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연속성·전문성 실종, 측근 인사로 무너진 위원회
2 시대의 변화 담아내지 않는 상비부
3 신학교육의 위기, 총회와 총신의 대안은?
4 ‘여성안수’ 절대불가인가, 시대착오인가
5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 채택’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6 총회 개혁모델로 떠오른 정책총회, 실현 가능할까?

칼빈의 후계자인 종교개혁자 베자는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개혁교회들의 모임인 총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매년 총회 때마다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곤 하지만 그에 비해 성과는 미미하다. 총회 개혁을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또한 방법이 무엇인지 재고할 시점이다.

이번 총회기획에서 총회를 개혁하기 위한 조건을 다룬다. 먼저 총회의 근간이지만 구태의 상징이기도 한 상비부와 상설 및 특별위원회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이어 양질의 교단 목회자 수급과 직결되는 신학교육 개혁안도 제시한다. 제108회 총회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여성안수’와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매뉴얼’ 채택도 심도 있게 들여다보자. 이와 함께 교단 내 가장 뜨거운 키워드인 ‘정책총회’가 가능한지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소수 총대들의 전유물로 전락
회전문 인사로 전문성 부족
상비부와 사업 중첩되기도

매년 10월말이나 11월초에 총회적 관심이 모아지는 발표가 있다. 바로 상설위원회와 특별위원회 명단이다. 이 명단에 포함되느냐 되지 않느냐, 또 어느 위원회들 가운데도 소위 ‘알짜’ 위원회에 속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해당 총대의 ‘정치력 여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총회 상설위원회와 특별위원회는 정치 독과점으로 변질돼 있다. 전체 총대 1600여 명 가운데 상비부 임원 등으로 실제 총회 활동에 참여하는 총대는 100명 이내로, 이들이 고스란히 상설위원이나 특별위원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순환이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3구도 원칙에 따른 회전문 인사로, 매년 위원회 소속만 바뀔 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논공행상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통상 총회 결의에 따라 총회임원회와 정치부에서 위원을 선정해 명단을 발표하는데, 이 과정에서 선거 과정에서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받거나 소속 정치그룹이나 지역의 ‘민원’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직 한 총회임원은 “논공행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선거 기여도를 어느 정도 감안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면 좋은데, 어떻게 총대들을 속속히 다 알겠나. 그렇다 보니 그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전문위원 활용 미흡

문제는 이런 소수 총대들의 정치 독과점이 ‘특별’하고 ‘전문’적이어야 할 상설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몇 년 전 총회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이하 이대위)는 우리 총회가 ‘참여금지’ 결의를 내렸던 한 선교단체에 대해 결의 해제 시도를 하다 안팎에서 뭇매를 맞았다. 전문성이 없는 일부 위원들이 정해진 절차 없이 무리하게 결의 해제를 시도한 결과였다. 한 이단 전문가는 “이대위는 더욱이나 전문적인 사람들이 세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를 계속해서 지적했지만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3개 구도에 따른 지역 안배도 전문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총대 전체에서 전문가를 찾아도 모자랄 판에, 3개 구도를 고려해 위원을 선정하다보니 전문성은 더 뒷전이기 마련이다.

총대로 구성된 위원들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이대위, 이슬람대책위원회, 통일준비위원회, 총회역사위원회 등 상설위원회에서는 ‘전문위원’ 제도를 두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대책위원회 한 전문위원은 “전문위원으로 세워졌지만, 회의에는 한두 번밖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문위원들이 커리큘럼이나 강사 선정에도 간여할 수 있어야, 위원이 바뀌어도 전문성이 유지되고 사업도 연속성이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위원은 단적인 폐해로 “이슬람에 대한 시각이 4∼5가지가 되는데, 우리 교단은 그동안 개혁주의적 시각에서 논문도 발표하고 강의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 회기에는 다른 시각을 가진 강의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청중들이 어느 말을 따라야 할지 헷갈리고, 모이지 않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전문성 부족은 사업의 연속성 결여로 이어진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제108회 총회에서 ‘통일기구’를 설치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상설위원회에서 상설기관으로 승격을 바라는 것이다. 이유 중 하나는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서다. 상설위원회는 매년 위원의 3분의 1이 교체되는데, 그렇다보니 기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발전이 더딘 것이다. 

상비부와 중첩되기도

특별위원회 남발도 문제다. 특별위원회는 말 그대로 특별한 필요가 있거나, 시급한 상황에서 조직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쉽게 특별위원회 조직을 일삼는 것이다. 정치부장을 역임한 한 목사는 “총회 전부터 위원회를 만들어달라거나 위원회를 연장시켜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노회분립위원회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불요불급한 위원회가 아니면 위원회 조직에 신중해야 하고, 위원회 연장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위원회 남발은 당장 총회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매 회기 특별위원회는 15개가량 만들어지고 있다. 101회기에는 자그마치 30개 특별위원회가 조직되기도 했다.<표> 통상 한 회기 전체 특별위원회 예산은 1억원가량으로 책정되나, 예산을 초과하기 일쑤다. 상설위원회는 회의비 위주인 특별위원회와 달리 사업비(행사비)까지 책정돼 있어 예산이 보통 2억원에서 많게는 5억원을 넘을 때도 있다. 이번 회기 미래정책전략개발위원회에서 구조조정분과장을 맡고 있는 이종석 목사는 “몇몇 위원회는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 매년 노회분립위원회가 생기는데, 한 위원회가 여러 노회 분립을 총괄해서 감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비슷한 위원회는 통합을 하고, 대신 인원 확대 등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위원회는 또 상비부나 임원회 등과 업무가 중첩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조직 때부터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별위원회로 시작해, 상설위원회로 승격됐다 2년만에 폐지된 총회언론홍보위원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103회 총회에서 폐지된 총회언론홍보위원회는 ‘언론 통제의 구속력이 없고, 임원회에서 언론홍보를 맡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이유로 자발적으로 폐지를 청원했다. 특별위원회 조직 때 한 번 더 고민을 했다면 재정과 인력, 시간 낭비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획 단계부터 전문위원 적극 활용해야

전문위원 회의 참여 명문화 필요
특별위원회 조직 매뉴얼 활용 고려

상설위원회와 특별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은 전문위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상설위원회 전문위원 선임은 강제사항이 아니라 선택사항이다. 역할도 정확히 규정돼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본 위원회에서 수임한 사항을 연구하여 보고한다’(이슬람대책위) 등으로 역할이 제한돼 있다. 정작 중요한 방향성과 사업계획은 본 회의에서 결정되는데, 전문위원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해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제한되는 것이다. 예장통합은 우리 교단의 상설위원회 격인 상임위원회 위원의 3분의 1 이내로 비총대를 세울 수 있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또 상임위원회 중에서 헌법위원회와 감사위원회는 총대, 비총대 구분 없이 3인의 전문위원을 반드시 두도록 하고 있다. 이를 우리 교단에도 적극 적용해, 상설위원회 위원 정원의 3분의 1 이내로 전문위원을 반드시 두고, 전문위원들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김찬곤 목사는 “위원들이 조금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전문위원들을 잘 활용하면 된다. 전문위원들이 자문 정도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위원들은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별위원회 남발을 막기 위해 간단한 ‘특별위원회 조직 매뉴얼’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예를 들어 특별위원회 조직 헌의에 대해 △불요불급한가? △한 회기 동안 결과물 도출이 가능한가? △사업이 상비부와 중첩되지 않는가? △총대 내에 전문가가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 정치부나 총대들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조직이 결의된 후에는 위원 선정에 있어 최대한 공정성과 전문성이 확보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제103회기에 특별위원회 축소를 비롯해 과감한 기구 개혁을 시도한 증경총회장 이승희 목사는 “바쁜 총회 기간 중에 헌의안을 제대로 다루기는 쉽지 않다. 매뉴얼이 있으면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위원회의 전문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총회임원회를 비롯한 교단 지도자들의 공감과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관행처럼 이뤄진 논공행상식 위원 선정이나 소수 총대들의 정치 독과점이 교단에 얼마나 큰 폐해이고 낭비인지 인식하고 자발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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