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A 네트워크 전략적 활용, 교단 신학 확산 계기 만들자

본 교단의 가장 큰 신학적 관심사인 WEA와 교류문제에 대한 총신대, 칼빈대, 광신대의 연구논문 요약본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이 연구보고서는 총회 WEA연구위원회(위원장:한기승 목사)의 의뢰에 따라 각 신학대 교수회가 작성한 것이다. <편집자 주>

1. WEA 역사

WEA는 범세계적 교회와 기구들, 그리고 132개의 복음주의 연맹들과 109개의 국제적 기관들이 가입한 거대한 복음주의 기구이다. 현재는 129개국에 걸쳐 6억 이상의 전통적인 복음주의적 기독교인들을 대표하며 영향을 미치는 기독교 연합체(network)로서, 1846년에 EA로 출발하여 1912년에는 WEA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1951년에는 그 역사성은 그대로 계승하되 명칭은 WEF로 변경되었다. 2001년에는 WEA로 다시 명칭 변경이 이뤄지게 되었는데, 1846년 출발점에서부터 계속해서 역사적 복음주의 신학의 기초 위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쳐왔다.

2. WEA에 관한 총신교수들의 선행연구

1979년 총신 교수일동으로 채택한 ‘총신의 신학적 입장’에서부터 총신은 “사회와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근본주의”(1930~1970 시기) 등을 배격하고 “생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이 실현되기 힘쓰는 개혁주의 생활관”을 추구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2018~2019년 신학지남에 기고한 총신교수들의 WEA에 관한 논문들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WCC(종교다원주의를 포용하는)와 ICCC(근본주의 성향을 지닌)의 양극단을 거부하되, 역사적 복음주의 기초 위에서 사회와 문화적 책임을 수행하는 WEA와의 교류는 단절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연대하여 기독교 복음 확산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지,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상실할 위험에 대해서는 우려하며 신중하게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평가하였다.

3. ‘2011년도 공동합의서’의 개혁주의적 평가

그런데 주목해야 할 문서는 터니클리프가 WEA의 국제대표로 활동했던 시기인 2011년에 작성된 WEA, WCC, RCC 공동합의서인 ‘다종교 세계 속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증거’(이하 ‘2011 공동합의서’)이다. 그 문서에서는 우려할 만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크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

첫 번째 문제는 RCC, WCC와의 선교협의에 있어서 영혼구원을 위한 복음전도 사역은 제외하고 사회적 책임 사역에 대한 선교전략적 협의를 주로 논의하였다는 점이다. 성경적 선교란 복음전도 사역과 사회적 책임 사역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이 두 가지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전자를 제외한 사회 윤리적 사역은 성경적 복음에서 떠난 사역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979년 총신교수 일동의 이름으로 발표된 ‘총신의 신학적 입장’도 바로 그 점을 강조한다. 개혁신학이 가르치는 하나님의 주권의 전포괄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영혼구원의 과업”은 “사회봉사의 과업”과 함께 해야 함을 지적했다. 그 양자의 불가분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므로 “2011 공동합의서”가 영혼구원을 위한 복음전도 사역에 대한 분명한 언급은 제외한 채, 사회 윤리적 사역만으로 선교합의를 이루려 했다면 이는 선교의 본질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만일 터니클리프가 지적한 대로 “선교의 본질적 합의”를 진정으로 추구하려 했었다고 한다면, 복음전도 사역에 관한 선교협의가 의제로 포함되었어야 했다.

두 번째 문제는 복음주의의 연합의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서 역사적 복음주의의 범주를 벗어나 자유주의나 종교혼합주의, 종교다원주의를 포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2011 공동합의서’에서 드러나고 있는 WEA의 기본적인 입장은, WEA가 복음주의자들의 협의체이고 세부적인 교리상의 일치를 위한 연맹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교단이나 교리적 입장들에 매이지 않고 선교를 위한 윤리강령 혹은 가난이나 종교핍박과 같은 사회문제들을 위한 사역들에 있어서 연합하여 봉사하며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결국 “열린 복음주의”의 방향으로 나아갈 위험성을 지니게 된다. 그렇다면, WCC 10차 총회와 관련해서 총신신대원 교수회의 성명서가 우려하며 지적했던 바와 같이 WCC와 유사한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4. 제기된 문제에 대한 WEA의 답변 및 저술들을 통해 드러난 WEA의 신학적 입장

‘2011 공동합의서’에 관해 제기된 문제들에 대하여, WEA 신학분과 담당자인 쉬마처(T. Schirrmacher), 존슨(T. Johnson), 아시아 신학연맹을 대표하는 리차드 호웰(Richaard Howell) 등은 그들이 작성한 답변 문서들 속에서 전통적인 복음주의 신학으로부터의 변질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 동안 WCC나 RCC과 협의한 내용들은 다원주의 종교사회 안에서 서로 간에 과도한 경쟁이나 상대방을 무시한 일방적인 비인격적 포교활동 등을 자제하며, 원리주의의 폭력적인 종교전쟁 등을 피하고, 서로 간에 평등한 관계 속에서 종교와 선교의 자유를 획득하자는 주장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WEA는 WCC와 로마가톨릭과 신학적 차이를 무시하고, 전통적인 복음주의 신학과 신앙의 유산을 이탈하여 단일적인 세계교회기구를 만들기 위해서 WCC와 로마가톨릭과 단 한 번도 통합을 논의해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WEA의 2018년 복음주의신학연구지(ERT)에 수록된 ‘가톨릭교회와 WEA간의 국제협의보고서’에서도, 이 협의모임을 주도한 쉬마처와 존슨은 프랜시스 쉐퍼의 제자들로서 역사적 복음주의 개혁주의 신학 전통 위에서 로마가톨릭의 신학적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고, 거기서 더 나아가서 로마가톨릭 내의 소위 로마가톨릭 복음주의자들을 개신교의 역사적 복음주의 신학으로 선교적으로 인도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5. WEA와 WCC의 관련성 문제

WEA는 1846년 세계복음주의협의회(WEF)로 시작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스도인의 연합(Christian Unity), 노예제도 폐지와 관련된 인권문제(Human rights), 세계복음화(World Evangelism)와 만인을 위한 종교자유(Religious freedom) 등과 같은 네 가지 공동 관심사를 가지고 사역해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다종교 사회 속에서의 종교의 자유, 선교를 위한 윤리강령 제정을 위한 노력들이 역사적 복음주의 신학 위에서 전개되어왔다는 점이다. (2011년도의 문서도 “기독교선교를 위한 최소한의 윤리강령”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교리적인 교류나 타협은 아닌 것이다). 그것은 그들의 저술들 속에서 확인된다. 예를 들어, WCC의 미시오 데이 개념에 대한 성경적 평가를 밝혀주고 있는 토마스 쉬마처의 미시오 데이:하나님의 선교적 본질(Missio Dei:God’s Mission Nature, 2017). 역사적 공교회의 삼위일체 교리와 신조들에 대한 연구인, 토마스 존슨, 성경에 나타난 삼위일체론과 공교회의 선택된 신조들:연구를 위한 자료(The Trinity in the Bible and Selected Creeds of the Church:Resources for Study, 2013). 그 외에도, 토마스 쉬마처, 근본주의:종교가 위험하게 될 때(Fundamentalism:When Religion becomes Dangerous, 2013). 토마스 존슨, 인권과 기독교윤리(Human Rights and Christian Ethic, 2005). 토마스 존슨 & 리처드 호웰, 인종주의: 리차드 호웰에 의한 인도의 카스트제도에 관한 글과 함께(Racism:With an Essay on Caste in India by Richard Howell, 2012). 토마스 쉬마처, 인신매매:노예제도의 귀환(Human Trafficking:the Return to Slavery, 2013) 등이 있다.

이렇듯이 WEA는 가난, 종교탄압, 인신매매, 테러리즘과 같은 현대사회 속에서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사회, 윤리적 문제들을 여러 기독교 교단이나 단체들과 함께 연대하여 대처해 나가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WCC와 유사성을 지니지만, WEA를 대표하는 신학자들은 역사적 복음주의 신학 전통 위에서 균형 잡힌 연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WEA 신학은 전반적으로 WCC의 혼합주의나 종교다원주의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WEA 신학자들은 성경의 절대 권위에 입각한 신학연구방법을 수행하고 있으며 WCC의 미시오 데이 개념을 배격하고 개혁주의 신학 관점에서 균형 잡힌 선교신학을 정립하고 있다. 복음선포를 통한 회심선교를 성경적 선교라고 확신하며, 사회구원론에 의거한 보편구원설이나 다원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WEA에 속한 신학자들은 역사적 복음주의 신학과 신앙을 견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 WEA와의 교류에 관한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회의 입장

(1) 지난 104회 총회에서 결의한 바와 같이 WEA와의 교류를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 IV항과 V항에서 확인한 내용을 근거로 생각할 때 WEA의 대표적인 신학자들이 여전히 역사적 복음주의 신학을 견지하고 있으며 또한 WCC와는 신학적 차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본 교단은 필요한 경우 WEA의 협의체를 통해 특정 문제를 논하고 상호 간의 협력과 협조를 구할 수 있을 것이며, 본 교단의 선교현장에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WEA 글로벌 네트워크와 영향력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제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III 항 ‘2011 공동합의서에 대한 평가’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WEA는 로마가톨릭, 세계교회협의회, 그리스 동방정교회, 세계오순절연맹 등의 기관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상대방을 의식하며 부정적인 자극을 주는 것을 피하려 하여 신학적으로 우려될 모습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본 교단은 향후 WEA의 선교협의나 사역들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음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한다.

1) WEA와 교류 및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복음주의 및 개혁신학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표현이나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 선교협의 내용 속에 사회/윤리적인 사역에 대한 협의 뿐만 아니라 회심의 열매를 위한 복음전도 사역에 관한 협의가 반드시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성경적 선교에 있어서 불신자가 죄악을 인식하고 성경적 복음의 도전 앞에 부딪히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이를 놓치게 될 경우, 문화적 명령(Cultural Mandate)만을 수행하려다 전도적 명령(Evangelical Mandate)을 약화시켰던 WCC의 미시오 데이 신학노선이 범했던 것과 동일한 변질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높다.

(3) 앞의 2항에서 지적된 두 가지를 경계함과 동시에, 본 교단은 WEA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략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본 교단의 역사적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본 예장합동 교단은 한국교회의 장자 교단으로서 우리가 갖고 있는 위상과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우리가 한국교회와 세계 교회의 중심에 서야 하는 것이다. WCC처럼 진리 수호는 포기한 채 교회 일치와 연합만을 추구하는 노선을 경계함과 동시에, ICCC처럼 신앙의 순결만을 외친 나머지 극단적 분리주의, 반사회주의, 반문화주의로 향하는 노선도 경계해야 한다. 1979년 총신교수 일동의 이름으로 발표된 ‘총신의 신학적 입장’이 제시해준 바와 같이, 본 교단은 영혼구원을 위한 복음전도 사역과 사회, 윤리적 책임사역을 함께 수행하는 균형잡힌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개혁신학의 기치를 세계 교회 안에 높이 들어올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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