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열 교수
·총신대 호크마교양교육원 원장
·융합콘텐츠학

기독교디자인 싱킹 거쳐 제작된 콘텐츠 전도·선교 효과 높다

복음 전하고 실험적 제안 수용·검토 환경 만들고 공감 능력 배양 중시해야
새로운 도전과 실험 나설 때 숨겨진 재능 찾고 발전의 계기도 만들 수 있어

1. 디자인 싱킹이란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란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고방식을 말한다.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 때 실제 구현이 가능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기업의 관점에서 이윤 추구와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 사용자의 관점에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제작하는 것에 대한 고민 등이 포함된다.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리서치와 분석, 창의성, 아이디어 도출 등을 활용한 혁신적인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디자인 싱킹이다.

결과를 더 극대화하기 위에서는 디자이너에게 사용자와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과 비즈니스적 전략도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 개념을 더해 기독교디자인 싱킹이라면 그간 연재한 글에서 지속적으로 말한 것처럼 과정 전반에 기독교적 정체성을 부여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인 싱킹은 사용자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디자이너 또는 기획자의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실제 생활 속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또한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먼저 사용자의 생각을 알아보고, 그 이해를 기반으로 행하는 것이기에 디자인 싱킹은 인간 중심적 디자인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삼아 다양한 학문을 활용해 앞을 내다보고, 복합성과 창조력을 발휘하는 다각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림2. 김정열 교수가 한국기독교총연합 기후환경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환경교재를 제작하며 삽입한 탄소중립 활동 관련 인포그래픽.
그림2. 김정열 교수가 한국기독교총연합 기후환경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환경교재를 제작하며 삽입한 탄소중립 활동 관련 인포그래픽.

2. 디자인 혁신 방법

디자인 전문회사 IDEO는 디자인 싱킹 방법론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 톰 켈리(Tom Kelley)는 “창의적 자신감은 인간이 타고난 능력이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혁신 경영을 위한 다음 3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법은 기술과 인문학의 균형, 두 번째는 실험 문화의 배양, 세 번째는 학습 조직의 구축이다.

먼저 기술과 인문학의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창의력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공감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과 연관되어 있다.

교회 안에서 무언가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돌아보고, 시도하고, 배워야 한다. 그런데 실제 우리는 교회 혹은 학교나 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대부분 타인에게 물어보지도, 돌아보지도 않고 답을 찾으려 한다. 그 결과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렇게 하고서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을 하며 오로지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한다.

당연히 타인과의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문제 해결방법을 찾을 때, 타인과의 공감이라는 과정을 반드시 밟아야 한다.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디자인 싱킹의 첫 단계이다.

두 번째는 실험 문화의 배양이다. 창의적인 결과물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보통 기존의 것을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우리의 삶을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없다. 대학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학생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보다는 교수자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서 더 노력하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이런 자세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학문의 분야가 다 다르기 때문에, 대개는 한 분야에서 기존에 축적된 지식과 기술들을 먼저 배우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뜨려야 할 경우도 있다.

필자는 대학에서 강의할 때 보통 다음과 같은 방식을 취한다. 일단 전체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중간보고(중간고사)와 기말보고(기말고사)를 받으며, 디자인 싱킹을 기반으로 한 프로세스에 맞춰 수업을 진행한다.

특히 각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는 학생들이 발표 및 디자인 결과물을 도출해서 제출하는데, 제출 기준은 ‘자유’이다. 보고서를 낼 때에도 특정한 워드프로세스나 디자인프로그램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생각을 가장 정확히 또는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만들어 내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실제로 보고형식의 결과물이 다양하게 나오고, 양도 크게 달라진다. 학생들은 모든 과정에서 순간순간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방식을 통해 최선의 결과물, 최고의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가까워지는 프로젝트 수행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림1. 자유 주제를 중심으로 한 이모티콘 디자인 개발사례. 이는 총신대학교 유아교육과 4학년 배소연 학생의 작품으로 현재 이모티콘 출시 심사 중이다.(디자인 도용 금지합니다.)
그림1. 자유 주제를 중심으로 한 이모티콘 디자인 개발사례. 이는 총신대학교 유아교육과 4학년 배소연 학생의 작품으로 현재 이모티콘 출시 심사 중이다.(디자인 도용 금지합니다.)

<그림1>은 학생들이 직접 이모티콘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수업의 결과물 중 하나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 그림 속 이모티콘에 대해 평가해보자. 아마도 상당수 독자들은 이 작품이 디자인 전공자들 중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학생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이 이모티콘은 매우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이모티콘은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라 유아교육을 전공한 학생이 만든 작품이다.(필자 본인도 유아교육을 전공한 학생이 오히려 전공자보다 디자인 작품을 잘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의 결과물은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 학기 동안 학생 스스로에게 자율성을 부여한 수업의 결과이다,

수업의 핵심은 학생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를 잘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스스로 문제해결하도록 하며, 학생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용자들도 좋아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리서치하고 분석하며 결과물을 도출하도록 한 데 있다. 그 결과로 디자인 전공자, 콘텐츠 전공자들에 못지않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이 사례를 보더라도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깨고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나설 때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찾고,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을 자신의 전공, 직장, 교회 등에서 활용해보고자 다시 도전하는 용기도 갖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학습 조직의 구축이다. 기존의 기업 시스템을 수용의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여기서는 제안의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기존 조직에서 학생 사원 팀원이었던 멤버들이,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학생이자 선생, 사원이자 사장, 팀원이자 리더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자유롭게 제시하고, 편견이 아닌 수용의 자세로 새로운 것을 검토하고 적용한다. 바로 이것이 디자인 싱킹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렇게 새로운 생각이 반영되어 우리의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것인가. 하지만 반대로 잘못된 의견이 반영되어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도리어 악화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의견들은 커뮤니케이션을 거쳐 더 나은 아이디어로 도출되어야 한다. 구성원들은 때로는 팀원이 되었다가 때로는 리더 역할도 하며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하고, 때와 장소에 맞춰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3. 문제해결로서의 기독교디자인 싱킹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교회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경험했다. 대표적으로 예배와 선교와 교육 등의 활동이 비대면을 기반으로 크게 변하였다. 그로부터 3년여 시간이 지나 엔데믹을 이야기하면서 이제 일상의 회복과 동시에, 교회의 시스템도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 환경에 급격히 적응했던 우리들에게는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는 마음들도 약간씩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면모임에 대한 불편함, 오프라인 활동의 어색함 등으로 인해 내적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김정열 교수(총신대 호크마교양교육원 원장·융합콘텐츠학)
김정열 교수(총신대 호크마교양교육원 원장·융합콘텐츠학)

다양한 방식의 해결책들이 제공돼야 한다. 그냥 ‘교회로 돌아오라, 그리고 믿기만 해라’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이끌고 납득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기독교디자인 싱킹을 거쳐 잘 제작된 콘텐츠들이 이 대목에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우리는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 아직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세상의 것들과 견줄 수 없는 큰 은혜를 받은 우리들이 바로 이 일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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