며, 나아가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지도록 만든다.

5단계:수용(acceptance)
임종을 앞둔 이들이 우울의 과정까지 지나고 나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소외시키거나 격리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제는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며,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 조용히 있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마지막 죽음을 수용하는 단계에 오면 더 이상 죽음과 싸우지 않는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며 자신 주변을 정리하게 된다.

그러나 한번 죽음을 수용했다고 해서 임종까지 수용의 단계가 계속 이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용이 이루어졌다고 느낀 바로 다음날부터 다시 부정과 분노와 타협의 반응이 다시 생겨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종을 앞둔 이들을 돌보는 방법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는 일도 일반적인 돌봄과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 목회자는 피돌봄자가 앞서 설명한 5단계 중 어느 단계에 있든지, 그대로 수용하고 경청하며 필요한 돌봄을 베풀어야 한다.

특히 임종을 앞둔 이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이 떠난 다음 남은 가족에게 누가 안 되도록 주변을 잘 정리하도록 권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인생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인간관계가 있다면 당사자와 화해하도록 주선하거나, 스스로 마음속에서 맺힌 것을 풀고 털어내도록 돕는 것도 좋다.

특히 임종예배 때에 죽어 가는 자의 돌봄을 지혜롭게 해야 한다. 비록 천국에 대한 믿음과 위로가 있더라도, 이 땅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에게는 슬픔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임종을 앞둔 이의 가족들도 모두 슬픔에 젖기 마련이므로, 목회자는 그들까지도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돌보아야 한다. 유가족들은 죽어가는 사람과 같은 아픔을 겪는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면서 상실감으로 깊은 슬픔에 빠지기에, 이들 역시 돌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유가족에게 나타나는 반응

천국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이를 잃는 상실의 아픔 때문에 유가족들에게 분노가 치솟을 수 있다.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 때문에,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막을 수 없는 스스로의 나약함 때문에도 분노가 일어날 수 있다. 목회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고, 용기를 주며, 신앙적인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때로는 유가족들에게 타협 반응이 나타난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주기만 한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처럼 불합리한 타협이라도 목회자는 그것을 나무라기보다는 임종을 맞이하는 과정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타협의 반응이 죄의식으로 인해 오는 것이라도, 하나님께서 용서로 적절하게 치유하여 주시도록 기도하며 그들의 아픈 가슴을 풀어주고 용기를 건네야 한다.

죽음의 순간 포착하기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은 소중하다. 그러므로 목회자들은 임종 직전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다양한 증상들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숨을 가쁘고 깊게 몰아쉬거나 불규칙하게 쉰다 ②가래가 끓다가 점차적으로 숨을 깊게 천천히 쉰다 ③체온이 점차 떨어지며 손발이 차가워지고 식은땀을 흘리며 점차 피부색이 파랗게 변해 간다 ④맥박이 약해지고 혈압이 떨어진다 ⑤대소변을 의식하지 못하고 항문이 열려 대소변을 본다 ⑥의식이 점차 흐려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⑦눈으로 보일 정도로 나날이 쇠약해져 간다 ⑧음식에 대해 관심을 잃고 묽은 음식조차 삼키기 어려워진다 등등.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목회자는 가족들에게 그 상황을 알려야 한다. 미리 누구에게 연락할 것인지 명단과 전화번호를 파악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단, 가족들에게 상황을 전달할 때 청각이 사람에게 가장 마지막까지 지속되는 감각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임종을 앞둔 사람 옆에서 비소망적인 말은 삼가라는 말이다.

대신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감사의 말, 용서를 비는 말, 마지막 인사의 말, 천국에 대한 확신의 말, 환자가 떠난 후에도 열심히 잘 살겠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 등)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이는 임종자가 더 이상 이 땅에서 삶에 후회를 남기지 않고 기쁘게 떠날 수 있도록 돕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목회자는 임종자를 위한 마지막 돌봄자로서 하늘의 은혜와 사랑을 드러내야 한다. 단지 형식적이고 수동적인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주님이 임종자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에 대한 절실한 표현이 있어야 한다. 임종의 순간 목회자의 돌봄 순서는 다음과 같이 하는 것이 좋다.

①성경 보기:성경은 약속과 확증을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의 언약과 관계되는 구절을 읽고, 만약 할 수 있다면 임종자에게 그 말씀을 믿는지 여부를 확인하면서, 구원의 확신과 하나님나라의 은혜를 전한다.

②기도:기도는 임종하는 사람이 하나님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게 하는 끈이다. 특별히 하나님이 가까이 계시며,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도록 구원에 대한 기도를 올려야 한다.

③용서:임종의 순간 당사자나 그의 가족 또는 친구들에게는 깊은 죄의식이 발생한다. 목회자는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약속된 하나님의 용서를 선포함으로, 위로의 사역을 잘 감당하여야 한다.

④찬송:임종자를 떠나보내는 순간에는 내세에 대한 소망과 위로와 기쁨을 전하는 찬송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임종자에게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더라도, 찬송 가사를 통해 세상을 떠나 주님 나라에 이르는 것이 우리의 최후승리라는 진리를 다시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임종 이후에도 유가족들이 목회자에게 장례집례를 부탁하면 반드시 들어주어야 한다. 특히 장례를 진행하면서 목회자는 고인을 돌보는 가운데 겪은 일들을 함께 추억하면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참 소망 되신 주님께로 유가족들을 인도해야 한다.

●나가는 말

목회자가 유가족들의 아픔을 완벽하게 위로하기는 쉽지 않다. 가족의 상실로 인하여 아픔을 겪는 그들에게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위로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장례과정에서 목회자를 통해 유가족들이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고 해도, 고인에 대한 죄책감은 다 씻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사랑과 위로로 유가족들에게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전하고, 가족구원을 이룰 수 있도록 목회자의 돌봄이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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