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아픈 감정 경청하고 공유하며 새로운 도전 적극 응원하라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김경수 목사(광은교회·제105회 총회중독상담대책위원장)

●시작하는 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눈에 보는 사회 2019’는 한국의 이혼율이 2016년 기준 인구 1000명당 2.1명으로 1990년(1.1명)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으며, OECD 평균(1.9명)도 넘어섰다고 보고하였다. 비록 결혼 생활은 끝이 났다 할지라도 자녀문제, 재산문제, 주택문제 등등 계속 여러 문제들과 부딪히면서 이전 배우자와 계속하여 그 상처를 되새겨야 한다.

정체성의 상실

이혼하는 사람이 겪는 고통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정체성(Identity)의 상실’이다. 오랜 시간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의 어머니, ○○○의 부인 또는 남편으로 인식되었는데 그 정체성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결혼을 죽음이 갈라놓기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이러한 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 지니라”는 말씀 앞에서 혼인서약을 한다. 그런데 그 말을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되었을 때, 스스로 정체성이 무너져 내린다. 이혼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변화는 다음 4단계로 나타난다.

1단계:저항

이혼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감정 상태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이혼 그 자체를 수치스러운 것으로 생각해왔다. 누군가에게 ‘이혼녀’ ‘이혼남’ ‘이혼자의 자녀’라고 비쳐지는 시선을 두려워하고, 이혼한 삶을 떳떳하지 못한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이혼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저항심리가 작용한다.

2단계:부정

저항 다음으로 찾아오는 것이 부정의 단계이다. 결혼 생활의 종결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으면서, 배우자가 언어나 육체적인 폭력을 남용하여도 현실을 직시하기를 거절하다가 결국 파국을 맞기도 한다.

특히 한쪽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결혼 생활이 끝났다고 선언하게 되면 부정하는 감정의 폭이 더욱 커진다. 어떤 경우는 이혼한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합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데, 이것 또한 부정의 한 표현이다.

3단계:분노와 죄책감

이혼 상황에 처한 부부가 서로를 향한 분노가 커지면, 불편한 감정이 조금만 생겨도 서로 잡아먹을 듯이 덤비게 된다. 상대 배우자의 장단점을 워낙 서로 잘 알기 때문에, 분노의 단계에서는 상대방의 약점이나 상처를 크게 들춰내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4단계:흥정

결혼 생활을 어떻게든 되살려 보려고 마지막으로 시도하는 행위를 ‘흥정’이라 할 수 있다. 상대 배우자에게 자신의 어떤 행동을 고쳐 보겠노라는 약속을 하는가 하면, 그리스도인들의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목회자나 전문카운슬러를 함께 만나보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 이혼의 전개 과정이 중단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마저 돌이키지 못하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 결국 결혼은 종결을 고하게 된다. 사실 흥정도 부정의 한 단면으로, 상실의 슬픈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혼자를 돌보는 방법

이혼자를 돌보는 사역은 다른 말로 하면 슬픔을 돌보는 사역이다. 이혼을 경험하는 사람을 돌보기 위해서는 슬픔이라는 고통스러운 여행을 함께 떠나야 한다. 이 길고긴 여정 중에는 돌봄자가 피돌봄자와 관계를 맺기 어려운 때도 있다.

그러나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관계를 허망하게 붙들고 있으면서, 부정의 상태 속에 갇혀서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이들을 지켜보면 목회자의 입장에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목회자가 이혼을 맞이한 성도들을 돌보기 위해 나설 때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서로 간의 신뢰이다.

이혼자들은 대부분 거절을 경험한다. 또한 자신이 사랑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낭패감을 경험한다. 목회자는 바로 이들에게 이혼이라는 상황에서도 그들을 중요한 사람이요,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혼자들이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돌봄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 관계 구축과 유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혼을 경험하는 사람을 돌볼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주제들까지도 이야기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 수준이 되어야 자신이 이혼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실제 상황들이나 본인이 현재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까지 목회자에게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때 돌봄자로서 목회자가 아주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피돌봄자를 비판하거나 배격하는 말들을 반드시 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혼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 중에 한 가지가 비판에 대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이혼자를 잘 돌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무조건적인 긍정으로 대하는 재능이 필요하다. 물론 이 재능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기 때문에 얻기 쉽지는 않겠지만, 목회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열심히 기도하면서 돌봄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무조건적인 긍정’이라는 게 목회자가 돌보는 이혼자의 상대 배우자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약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적대적이라 하더라도 목회자는 비판의 말들을 지혜롭게 피해가면서 피돌봄자의 언어를 경청하며,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면서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한다.

감정을 표출하도록 용기를 주라

이혼자와 돌봄의 관계를 구축해 가면서, 목회자에게는 피차에 마음을 열며 감정을 함께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과 지향적인 방법보다는 과정 지향적인 방법으로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혼자를 위로하고 소망을 주는 돌봄, 그들의 기분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피돌봄자의 목소리 톤이나 몸짓 언어(body language)에도 주의를 기울이면서, 피돌봄자가 무엇 때문에 이혼하는지 깊이 이해해야 한다. 또한 그가 받은 상처나 분노와 죄책감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어야 한다. 무조건 해결책을 제시하려고만 하지 말고, 피돌봄자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피돌봄자가 심리적 안정을 찾게 도와주면서, 온전하신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인도해야 한다.

비밀을 지키라

목회자는 이혼한 성도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남모르는 비밀을 알게 된다. 이 비밀들을 다른 누구에게도 누설하지 말고, 끝까지 신뢰를 지키며 돌봄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혼을 겪은 성도가 마음이 상한 상태에서 목회자를 자기편이라 믿고 털어놓은 말들을 누설한다면, 그 성도는 목회자로 인하여 받은 상처로 인해 이후에 누구에게든지 마음 문을 완강하게 닫을 것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비밀을 잘 지켜주면서 신뢰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시도를 격려하라

이혼자가 되었다는 사실도 감당키 어려운데, 이혼으로 초래된 변화에 적응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심사숙고해서 선택해야 할 많은 과제들을 혼자 힘으로 결정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직장을 바꾸기, 자신이 살 집이나 장소를 물색하기, 독신으로 계속 살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짝을 찾을 것인가 등등 힘든 결정들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만약 이혼자가 새 인생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목회자는 그 결정들을 하나 둘 씩 실천에 옮기도록 용기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피돌봄자의 등을 억지로 떠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피돌봄자가 변화를 위한 어떤 일에 흥미를 보이면, 그 이야기를 잘 경청하면서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격려를 보내라는 뜻이다.

돌보는 성도가 이혼의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하여 새 인생에 대한 삶의 의지가 확고해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혼의 상처는 생각보다 오래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혼자에게 남아 있는 분노 슬픔 상처 죄책감을 잘 다스리도록 보살피면서, 거절당한 자의 아픔을 평생 가지고 살아갈 그들을 사랑과 위로로 돌보는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

●나가는 말

목회자가 이혼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먼저 은혜로운 수용으로 감정을 공유하고 경청하는 태도를 보여주며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피돌봄자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주면서, 그가 이혼의 아픔을 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 이혼자가 새 인생에 도전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되면, 그가 결정한 것들을 하나 둘씩 실천에 옮기도록 용기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피돌봄자의 등을 떠밀라는 뜻은 아니다. 피돌봄자가 변화를 위한 어떤 일에 흥미를 보이면, 목회자는 그에 대해서 귀 기울여 들어주면서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어야 한다. 또한 이혼의 충격으로부터 피돌봄자가 완전히 회복된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이혼의 상처가 생각보다 오래 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혼 후에도 남아있는 분노, 슬픔, 상처, 죄책감을 잘 다스리도록 보살피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평강이 그에게 임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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