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교 정치 내쫓는 정치꾼…악습은 밀어내고 품격과 질서를 구축하라

합리적 토의나 합의 대신 몸싸움과 욕설, 구태 벗어나지 못하는 총회
환멸 느껴 떠난 총대 자리엔 논공행상과 정치적 이해관계만 고착화


‘그레셤의 법칙(Gresham’s law)‘이 있다.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화폐법칙의 용어다. 조직에서 도덕적으로 바르고 유능한 사람이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에게 밀려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현상 역시 그레셤의 법칙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레셤의 법칙’은 제100회 총회를 눈앞에 둔 교단도 예외가 아니다. 100회라는 역사적 노하우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회의문화가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고성은 두말할 것도 없고, 몸싸움과 욕설도 심해지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경호원들이 출현하는가 하면, 몇 해 전에는 용역을 동원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 장자교단을 표방하는 교단의 민낯이다.
교단의 최고 권위를 가진 총회에서 볼썽사나운 일들이 반복되면서 비교적 온건하고 신사적인 인사들이 정치 분야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교단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아예 등을 져버리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이 교단에서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제100회 총회를 앞두고 실시한 특별기획의 마지막 순서로, 교단이 정치적이고 과격해지는 악화가 신사적이고 생산적인 양화를 몰아내는 그레셤의 법칙현상을 사례 중심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교단 정치에 있어 그레셤의 법칙의 원인과 이를 타파할 대안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 교단 역사 초유로 용역이 동원된 제97회 총회의 모습이다. 여기에 가스총 사건까지 보태져 교단 망신을 제대로 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품격과 질서가 있는 총회가 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회의시스템 구축과 동시에 정책을 중시하는 총회총대들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사례1  용역총회
파행을 겪었던 제97회 총회를 비꼬는 표현중 하나가 ‘용역총회’다. 검은색 정장의 경호요원들이 총회 첫 날 회의장을 둘러싸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이른바 ‘가스총 사건’도 벌어졌다. 용역동원이 불가피했다는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가스총의 등장은 총대들을 더 화들짝 놀라게 했다. 제97회 총회 이후 용역은 없었지만, 용역동원 못지않게 회의장 출입이 이후 엄격해졌다. 회의장을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서는 안 되지만, 교단 지도자들이 은혜가운데 질서 있게 회의하는 이른바 성총회의 분위기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례2  어깨의 출현
가스총과 용역의 여파는 제98회 총회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이른바 ‘어깨 목사’들이 강대상 앞에서 총대들을 윽박지르며 막아서는 사태가 벌어졌다. 총회 파행 책임을 총회총무가 져야한다는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총회총무를 비호하는 이들이 강대상을 둘러서서 총대들의 발언과 접근을 제압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총대가 아닌 사람이 상당수였음에도 무력을 동원해 총대들을 겁박했다. 용역의 자리에 이제 ‘어깨 목사’들이 총회 분위기를 긴장하게 만든 것이다.
 
사례3  이단을 위해 몸 던지다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댄다. 허리춤을 잡고 패대기를 친다. 머리끄덩이를 잡고 실랑이를 벌인다. 지난 2005년 제90회 총회가 열린 대전중앙교회는 평강제일교회 사태로 아수라장이었다. 총신대 교수들이 이단성을 연구해 발표하고, 총신신대원 학생 1000여명이 회의장 밖에서 철야집회를 했다. 서북노회가 평강제일교회를 가입시켰기 때문이다.
평강제일교회의 교단 가입은 모든 총대가 반대했다. 그런데 유독 서북노회가 평강제일교회를 내칠 수 없다며 몸으로 버텼다. 서북노회 A목사는 평강제일교회 이단성을 지적하는 총대에게 달려들어 밀치고, 땅바닥에 패대기를 쳤다. 난무하는 폭력 때문에 정회가 두 차례나 선포되기도 했다.
당시 90세 박요한 증경총회장은 “지금까지 총회에 참석하면서 이처럼 혼란한 분위기는 처음”이라면서 혀를 내두르며, “성숙한 총회가 되어 달라”는 유언과도 같은 말을 남겼다.

사례4   총회를 짓밟은 교인들
“XX들아! 니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돈 봉투 먹어라!”
2013년 9월 26일. 교단 역사에 길이 남길 치욕스러운 사건이 터졌다. 제98회 총회 넷째 날 제자교회 교인들이 총회 회의장소를 강제로 점거한 것이다.
이날 오전 제자교회의 노회 소속 문제를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으며, 총회는 “교회를 두 개로 나누고 원하는 대로 한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이 있자마자 밖에서 대기 중이던 제자교회 교인 100여명이 회의장에 난입했다. 단상까지 점거한 교인들은 연좌농성을 벌였고, 일부는 돈 봉투를 뿌리며 총대들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개 교회 문제 해결을 위해 폭력이 동원되고, 총회 현장을 강제로 점거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 교단의 100회 총회라는 역사가 무색할 정도로 회의문화가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신사적이고 유능한 인사들이 자리할 공간이 좁아지고 교단을 회피하는 ‘그레셤의 법칙’이 작동되고 있다. 제100회 총회가 성숙한 회의문화가 정착되는 원년이 되도록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례5  논공행상과 유안건의 위험
수년간 총회 임원회의 결정이 문제가 되고 법적 도전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유가 있다. 대부분 정치적으로 신세를 졌거나 지연·학연·노회원 등을 등용시켜야 하는 부담을 애초에 안고 있다. 여기서 공정성과 전문성이 상실되는 우려가 있다. 심지어 제척사유가 있는 사람이 그 사안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회기 내에 처리할 안건 다수를 임원회에 일임해버리는 것이 무엇보다 큰 요인이다. 총회 임원회는 민의가 아니라 총회 임원 특히 총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버리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특별위원을 선정할 때 총회 임원회에 맡기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 볼 때 ‘정치적 물타기’의 시작인 셈이다.
 
사례6  막강한 총회장의 ‘힘’
총회장에 오르면 총회장 외에도 유지재단·은급재단·복지재단 이사장, 기독신문 발행인, 총회세계선교회 총재 등의 직함을 갖게 돼, 명실상부 절대적 권한이 주어진다. 총회장의 막강한 권한은 무엇보다 회기 중에 나타난다. 사안을 결정짓는 의사봉이 총회장 손에 들려져 있기 때문이다. 총회장은 다른 총대들보다 교단의 면면과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보니 원만한 합의도출을 위해 의견을 제시하고 조정자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에 정치적인 의도가 들어가면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총회장이 과하게 의견을 제시하거나, 자신의 의도대로 결의를 이끄는 모습들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총회장 마음대로 하세요”라는 자조섞인 반응들이 회의도중 총대석에서 심심찮게 터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회를 대표해 온 총대들은 관중에 불과하다.


교단 개혁은 노회 의식 개선서 시작
먼저 제대로된 총대·헌의안 보내라


위의 사례에서 보듯 총회의 과격화는 대부분 정치적 이해관계와 자리싸움 때문이다. 최근 교단 총회가 보여준 추악한 모습은 해도 너무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격한 회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협박 등으로 민주적인 토의나 소신 있는 발언을 할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교단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힘의 우위로 교단 정치가 흘러가게 되면 결국 온건하고 능력있는 인사들이 교단에 설 자리가 없어지고, 급기야 교단에 등을 지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따라서 질서와 격이 있는 총회 풍토 정착이 시급하다.
 
대안1  노회여, 의식을 개선하라
엄밀하게 따지면 교단의 현주소는 노회가 만들어 낸 것이다. 어불성설처럼 들리는가? 총회에 나오는 사람을 어디에서 뽑으며, 총회가 다루는 안건은 또 어디에서 올리는가? 바로 노회다. 교단의 개혁은 노회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바르고 유능한 인물을 총대로 보내고,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헌의안을 상정한다면 총회의 격은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총회 산하 노회의 의식개선이 요청된다. 그저 치리회라는 인식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개 교회의 부흥과 복음의 확산, 기독교적 가치관 확대 등을 위해 논의를 하고, 총회차원에서 필요한 것들을 제안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아울러 교단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인사들을 총회에 보내지 않는 개혁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실 이것만 이뤄진다 해도 교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레셤의 법칙은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대안2  총대들, 직무유기하지 말라
총회가 정치화되는 이유 가운데 총대들의 책임도 크다.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정책보다는 가시적이고 자극적인 정치 사안에 더 많은 관심을 두기 때문에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회의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교회의 타락, 인구감소,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 고착화, 종교소비주의 심화 등 현재 당면한 교회적·교단적 위기는 실로 심각하다. 이러한 위기 앞에 정치놀음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후대에 대한 직무유기라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정치에서 정책에 관심을 두는 문화야말로 교단의 정치화를 막는 요소다.
 
대안3  회의수준을 격상하라
현재 총회의 회의구조는 분배다. 사안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노력보다는 어느 부서나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맡겨 버린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가는 사이 반전이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가 있다. 회기 중 헌의부를 통해 분배된 안건을 관련 부서와 기관에 이첩시키고 하루 동안 논의를 거쳐 발표하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영역별로 다룬 안건에 대해 토론을 거쳐 결의하고 채택하는 회의체계를 갖추도록 연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회를 보는 총회장의 공정성 있는 진행은 회의수준의 바로미터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안4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자
총회에서 해마다 빠지지 않는 광경, 바로 마이크 쟁탈전이다. 여기서 많은 몸싸움과 고성이 오간다.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회의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총회의 구성원은 1500명에 달한다. 그리고 한 안건에 지나치게 함몰되면 5일이라는 짧은 일정 안에 모든 안건을 처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찬반 의견을 공평하게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마이크를 뺐지 않아도 점잖게 토론할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대안5  유안건을 없애자
최근 총회를 보면 민감한 사안이나, 위원 선정에 있어 과도하게 총회 임원회에 일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게 되면 관련 상비부나 위원회의 존재는 위축된다. 공정성 있는 인원배치와 회의시간 단축을 이유로 들지만 과하게 유안건이 총회 임원회에 주어지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민감함 문제일수록 회기 내에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
특별취재팀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