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분노로 가득한 사고현장
무안노회 목회자들 봉사단 상주
조용한 섬김으로 유족들을 위로
전국교회에서 후원 손길도 답지
유족들은 공항을 떠나지 못한다.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잠자리까지 모든 게 불편하지만 잃어버린 가족들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곳에 머무는 게 차라리 낫다.
12월 30일 오후 3시, 태국에서 날아온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공항에 착륙하다 사고가 난 지 30시간이 흘렀다. 적십자에서 설치한 셸터가 건물 두 층을 꽉 채우며, 공항은 마치 난민촌처럼 변했다. 이미 탑승자 181명의 생사확인이 끝난 상태지만 수시로 이루어지는 사고대책본부의 브리핑, 사고 희생자의 시신을 확인하기 위한 호출 등으로 유족들은 계속 가슴을 졸인다.
활주로 쪽에서는 군경들의 발걸음들이 분주하면서도 조심스럽다. 아직 찾지 못한 시신들을 수색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폭발의 충격으로 사방에 어지럽게 널린 여객기 잔해나 희생자들의 핏자국들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공항건물을 잠시 빠져나와 수색작업을 지켜보던 몇몇 유족들은 자꾸 오열하고, 때로는 혼절한다. 억누를 수 없는 슬픔과 분노로 인해 누군가 고함치는 목소리가 연신 들려오기도 한다.
이처럼 안팎의 모든 사람들 신경이 곤두서서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분위기이지만, 그 속에서도 따뜻함이 감도는 공간은 있다.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유족들을 위해 온갖 필요를 공급해주는 부스 앞이다. 셸터에서 모든 것을 잃은 표정으로 나오던 사람들도 이곳에 이르면 얼굴에 잠시 미소가 번지고, 감사인사를 봉사단에 건네곤 한다.
이 부스에서는 한 끼를 채울 수 있을 정도의 먹을거리에서부터 칫솔이나 물티슈 등 일상을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을 구할 수 있다.
부스설치를 위해 지난밤을 꼬박 새운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긴급구호팀으로부터 봉사단 임무를 물려받은 건 예장합동 무안노회 소속의 목회자들이다. 비보를 접한 주일에는 경황이 없었고, 오늘은 새벽부터 구호활동에 여념이 없다. 면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노연중 목사(안동교회) 얼굴은 그새 덥수룩한 수염으로 덮였다. 노 목사는 무안군기독교연합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슬픔 당한 이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부디 사고의 원인규명과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져, 유족들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현재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가늠할 수 없기에, 계속해서 교대로 봉사단 활동을 감당해야 하는 무안노회와 무안군기독교연합회의 목회자들의 마음 속에는 투지와 염려가 교차한다. 그 염려를 덜어주는 것은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사역을 선도하고 든든히 지원하는 서울광염교회(조현삼 목사)를 비롯해 여러 교회와 성도들이 아낌없이 제공하는 후원의 힘이다.
이날 하루 동안 전남기독교총연합회(회장:권용식 목사)와 목포기독교교회연합회(회장:박성신 목사)가 10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들고 찾아와 봉사단에 기증했고, 사회적협동조합 요셉의창고(이사장:서종석 목사)와 바른길상사(총괄대표:이종식)는 분향소를 차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생수 4000병을 전달했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광주동명교회(이상복 목사) 목포 충현교회(신철원 목사) 등 전국 교회들의 정성어린 기부도 답지하는 중이다. 이날 현장에 합동조문을 한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회장:이종석 목사)는 구호물품들 수집 작업에 한창이다. 손수 100인분의 어묵탕을 끓여오거나, 1000여 개의 김밥을 말아오는 개인 후원자들의 정성도 감동을 일으킨다.
그럼에도 현장에는 여전히 더 많은 지원의 손길이 필요하다. 공항 건물에 밀집한 수천 명의 인원들에게 제공할 생수와, 김밥 등 식사 대용품들은 채워놓는 즉시 동이 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 날씨에, 기온이 더 크게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유족들 건강 또한 걱정이다.
봉사현장을 지휘하는 팀장역할을 맡고 있는 이윤동 목사(무안 청계교회)는 “하나님의 채우심을 기대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섬김의 직분을 감당할 것”이라면서 “유족들의 마음을 주께서 어루만져주시도록 기도해 달라”고 전국 교회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