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진지하게 고통을 수용하고 전통적 신앙의 확증을 주라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시작하는 글

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유난히 심한 우리 사회에서 우울을 겪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아직도 ‘우울’이라는 현상을 대수롭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우울이 심화되면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우울증은 전체 인구에서 5명 중 1명꼴로 걸리는 흔한 질병이 되어버렸다.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 발표한 자료에서 모든 질병들 가운데 우울증이 심장질환에 이어 인류를 괴롭힐 질병 중 2위를 차지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우울의 3종류

우울증은 보통 스트레스로 인한 사회·심리적 요인과 뇌의 신경전달 물질과 같은 생화학 물질 등 유전적 요인이 상호작용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녀 전체로 본 유병률은 15% 정도인데, 여자의 경우만 보면 전체 평균보다 높은 25%나 차지한다. 증상 또한 각양각색으로,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심각해져 죽음에 이르게도 하는 병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해 잘못 알고 있거나,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울’은 크게 정상적 범위에 있는 신경증적 우울과, 정신병적 범위의 우울로 구분할 수 있다. 정상적 범위의 우울은 상담의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범위의 우울은 정신과 치료를 요한다. 우울을 겪는 환자들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울의 증세부터 알아야 한다.

정신분석학자인 미너스(Mines)와 마이어(Myrer)는 우울 증세에 대해 “먼저 정서적으로 우울하고 슬픈 느낌이 든다. 그러고 나서 고통스러운 생각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나고, 무엇인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이 사라지며 안절부절하게 된다. 예전 같으면 쉽게 처리할 수 있던 일들이 매우 큰 짐으로 느껴져서 평소 해오던 직업을 포기하는 일도 있다. 또한 신체적으로는 체중이 감소하고, 식욕이 떨어지며, 소화가 잘 안되고, 변비가 잘 생기며,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불안이 깊어지고 잠이 오지 않으면서 허상 증세를 보이다가, 자살까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우울증상은 새벽과 아침 무렵에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뿐 아니라 우울증은 여러 원인들이 매우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대개 “기분이 침체해서 의욕이 없고 꼼짝하기 싫다” “사는 게 재미없다” 등 저조한 기분만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우울이 심해지는 경우 매사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지나친 근심 걱정을 하게 되고, 장래에 대해서도 매우 비관적이 된다. “나 때문에 우리 집안이 망하게 되었다” “나만 없어지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는 죽을병에 걸렸다” “누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식으로 피해망상, 허무감, 죄책감, 망상 등에 사로잡혀 결국에는 죽음으로까지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특징

우울증 걸린 사람들의 외모를 관찰해보면 보통 축 늘어져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자세가 구부정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한다. 어깨에도 힘이 없다. 몸단장에 관심이 전혀 없어, 머리를 감지 않고 세수도 안 한다. 남자들 같은 경우 수염을 깎지 않고 양치까지 하지 않아서 그 옆에만 가도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경우도 있다.

늘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에 있으니 이런 사람들이 활기찬 삶을 영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우울이 깊어지면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고, 시부모님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친정 부모와의 관계까지 좋지 않다. 이렇게 가까운 이들과의 인간관계조차 어렵기 때문에 매사에 아파하고 힘들어한다. 보편적으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내적 특징들이 있다.

첫째,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100% 죽음을 생각한다. 자살과 우울증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하는 사람들 중 70~80%는 우울증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밖에 10~20%에는 정신분열증, 나머지 10%에는 병적인 상태와 상관없는 충동적 원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집중력이 떨어진다.

셋째,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굉장히 흥분하며 신경질을 부리기도 한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무기력해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힘을 내어 소리를 지르고, 크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에 늘 염려스러운 생각만 골라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우울증 환우들의 돌봄

하나님 앞에서 치료받지 못할 질병은 없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로 치료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한 번의 기도나 한 번의 돌봄으로 하루아침에 치료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우울증이 심해져 잠을 여러 날 자지 못하거나, 환청이나 환각 같은 증세가 나타날 때에는 의학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서 환자 내면에 있는 분노를 해소해야 하며, 영적으로는 구속의 은혜 체험을 통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돌봄이 필요하다.

첫째, 우울증 환우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반응이 더디다. 대화를 할 때도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래서 돌보는 이들은 과정지향적인 돌봄에 목표를 두고, 인내심을 유지한 채 환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둘째, 수용하라.

우울증을 심하게 겪는 이들은 너무 까다롭다는 인상을 풍긴다. 때문에 사람들이 그 곁에 있기를 꺼리곤 한다. 돌봄은 그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는 데서 시작한다. 돌보는 이들이 환자를 거절하지 않고 수용하게 될 때, 환자들은 어두운 곳에 빛이 비춰지는 것과 같은 치유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셋째, 대화를 시도하라.

우울증을 제외한 다른 돌봄의 경우에는 돌보는 이와 돌봄을 받는 이 상호간에 대화를 어떻게 시작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를 돌보는 경우에는 다르다. 그 특성상 돌보는 이가 주도권을 가지고 대화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우울증 환자들은 아주 수동적이기 때문에, 대화의 시작뿐만 아니라 대화의 전반을 돌보는 이가 이끌어가면서 진행해야 한다.

넷째, 환우가 자신의 기분을 표출하도록 용기를 주라.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빈번하게 울고 싶다는 자신의 기분을 암시할 때가 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울고 있지 않더라도, 내적으로는 울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돌보는 이들은 돌봄을 받는 이가 울고 싶어 하는 마음을 민감하게 잘 파악해낼 뿐 아니라,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 수 있도록 용기를 주어야 한다.

다섯째, 진지함으로 우울증 환우를 대하라.

우울증 환자들을 돌볼 때는 매우 진지해야 한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섣부른 농담을 건네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환자들과 감정과 기분을 공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농담은 자칫하면 기분전환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오히려 환자들을 더욱 무력하게 만들뿐이다.

여섯째, 소심한 상태에서 나타내는 부정적인 행동이나 결정을 만류하라.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갑작스럽게 학교나 직장을 그만두겠다거나, 혹은 중요한 인간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얼마 못 가서 자신의 충동적인 결정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돌보는 이가 잘 교훈하고 격려하여, 환자가 잠재적으로 해로운 결정을 내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 희망을 심어 주라.

우울증 환자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하려면, 먼저 환자에게 우울증에 빠지도록 빌미를 제공한 정체가 무엇인지 밝혀주어 이를 극복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여덟째, 전통적인 신앙의 확증을 주라.

우울증 환자를 돌보는 이는 돌봄을 받는 이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앞에서 소개한 돌봄의 원칙들을 지속적으로 적용하면서, 특히 감정을 공유하는 말씀들(시 38:6, 시109:22, 잠 17:22, 렘 15:10)과, 용기를 주는 말씀들(시 25:15~18, 42:11, 116:6, 147:3, 고후 4:8~10, 빌 4:1)을 소개한다. 아픔을 들어주고, 위로하며, 희망을 심어주면서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가는 말

우울에 빠진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 구약성경 열왕기상 19장에 등장하는 선지자 엘리야의 상태가 바로 그러했다. 엘리야는 갈멜산 전투에서 하늘에서 불이 내려 큰 승리를 거둔 다음, 급격한 우울상태로 빠져들었다. 아합왕의 아내인 이세벨의 살해협박을 받으며 침울해지고 만 것이다.

엘리야는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죽기를 구하였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취하옵소서. 나는 내 열조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이때 하나님의 사자가 엘리야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숯불에 구운 떡과 물을 준다. “일어나서 먹으라.” 하나님께서 만져주시니 엘리야는 위로를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교회 안에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찾아가 만나라. 그들이 원한다면 함께 기도하고, 함께 예배하며 축복하라. 그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담대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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