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황호찬 교수(세종대·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

“총회 재정관리 반드시 전문가 자문 거쳐야”
재정사고는 교회 위기 원인…목적에 맞게 쓰고 내부통제 강화해야


쩐(錢)의 위력은 교회도 무너지게 한다.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총회(교회)의 재정사고 소식은 기독교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교회 침체의 원인이 된다.

황호찬 교수는 “최근 투명성에 대한 일반 사회 기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교회는 아직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면서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관행과 논리를 개선하지 못하면 교회에 대한 이미지는 계속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회를 지도 감독해야 할 교단에서도 재정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황호찬 교수는 관리하는 사람도 문제이고, 시스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람이 잘 준비되었다 하더라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비효율적이 되며, 아무리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돈으로부터의 강력한 유혹을 사람이 결코 이겨낼 수 없다.”
따라서 재정을 올바르게 관리할 전문가 교육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재정 시스템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재정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재정 시스템이 너무 낙후되어 있거나 심지어 어떤 경우는 시스템 자체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다. 따라서 총회의 재정을 깨끗하게 관리하려면 전문가 양성과 함께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황호찬 교수는 돈을 바라보는 시각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재정(돈)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청지기 사명’이다. 둘째는 ‘하나님으로부터 결산이 있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청지기와 결산에 대해 쉽게 망각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셋째는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누구나 돈의 유혹에는 약하다. 그래서 사고를 방지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넷째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황호찬 교수는 “교회 혹은 총회의 기금운영의 목적은 수익성이 결코 아니다. 물론 약간의 이익이 나면 약간의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은퇴연금, 선교헌금의 운영은 이익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하게 기금을 운영한데 그 주요 목적이 있다”면서 목적한 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납골당에 투자한 은급재단이 이 부분에 딱 걸렸다.

“총회와 교회의 재정을 투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안을 알려 달라”고 질문했다. 황호찬 교수는 “재정관리에 무엇이 문제인지 회계기준은 제대로 맞췄는지 전문가의 자문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공식으로 출범한 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www.ccfk.or.kr)가 대표적인 기관이다.

그는 이어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재정 책임자와 실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도 필요하다.

“교회 지도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총체적으로 연구하고 실천방안을 수립해야한다. 특히 회계기준을 작성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내부규정을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 재정에 있어 일반 사회보다 더 높은 투명성과 도덕성을 강조하는 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 황호찬 교수.

▲최근 교회 재정에 대한 사고가 연일 언론을 장식한다. 교회 재정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교계(혹은 교회)는 이를 아직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각종 통계자료에 의하면 교회의 신뢰성은 매년 매우 낮게 나오며 이를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는 곧 한국교회 교세의 정체 혹은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그 한 가운데 재정관리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교회는 재정 관리의 투명성에 대해서 아직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투명성에 대한 일반 사회 기준은 아주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 있지만(제도 및 실천면에서), 교회만은 아직도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예외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교회 안의 논리와 관행에 안주하고 있다 보니 사회의 기대치와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 당장 어느 한두 가지 개선한다고 지금의 어려움을 한 번에 극복하기는 힘들며, 온 교회가 한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갈수록 교회에 대한 이미지는 계속 악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교회의 재정관리가 엉터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적으로 대부분의 교회들이 정직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금의 관행과 시스템만으로는 교회 내 및 교회 밖에서 몰려오는 압박과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특히 교회 목회자의 과세 문제가 현실화 되면 교회는 더 이상 치외법권적인 특권을 누릴 수 없으며, 교회 재정의 투명성이 갖추어지지 않은 교회는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현 교회 재정관리 문제점은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그 부정적 파급효과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우리 교회만 별 일이 없다면—이 말은 특별히 재정관리를 잘해서라기보다 아직 교회 분쟁에 휘말려있지 않아서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다른 교회, 혹은 전체 한국교회의 재정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러다보니 교회의 재정관리를 제대로 할 전문가를 양성하지도 않았고, 회계 기준 및 규정도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며, 시스템도 예전의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 결국 아무도 앞장서 나서서 시스템을 개선하고 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는 교회 혹은 그런 단체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에 이런 개선의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교회를 지도 감독해야 할 교단에서도 재정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관리하는 사람의 문제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
=둘 다이다. 사람이 잘 준비되었다 하더라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비효율적이 되며, 아무리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돈으로부터의 강력한 유혹을 사람이 결코 이겨낼 수 없다. 이 둘이 같이 가야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교회 혹은 교단은 이 면에서 매우 부족하다. 우선 재정에 관한 크리스천 전문가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했다. 재정 사고의 많은 부분이 비록 선의를 가지고 어떤 일을 추진하였으나 과정 및 결과가 아마추어 식으로 진행하여 손실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만회하려고 하다 보니 결국 무리하게 추진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선의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난과 문제점을 양산하게 된 것이다. 대강 은혜로 하면 모든 구성원이 용납하고 이해해줄 것이라는 안이함이 문제를 더욱 커지게 한 것이다.

일차적으로 준비된 사람이 없어서이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재정 시스템이 너무 낙후되어 있거나 심지어 어떤 경우는 시스템 자체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이다. 모든 거래를 회계기준에 따라 기록해야 하며, 투자처를 정할 때 상식이 아니라 과학적 기법에 의하여야 하며, 중간 중간 재정관리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감사가 제대로 실시되어야 하며, 재정관리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투명하게 보고하고 공개해야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않았고 그나마 일부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재정(돈)에 대한 총회(교회)의 인식이 잘못된 것인가?
=속단하기는 어렵다. 돈에 인식이 잘못될 것이 무엇 있겠는가? 다만 이론적 혹은 신학적으로는 잘 알지만 막상 현실에서 적용하는데 따르는 어려움 혹은 각종 유혹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돈에 대해서 네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재정(돈)은 하나님의 것이다. 청지기일 뿐이다. 이 점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 운영할 때에는 쉽게 잊는 것 같다.

둘째, 하나님으로부터 결산이 있을 것이다. 이 부분도 자주 잊는 듯하다. 각자가 다 할 말이 있겠지만 그 누가 하나님 앞에서 변명할 수 있겠는가. 특히 직분을 맡은 자들에게 그에 합당한 책임이 있을 것이다.

셋째, 아무도 자신할 수 없다. 누구나 돈의 유혹에는 약하다. 나는 안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주위를 돌아보라. 그렇게 신실한 분이 돈 앞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것을 자주 보지 않는가? 철저하게 성령에 충만한 사람이 재정 문제를 맡아야 한다. 예수님께서 이 돈 문제를 얼마나 강조하시고 교훈하셨는지 모두 잘 알지 않는가. 나아가 이런 유혹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넷째, 교회 헌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총회의 기금 운영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교회 혹은 총회의 기금운영의 목적은 수익성이 결코 아니다. 물론 약간의 이익이 나면 기금 운영에 약간의 도움이 되겠으나 은퇴연금, 선교헌금의 운영 등은 이익 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하게 기금을 운영한데 그 주요 목적이 있다.

수익은 오히려 기부금 증가 즉 펀드레이징 등을 통해서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수익에 대한 압박 때문에 결국은 위험 자산에 투자하게 되고 결국은 그만큼 위험도 증가하는 것이다.
 
▲만약 사회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처리하고, 대안을 마련하는가?
=교회라 해서 사회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목적은 다르지만 방법은 마찬가지다. 다만 사회는 재정비리가 더 교묘하고 더 복잡하고 규모도 더 클 것이다. 그리고 비리가 발생하면 교회보다는 훨씬 그 처벌이 엄중하여 이로 인한 부패방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금전 사고에 대한 원인을 가리고, 당사자에 의한 책임(형사 및 민사)을 분명히 하는 사회적 시스템 즉 법이 발달되어 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드러나지 않는 것도 많을 것이고, 권력의 실세 여부에 따라 결과도 달라질 것이다. 다만 예전에 비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투명해졌고, 법도 비교적 공평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혹은 세상)의 기본 가정은 인간은 신뢰하기가 어려운 존재이므로 법과 시스템,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예방하거나, 사회와 격리하는 방법을 통해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최근에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 내투통제제도의 확립이다. 이를 통해서 시스템을 보완하고 외부감사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경우, 사회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문제가 터지면 단순히 재정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기독교 전체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고, 복음전파에 장애가 된다. 즉 재정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 존재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 이것이 교회의 재정 관리 문제를 결코 소홀이 다루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교회 혹은 교단의 고유 특성이 올바른 재정관리를 어렵게 한다. 우선 신뢰라는 기본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보니 이를 감시하는 기능이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비리가 발견된다 하여도 처벌 혹은 징계 수위가 약하다. 그리고 크리스천이라면 성경에 따라서 적당한 선에서 용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있다. 이에 더하여, 더욱 상황이 악화되어 개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재정문제의 본질이 다루어지기 보다는 다른 문제로 비화되어 자주 문제가 왜곡되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 와서는 교회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법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회법에 호소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는 모르겠으나, 교회 자체 내에 대안을 마련하여 온 교회가 이를 지키려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교회가 교회다운 참 모습이다.
 
▲총회(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안을 알려 달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너무 광범위하고, 대안을 제시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 원인이 얽혀있어서 끝까지 실행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대신 큰 방향을 설정한다는 차원에서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재정관리 상 무엇이 문제인지, 회계기준에 맞춰 잘하고 있는지, 어떤 면을 보완해야 하는 지 등 전문가 혹은 전문 그룹에게 자문을 구해 현 상태를 진단해야 한다. 한재협(한국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 www.ccfk.or.kr)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내부통제시스템을 조속한 시일 내에 구축하라. 이 역시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교회(총회) 대표자 및 재정 책임자, 그리고 실무 담당자가 적절한 교육을 맡도록 주선해야 한다.

교회 지도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동의 팀을 조성하여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총체적으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천방안을 수립해야한다. 특히 교회회계기준의 작성과 이를 구체화하는 교회회계내부규정을 작성하여 한국교회 전체에 보급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

개교회 문제만이라도 생각하지 말고 한국 교회 전체를 위하는 일이며, 우리 교회가 잘못되면 한국 교회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교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이런 사역을 하는 기관(예를 들어 한재협)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함으로써 투명성제고를 위한 기반 조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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