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열 교수(총신대 호크마교양교육원 원장·융합콘텐츠학)

기독콘텐츠=기획자 자신을 통해 하나님 말씀 표현한 산물이다

성경적 관점 가지고 제작 임해야…대중적 기호 만족시키는데 집착하면 신앙 정체성 상실하는 오류 빠질 수 있어

만약 누군가가 인터넷을 통해 ‘기독교콘텐츠’와 ‘기독교디자인’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검색해 본다면, 검색 결과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용어들이 아직 대중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교회 안으로 들어와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대부분은 대략적으로 어떠한 개념인지를 인지하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기독교콘텐츠와 기독교디자인을 통해 신앙생활에 큰 도움을 받는다. 나아가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도 한다. 

기독교콘텐츠에 대한 우리의 자세

오래전 기억을 되살려보면, 교회에서 부교역자를 청빙하는 공고를 할 때 자격사항에 1종 보통 운전면허 소지자를 우대한다는 항목을 넣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성도들이 예배에 편하게 참석하도록 대부분 교회들에서 승합차를 몰고 집 근처까지 데리러갔고, 예배를 마치면 다시 집 근처로 데려다주곤 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지금도 도보로 이동하기 힘든 성도들을 수송하는 문화가 교회들에 남아 있다. 그래서 부교역자들의 운전면허 소지가 대단히 중요했던 것이다.

기독교콘텐츠가 일반콘텐츠와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철학에 있다. 기독교가치관이 모든 제작단계에서 반영될 때, 진정한 기독교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콘텐츠가 일반콘텐츠와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철학에 있다. 기독교가치관이 모든 제작단계에서 반영될 때, 진정한 기독교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요즘에는 부교역자들에게 다른 능력을 요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미디어가 발달하고 활용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교회 안에서도 미디어 사역이 활발해지는 추세이다. 자연스럽게 이제는 미디어 활용능력이나 디자인 활용능력을 갖춘 사역자를 우대하게 된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변하고 있다.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와 디자인을 연구하는 필자에게도 개인적으로 기독교콘텐츠 프로젝트에 관한 문의와 자문 요청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이 분야에 대한 교회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를 확연히 느낀다. 이제 우리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교회에서 취급하는 기독교콘텐츠에 대해 더 잘 알아보고, 활용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됐다.

필자는 올해 초 ‘기독교디자인의 역할과 활용’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대목에서 해당 논문을 인용하자면 ‘비기독교인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콘텐츠에 기독교 정체성을 부여하면 기독교콘텐츠가 된다’고 하겠다. 성경을 기반으로 제작하고 활용하는 콘텐츠라면 그것이 바로 기독교콘텐츠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은 더욱더 성경적인 관점을 가지고 제작에 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독교인을 상대로 하든, 비기독교인을 상대로 하든 콘텐츠를 활용하는 대상에게 정확한 기획의도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를 활용하는 사람 또한 자신이 사용하려는 것이 과연 기독교콘텐츠로 적합한 것인지 제대로 판단할 줄 아는 분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독교콘텐츠 알아보기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영상 음악 이미지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수많은 콘텐츠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야말로 콘텐츠 홍수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위험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고, 콘텐츠에 담긴 의미들을 무의식 중에 수용하기도 한다.

그나마 기독교인들은 비교적 다행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독교인들도 다양한 콘텐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그렇지만 성경대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이 흔히 접하는 콘텐츠라면 건전한 기독교콘텐츠일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대부분 신앙이 있고, 어렸을 때부터 또는 하나님을 영접한 이후부터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성장했을 것이다. 성경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접하는 것들이 이전과 달라진 사람들이라면 일반적인 콘텐츠보다 기독교콘텐츠를 스스로 선택해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들을 때에도 숱한 대중음악들이 존재하지만 기독교인들은 인기가요만 선택해 듣지는 않는다. 때로는 클래식 음악을 선택할 수도 있고, CCM을 비롯한 기독교음악들도 자주 선택의 범주에 들어간다. 콘텐츠 선택의 범위는 우리가 정할 수 있다.

모두가 경험하는 것들을 일반적인 콘텐츠라고 하자. 일반적인 콘텐츠라 불리는 것들은 다양한 가치관들에 기반을 두고 제작된다. 불특정 다수가 좋아하는 콘텐츠일 수도, 특정한 타깃에 맞춘 콘텐츠일 수도 있다. 특히 타깃을 맞춰 제작하는 콘텐츠일 경우, 상업적인 요소가 기반인 콘텐츠는 기획자의 관점보다 소비자로 불리는 타깃에 맞춰 제작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기독교콘텐츠에도 디자인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하느냐에 따라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기독교콘텐츠에도 디자인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하느냐에 따라서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기독교콘텐츠를 어떻게 구분할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기독교 가치관을 가지고 기획하며 제작한 결과물이냐 하는 것이다.

제작과정에는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는데, 만약 기획은 기독교인이 하고 제작은 비기독교인이 했다면 그 결과물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결과물만 가지고 기독교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제작하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기독교콘텐츠 여부를 판단할 것인가? 당연히 제작의 전 과정에서 기독교 관점이 반영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런 제작환경을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독교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결과물로 제작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물로 신앙이 좀 더 탄탄해지도록 도움을 주는 콘텐츠라면 금상첨화이다. 또한 선교적 관점에서 비기독교인들을 위한 복음전파의 도구로 기독교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기독교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알리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도 필요하다.

종합해보면 기독교콘텐츠는 주님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리고 제작된 콘텐츠는 타깃으로 설정한 소비자들에게 기독교적 정체성으로 다가가고, 목표로 한 주제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나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다면, 그 결과물에는 반드시 기획자의 철학이 담기게 될 것이다. 기독교인 기획자의 콘텐츠에 담기는 철학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말씀이다. 기획자 자신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표현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만일 다수의 타깃이 좋아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말씀보다 세상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 기획하고 제작한다면, 아무리 기독교인이 제작한 콘텐츠라고 해도 과연 그 결과물을 기독교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까? 또한 하나님께서는 그 결과물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필자가 이와 관련된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각각의 과정에서 기독교적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과정들 중 하나만 놓쳐도, 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당초 제작의도와는 상관없이 기획자가 놓친 부분이 더 크게 보이게 된다.

디자인과 아이디어

디자인 산업은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에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디자인은 기업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에서 점점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특히 요즘에는 ‘마케팅의 끝이 디자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다.

이제 디자인이 없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디자인은 누구나 관심을 갖는 분야가 됐고, 우리 삶의 곳곳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기독교콘텐츠에서도 디자인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며, 기독교디자인에 대한 깊은 고민 또한 필요하다.

김정열 교수·총신대 호크마교양교육원 원장·융합콘텐츠학
김정열 교수·총신대 호크마교양교육원 원장·융합콘텐츠학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질문이 있으니 ‘진정한 디자이너는 누구냐?’는 것이다. 진정한 디자이너는 하나님 한 분 뿐이시고, 우리는 단지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은 만물들과 그분이 주시는 생각들을 조합해 새로운 것들을 디자인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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