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콘텐츠 파급력 엄청난 시대 기독교 콘텐츠에 대한 관심 높아져
작품 속에 기독교적 정체성 분명히 드러나는 동시에 시대에 뒤처지지 않아야

김정열 교수·총신대 호크마교양교육원 원장·융합콘텐츠학
김정열 교수·총신대 호크마교양교육원 원장·융합콘텐츠학

요즘 널리 쓰이는 용어 중 하나가 ‘콘텐츠(contents)’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이 단어를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이라고 정의한다. 콘텐츠는 기존의 문화와 예술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들을 대상으로, 더 넓은 범위에서 확장되어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가 다양하게 발달되며, 활용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대중매체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들을 만나는데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 장르들 또한 다양하다. 이 시대의 콘텐츠 규모와 파급력이 워낙 크다보니. 정부 차원에서까지 콘텐츠 육성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기독교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회 안팎에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개발과 활용에 나서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보면, 요즘 젊은 세대들이 디자인과 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실제로 필자가 운영하는 디자인과 콘텐츠 관련 강의를 신학 전공생들까지 다수 수강하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다양한 디자인과 콘텐츠를 활용하고자 해도 대개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면,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활용하려해도 당초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표현되는 결과물로 인해서 고민이라는 것이다. 기독교 디자인과 기독교 콘텐츠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많지 않아서 문의조차 어렵다는 아쉬움도 토로한다.

일반적인 콘텐츠들의 활용도 쉽지 않는데, 기독교 콘텐츠들의 경우에는 다루기가 더욱 어렵다. 아마 현재 기독교 콘텐츠 관련 일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이 글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기독교 콘텐츠들을 잠시 훑고 지나치는 사람들은 제작과정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요즘에는 소비자(consumer)의 개념이 제품의 개발과 제작에도 일정부분 참여하는 ‘능동적 소비자’(prosumer)의 개념으로 발달하면서, 유튜버들처럼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콘텐츠 제작을 쉽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높아지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 ‘밈(Meme)’이라는 단어를 잠시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 같은 영상물의 한 장면을 포착해, 대사처럼 재미있는 단어들을 삽입하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가공한 결과물을 바로 밈이라고 한다. SNS 상에서는 밈처럼 갖가지 문화적 유행과 파생 혹은 모방 형태의 결과물들이 인기를 끌다보니, 콘텐츠 제작을 더욱 쉬운 일로 인식하게 만든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어떤 방식은 맞고, 어떤 방식은 틀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콘텐츠라는 개념은 모든 것을 담아내고,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누가 창작자의 마음을 알겠는가? 누가 기획자의 마음을 알겠는가? 만드는 사람의 마음도 중요하고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중요하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고민할 부분은 어떠한 관점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해야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번 회에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 사소한 이야기들부터 기독교 콘텐츠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까지 다각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려 한다.

복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 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제작한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더 포’ 전도지.
복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 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제작한 한국대학생선교회(CCC)의 ‘더 포’ 전도지.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과정

직설적으로 말해 콘텐츠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담아서 보여주고, 제작자의 의도를 담아서 보여주어야 한다.

기획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콘텐츠에 다양한 의미를 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디자인을 위한 여러 단계의 과정을 ‘디자인 프로세스’(Design Process)라고 한다. 디자인프로세스가 가동되면 ‘문제인식’, ‘리서치 및 분석’, ‘콘셉트 도출’, ‘디자인 작업’ 등을 거쳐 최종 결과물을 도출하게 된다. 콘텐츠 제작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친다. 문제인식부터 결과물 도출까지 여러 단체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지만, 각 단계별로 반복작업과 피드백을 통해 콘텐츠의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리서치 및 분석’의 단계에서는 콘텐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게 된다. 리서치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제작자들을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리서치의 한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하는지 결정이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콘텐츠 관련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게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작업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어진 기간만으로는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혹은 클라이언트나 총괄기획자가 생각했던 범위 만큼에 리서치 양이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는 콘텐츠 제작의 퀄리티와 직결되어, 좋지 않은 콘텐츠라는 결과물로 나오게 된다. 제작자들의 만족도 역시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게 된다.

기독교 콘텐츠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리서치 및 분석’의 단계에서 다양한 자료들 중 어떤 것이 기독교적인 것인지, 어떤 것이 비기독교적인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이 단계를 정확히 수행하지 못한다면 결과물이 도출된 뒤에도, 과연 이 콘텐츠가 기독교적 자료인지에 대한 논란이 생겨날 수 있다. 행여나 비기독교적 콘텐츠로 판명난다면 투자한 시간과 재정 모두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제작자는 불명예스러운 오명까지 쓰게 될 것이다.

총신대학교에서 진행 중인 ‘창의적 아이디어 방법론’ 수업 장면, 학생들이 브레인스토밍과 강제연결법을 실습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총신대학교에서 진행 중인 ‘창의적 아이디어 방법론’ 수업 장면, 학생들이 브레인스토밍과 강제연결법을 실습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기독교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들이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의 관점에서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모든 것이 콘텐츠의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또한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나온 아이디어와,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들 역시 이에 해당된다.

우리가 콘텐츠를 제작할 때에는 당연히 제작자로서의 관점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의 관점에서 제작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창작행위를 하는 것만이 아니다. 사람의 생각을 알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예측해야 한다. 그 예측에 맞춰 콘텐츠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사람들이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을 제작하기보다는 몇 수 앞을 내다본 생각을 기반으로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범하는 흔한 오류 중 하나는 일단 만들어 높으면 누구나 다 사용하고, 만족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콘텐츠들 속에서 경쟁을 거쳐 살아 남아야한다. 그러한 콘텐츠가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대박이 터지기 전의 콘텐츠는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시대의 콘텐츠의 트렌드는 ‘반복의 확장’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자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자기 돈을 주고 사고 싶게 만든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한국 드라마나 아이돌그룹 음악 등 이른 바 ‘K-콘텐츠’의 장점이 바로 반복적인 활용이다. 같은 노래를 계속 듣고, 같은 드라마를 반복 재생하여 볼 수 있게 만든다. 이렇게 반복되는 콘텐츠들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쉽고 빠르게 전달되며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독교 콘텐츠 제작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원리들을 기반으로 삼고, 여기에 기독교적인 관점에 따라 기획하고 제작하여 활용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또한 세상의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시각적으로든 의미적으로든 절대 뒤처지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김정열 교수는 총신대학교 호크마교양교육원에서 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융합콘텐츠학을 기반으로 한 디자인과 콘텐츠 관련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디자인과 예술 관련 전시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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