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길④ 이제 총회 재난구호도 체계가 필요하다
특별구제헌금 계좌 일원화 필수
재난구호금 배분 기준 마련해야
긴급구호보단 피해 복구에 전념

총회의 특별구제는 이제 연례 사역이 됐다. 올해만 해도 산불과 수해라는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수해가, 2022년에는 강원도 산불과 튀르키예 대지진이라는 참사가 벌어졌다. 그때마다 총회는 특별구제헌금을 모금해 피해 복구를 지원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대형 재난의 빈도는 지금 같진 않았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매년 수해, 산불, 태풍 등의 국가적 재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총회는 아직도 재난구호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구제부나 해당 재난 TFT가 의사결정을 거쳐 특별구제를 진행했다. 그간 총회의 특별구제 활동이 특별히 문제가 있던 건 아니다. 다만 재난구호체계를 갖춘다면 총회가 더욱 신속하고 수월하게 구제사역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총회가 재난구호체계 구축을 위해선 무엇보다 명문화된 재난구호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총회 재난구호 매뉴얼에 수록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단 하나의 특별구제헌금 계좌

총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특별구제헌금 계좌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총회의 특별구제헌금 계좌는 ‘국민은행 829-01-0291-028 재)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이다. 구제부는 이 계좌를 통해 특별구제헌금을 모금한다. 다만 간혹 재난 TFT가 조직되면 별도의 특별구제헌금 계좌를 마련해 전국 교회에 공고하기로 한다. 그러나 총회에서 특별구제헌금 계좌를 여러 개 사용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다.

특별구제헌금 계좌를 일원화하면 구제에 동참하는 교회와 성도가 편리하다. 총회 특별구제헌금 계좌만 기억하면 광고나 공고를 확인하지 않고도 재난 발생 시 구제헌금 송금이 가능하다. 아울러 일부 교회에선 피해 입은 교회나 목회자에게 개별적으로 송금하는 사례가 적지 않는데, 이것 또한 줄어들 여지가 있다. 개별 지원이 줄어들면 총회에선 더욱 정확한 재난구호금 배분이 가능해진다.

산정현교회 김관선 목사는 “재난이 발생한 후 총회 특별구제 모금이 공고될 때까지 1주에서 2주 정도의 공백이 있다. 우리 교회는 재난이 발생한 해당 주일에 성도들이 구제헌금을 봉헌하는데, 그때까지 총회 특별구제 광고나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래서 기다렸다가 구제헌금을 송금하는데, 총회 특별구제헌금 계좌가 일원화되면 광고가 나오기 전에 송금할 수 있으니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총회는 전국 교회와 성도들이 기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특별구제헌금 계좌를 두어야 한다. 특히 구제부는 캠페인이나 광고를 통해 총회의 특별구제헌금 계좌는 단 하나라고 전국 교회에 알려야 한다.

지난 4월 경북 산불 피해 현장을 찾은 총회임원과 구제부 임원들. 총회는 재난이 발생하면 구제부 중심으로 피해 복구에 나섰다. 하지만 더욱 신속하고 체계적인 구제 사역을 위해 재난구호지침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4월 경북 산불 피해 현장을 찾은 총회임원과 구제부 임원들. 총회는 재난이 발생하면 구제부 중심으로 피해 복구에 나섰다. 하지만 더욱 신속하고 체계적인 구제 사역을 위해 재난구호지침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재난구호금 배분 및 적립

특별구제 사역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모금된 구제헌금을 어떻게 지원하느냐다. 현재 총회는 구제부가 재난 피해 현장을 실사하고 지역 노회의 보고를 받아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이어 피해 정도에 따라 재난구호금을 배분한다. 하지만 기준은 없다.

예장통합은 피해 정도에 따라 A급(교회 및 부속건물과 사택 모두 완파) B급(교회만 완파) C급(교회 및 사택 50% 이상 파손 또는 침수) D급(교회 및 부속건물 30% 이상 파손 또는 침수) E급(교회 및 부속건물 경미 파손 또는 침수)으로 재난구호금을 배분한다. 총회가 재난구호지침을 마련한다면 재난구호금 배분 기준은 꼭 포함되어야 할 항목이다.

재난구호 대상 선정 기준도 정해야 한다. 총회는 주로 피해 교회와 목회자를 구호 대상으로 삼았다. 다만 특별구제헌금 모금의 성과가 클 때는 구호 대상을 성도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 역시 정해진 기준은 없었다. 따라서 피해 정도에 따라 모금 정도에 따라 교회와 목회자만 지원할지, 성도까지 포함할지, 지역주민까지 확장할지, 재난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교회와 노회까지도 지원할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모금된 특별구제헌금 일부를 재난구호기금으로 적립할 것을 제안한다. 총회의 특별구제헌금은 목적헌금이라는 명목 아래 해당 재난 복구에만 사용해왔다. 다만 올해 산불 특별구제헌금은 10억원 넘게 모금되면서, 피해 교회 목회자 성도에 피해 마을까지 지원하고도 3억원 이상 남았다. 이런 경우 목적헌금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잔액을 재난구호기금으로 적립해 다음 재난에 대비하는 유연함과 지혜가 총회에 필요하다.

구제부장 고상석 목사도 재난구호기금 적립에 찬성했다. 고 목사는 “올해 산불과 수해처럼 재난이 연이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보통 앞선 재난 이슈 때문에, 다음 재난 이슈는 묻히고 모금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재난구호기금이 존재한다면 모금이 미진해도 효과적인 구제가 가능할 것이다. 재난구호기금 적립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긴급구호활동은 시기상조

현재 총회는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총회가 긴급구호활동도 전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의 긴급구호활동은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단장:조현삼 목사)이 전담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은 재난이 발생하자마자 현장에 들어가 물과 라면, 구호키트 등 생필품을 공급한다. 이어 재난 현장과 소통하며 필요한 물품을 계속 지원한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사무총장 이석진 목사에 따르면 국내 재난의 경우 사례별로 다르지만 보통 재난 초기엔 약 2000만원의 재정에 3~4명의 인원이면 긴급구호활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2~3일이 지나면 2000만원을 전부 쓰게 되고 이어 재정과 물품 공급이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긴급구호활동에 투입되는 재정과 인력을 고려하면 총회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석진 목사는 “긴급구호활동은 재정과 인력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긴급구호활동을 사명으로 여기고,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꾸준히 현장에 출동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총회가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긴급구호활동을 시작해도 좋다. 그게 아니라면 기존의 피해 복구 사역에 집중하는 게 낫다. 전현직 구제부장들도 총회는 긴급구호활동보다 재난 피해 복구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현직 구제부장들은 재난구호체계 구축을 더 이상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구제부장 고상석 목사는 “재난구호의 기본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특별구제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직전 구제부장 김정수 장로도 “구제부장 당시 재난구호체계가 잡혀 있지 않아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임기 중에 여러 가지를 개선했지만, 현 시점에서 재난구호체계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 재난구호지침 참고해 교단 시스템 구축해야

재난 발생 시 복구ㆍ회복까지 아울러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김영걸 목사, 이하 예장통합)은 국내 교단 가운데 가장 체계적이고 선진적인 국내 재난구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예장통합은 2008년부터 한국교회 재난구호 표준지침에 대한 필요성을 확인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지난해 제108회 총회에서 현재의 구호표준지침을 개정했는데, 우리 교단은 예장통합의 재난구호 표준지침을 참고해 재난구호체계 구축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장통합의 국내 재난구호지침은 총회 사회봉사부를 중심으로 집행된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 실무자가 즉시 피해 상황을 보고하고, 총회 사회봉사부는 긴급임원회를 소집해 지원 여부, 현장 파견, 전국 모금 요청 등을 결정한다. 피해지역에서는 노회 사회봉사부(노회 재난대책위원회)가 현장 구호본부를 설치해 총회와 협력하며 자원을 집결한다. 모든 모금은 총회 사회봉사부가 일원화해 관리하며, 노회의 독자적 모금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사회봉사부는 임원회의 허락을 받아 전국 모금을 요청하는데, 모금액의 최대 20%는 상시 재난구호기금으로 적립한다. 구호물품은 노회와 유관기관이 구매·배분을 맡고, 총회에서 의결된 구호금은 노회 공식 계좌로 송금된다.

예장통합의 재난구호 체계는 ‘재난 전 준비단계’와 ‘피해 복구·회복 단계’까지 아우른다. ‘준비단계’에서는 평시 기금 조성, 재난구호에 대한 교회·노회 홍보, 실무자·자원봉사자 교육 훈련, 관련 기관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재난 발생에 대비한다. ‘피해 복구 단계’에서는 위생, 보건, 식량, 주택 재건 등을 진행하며, 특히 외상과 심리 불안을 가진 이들의 치유와 회복을 중점적으로 돕는다. 지원금은 피해 정도(A~E급)와 교회 규모(1~5급)에 따라 차등 배분된다.

예장통합 재난구호체계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점은, 전문 재난구호 실무자의 역할이다. 해당 실무자는 △재난 발생 시 최초 보고서 작성, 보고 △긴급 재난구호 지원 시 현장에 급파돼 긴급 재난구호 실시 △현지와의 연락을 유지하며 재난구호사업을 계획, 진행, 보고 △재난구호 교육·훈련 담당 등의 직무를 맡으며, 총회 사회봉사부와 노회 조직을 잇는 연결고리로서 재난 대응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예장통합이 구축한 체계적인 재난구호 시스템은 재난 발생에서 복구와 회복에 이르기까지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본 교단도 이러한 체계를 벤치마킹해 교단 실정에 맞는 재난구호 모델을 마련한다면, 해마다 발생하는 국가적 재난과 자연재해 피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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