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여성 73% “부득이한 낙태라도 10주 넘으면 반대”
성인여성 73% “부득이한 낙태라도 10주 넘으면 반대”
‘모자보건법’ 개정, 생명경시 부추긴다 ①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 노충헌 기자
  • 승인 2020.10.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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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단계서부터 생명’ 인식 높아 … ‘여성 건강권’ 중요하게 여기며 낙태 후유증 깊이 있는 상담 원해

성인여성의 72.8%가 낙태는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또는 산모의 생명 위험이 예상되는 특별한 경우에 한해 허용되어야 하며 최대 임신 10주가 넘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여성들의 입장은 모자보건법을 통해 14주까지 낙태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이나 전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과 상반된 것으로 다수의 여성들이 낙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것을 알게 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바른인권여성연합(상임대표:이기복 등)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조사했다. 조사 일시는 10월 6일이었으며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여성 1214명을 대상으로 했다.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허용오차 +-3.1%p.

“수정된 순간부터 생명”
응답자들은 “생명의 시작이 언제부터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39.4%가 ‘수정이 된 순간부터’라고 반응했다. ‘심장 박동이 들리는 6주 부터’라고 응답한 비율도 29%에 이르렀으나 상대적으로 ‘출산 후부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12.5%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2/3가 넘는 숫자가 태아를 생명이라고 생각한다는 결과로, 14주 이내 낙태를 허용하려는 정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 추진 의도와 다른 견해를 가졌음을 알게 했다.

“태아의 생명권, 산모의 건강권, 산모의 행복추구권 중 가장 우선해야 할 권리”에 대해서 여성들은 ‘산모의 건강권’(35.8%)를 최우선으로 꼽았고, ‘산모의 행복추구권’(34.3%), ‘태아의 생명권’(22.1%) 순으로 답했다.
모자보건법의 인지 여부를 묻는 “현행법에서 강간에 의한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급한 경우 낙태를 허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72.7%가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모른다’는 응답은 27.3%에 달했다.
다음으로 “낙태에 대해 여성만 처벌하는 현행법을 개정해서 남성에게도 친부로서 법적 경제적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묻자, 88.7%는 ‘찬성한다’는 답변을 했다. ‘반대’는 6.2%에 그쳤다.

낙태 전 상담과 숙려기간의 필요성을 묻는 “낙태를 고려할 상황이라면 낙태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과 후유증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상담과 숙려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문항에 대해서는 89.2%라는 압도적인 숫자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7.2%에 머물렀다.

비밀출산제의 필요성을 묻는 “출산 양육이 어려운 임산부를 위해 비밀출산제를 도입하여 정부가 출산, 양육과 입양을 돕는 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항목에 대해서는 82.1%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필요하지 않다’라고 응답한 10.2%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낙태의 허용 주수를 묻는 질문에는 ‘강간,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 위협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낙태를 반대한다’가 가장 많은 33.8%를 차지했다.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점인 6주 이전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20.3%, ‘임신 초반부인 10주까지는 허용’하자는 응답은 18.7%로 나타났으며, ‘모든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19.9%에 그쳤다. 즉 여성의 72.8%가 부득이하거나 10주 이내까지만 낙태는 용인할 수 있다고 대답함으로써 정부의 개정안과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이번 여론조사를 의뢰한 바른인권여성연합은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들은 건강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낙태의 후유증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는 깊이있는 상담을 원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개정안은 단 하루의 숙려기간과 형식적 상담을 통해 낙태를 빨리 쉽게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여성연합은 “또 남성이 책임을 지게 하는 법안, 비밀 출산을 보장하는 법안, 미혼모 등 경제적 이유로 출산이 어려운 경우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 등 여성의 건강권과 출산권을 보장하는 내용은 전무하다”면서 “이번 개정안은 낙태가 여성에게 끼치는 막대한 피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없는 지극히 단순하며 근시안적인 법”이라고 비판했다. 

“14주까지 허용은 사실상 낙태 전면 허용”

하루뿐인 낙태숙려기간도 문제 … 미성년자 가능 범위 논란도

  법안의 문제점 

현재 법무부(이하 정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는 임의로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24주까지는 의학적 윤리적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낙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루의 숙려기간을 주고 미성년자의 경우도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낙태할 수 있으며 낙태 약물 사용도 허락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일부 여성단체들은 정부 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면 낙태 허용을 주장하고 있으나, 교계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낙태는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부득이한 낙태일 경우라도 요건을 엄격히 하고 낙태 허용 가능 주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낙태 허용 주수이다. 정부안대로 14주까지 가서 낙태를 하게 되면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며 이미 태아 검사가 가능해진 시기이기 때문에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모의 생명이 위급한 경우로 낙태가 불가피하다고 합의된 경우라도 태아의 박동이 들리는 6주가 넘어가면 불허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경우도 부득이한 낙태라도 임신 10주 미만에서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었다.

개정안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낙태 95.3%가 12주 이내에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14주까지 자유로운 낙태 허용은 사실상 낙태 전면 허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24주의 태아는 조산한 경우에도 살릴 수 있을 정도로 자란 생명체이기에 이때까지도 낙태를 가능케 하겠다는 것은 살인에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둘째 낙태 숙려기간이 단 하루 뿐인 점도 문제다. 때문에 교계에서는 임신 확인 후 숙려 기간은 최소 5~7일 이상(많게는 4주) 필요하며 이 기간 동안 임신 유지 및 사회적 지원 제도 등 상담을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시술기관과 상담기관은 반드시 분리토록 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셋째 미성년자의 낙태를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가능토록 한 것도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개정안에 따르면 만 16세 이상만 되면 상담사실확인서만으로 낙태가 가능해진다. 민법상 친권 박탈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개정안에는 낙태를 위한 약물 사용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먹는 낙태약은 낙태 행위를 더욱 부추킬 수 있으며 각종 부작용과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까지 초래할 수 있기에 매우 위험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밖에 의사가 낙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기는 했으나 그 대신 임신 출산 종합상담기관으로 안내토록 의무화하고 있어서 사실상 의사들에게 임신중절을 방조토록 하는 법이라는 문제제기도 있다.
따라서 미혼모가 익명으로 출산과 입양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비밀출산법 제정, 아기의 남성이 양육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을 때 강제하는 ‘양육비이행책임법’의 처벌 규정 강화, 낙태 반대 의사의 거부권 명시, 성범죄자 등이 상담사로 활동할 수 없도록 하거나 상담기관의 수준을 엄격히 제도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등 보완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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