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보건법’ 개정, 생명경시 부추긴다 ②태아는 소중한 생명

의료계마저 “비의학적 사유 낙태는 살인이며 산모에 막대한 피해” 강조 … 생명 지키는 대안입법 시급

“(전략) 4. 여성의 안전과 무분별한 낙태 예방을 위해 사유의 제한 없는 낙태 허용 시기는 임신 10주(70일:초음파 검사상 태아 크기로 측정한 임신 일수) 미만으로 한다.

5. 임신 10주 이후 태아 사유의 낙태는 사회경제적 사유에 포괄한다.(후략)”

위 내용은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등 의료계 4개 단체가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후 ‘낙태법특별위원회’를 공동으로 구성하고 밝힌 낙태법 개정에 관한 입장이다. 의료계는 “임신 10주 시기의 태아는 발달이 일정하여 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임신 주수 측정이 가능하다. 또한 임신 10주부터 태아 DNA 선별검사를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태아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감안하여 비의학적 사유의 낙태는 태아에 대한 의학적 개입이 이뤄지기 전인 임신 10주(70일) 미만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정부의 14주 이내 제한없는 낙태와 24주 이내 조건부 낙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의료계마저 정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허용하는 낙태 조건이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보는 것은 유전학의 발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태아는 아무리 작은 배아상태라고 할지라도 엄마의 것도, 아빠의 것도 아닌, 태아 자신 소유인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독립적 존재다. 태아는 처음 3주가 흐르면 심장이 뛰고 그 다음 뇌와 척추, 신경조직, 간 등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5주째에는 다리가 생기고 7주면 손가락 발가락이 형성되며, 8주째에 이르면 어른의 몸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관이 생겨난다. 이때 태아의 크기는 3cm 정도인데 이미 머리부터 발가락까지 모든 신체를 구비한다. 최근 임신 24주만에 조산하여 400g 밖에 안되는 체구를 가지고도 살아난 태아의 모습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런 생명체가 태중에 있는데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외면하면서 낙태를 하는 행위는 분명 살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시민단체 대표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현행 개정안이 낙태를 조장할 수 있다면서 입법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현행 개정안이 낙태를 조장할 수 있다면서 입법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낙태는 임신한 여성에게도 육체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임신을 하면 여성들의 호르몬 분비와 자궁, 점막, 혈관, 골반 등 기관이 임신을 지속하는 쪽으로 변화된다. 낙태를 하게 되면 이런 생리적 현상을 인위적으로 역행시키는 것이기에 여성의 몸에 이로울 리가 없다. 낙태는 불임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추후 자궁 외 임신 가능성을 높인다. 천공을 하게 된 경우는 복막염이나 출혈이 우려되고 사망사고의 가능성도 있다. 임산부가 임신을 지속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보다, 낙태를 했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할 확률이 4배나 높다는 지적도 있다.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의 자살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7배나 크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낙태가 임산부에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이 된다는 증거다. 낙태는 여성에게 상실감, 슬픔, 관계장애, 나아가 우울증을 불러 일으킨다. 이처럼 낙태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낙태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인지작업없이 시행될 경우, 그 피해는 임산부에게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낙태는 태아에게는 살인이며, 임산부에게도 그에 준하는 피해를 입히지만 당사자들이 아니더라도 은연 중 생명경시 풍조를 확산시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잊을만 하면 들려오는 아이를 잔혹하게 폭행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살해하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런 행위는 낙태를 해도 되지만 수고를 들여 낳았기에 이제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명경시 사상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는 나의 소유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생명에 대해서만큼은 있어서는 안되며 이런 자기결정권의 남용이 제어되지 못하면 안락사, 인간복제, 자살까지 쉽게 생각하는 의식이 확산될 수 있다. 결국 생명경시 풍조가 사회 속에 확산되어 사람들의 삶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2020년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연간 출생아 수는 30만2676명이며 합계출산율은 0.92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세계 170위권으로 사실상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반면 보건사회연구원은 2019년 여성 1만명에게 낙태 경험을 묻는 설문을 실시해 이를 바탕으로 2017년 낙태 건수는 4만9746건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런 낙태건수 추정이 과소측정되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2005년 기준으로 낙태 건수가 정부 발표보다 3배 많은 100만 건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5년 통계를 보면 국내 출생 신생아는 43만 명이었고, 낙태로 생명을 잃은 태아는 34만명이었다. 그러나 당시도 이 숫자들은 공식적인 산부인과 등 병원 자료여서 음성적인 낙태를 고려하면 출산보다 낙태아가 최소 2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 낙태의 98%가 임신 12주 이전에 이뤄지고 있기에 정부의 임신 14주 이내 자유낙태는 사실상 낙태 전면 허용과 다름없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또 24주까지 가서도 불가피한 경우 하루의 숙려기간을 거치면 낙태가 가능토록 한 것은 사실상 24주에도 낙태를 허락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 낙태 관련 형법 개정과 모자보건법은 문제가 있고 부득이 법개정이 필요하다면 △합법적인 낙태 주수 최소화 △태아와 산모의 건강을 지키는 내용 △불법적이고 음성적이거나 광범위한 낙태 허용 금지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책임을 지우는 조항 등을 담은 대안입법이 제안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끝>

“전방위적 생명살리기 운동 출발점 만들자”
평신도 전문인 주축 기존 운동 한계 … 교단·연합기관 적극 관심을

안양샘병원 박상은 원장

“이번 낙태와 관련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논란을 계기로 모든 교회가 생명살리는 일에 나서게 되기를 바랍니다.”

생명회복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박상은 원장(안양샘병원·사진)은 “그동안 낙태반대 운동이 교계에서 없지는 않았지만 평신도 전문인들을 주축으로 진행되다보니 폭넓게 확산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앞으로 목회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교단과 연합단체에서도 관심을 가져 한국교회 전체가 진정한 회개과 생명회복운동을 우리 사회 안에서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사실 낙태반대운동은 가톨릭에서 더욱 적극적이었으나 교계에서도 전문인들을 중심으로 지난 1994년 낙태반대운동연합, 1997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2000년 기독교생명윤리협회 등을 세워 낙태 반대운동을 해왔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주장이 교회 강단에서 목회자들에 의해 전해지는데 까지 이르지 못해, 상당기간 동안 개신교계는 낙태를 찬성한다는 오해를 받았다”고 회고했다. 박 원장은 “생명운동을 일으키려면 이제부터라도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관련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면서 “성도들 가운데도 낙태를 경험한 분들이 많아서 목회자가 낙태반대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겠지만 결국 바른 메시지를 통해 교회 안에서 진정한 회개와 생명사랑운동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목회자들의 강단에서 말씀 선포 외에도 교회 교육 분야에서 낙태와 관련한 커리큘럼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신학교에서도 생명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목회자와 성도들이 낙태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해를 가진 가운데 의료계와 운동가들과 연계해서 범국가적인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보았다.

박 원장은 “현재 정부와 권인숙 의원이 낙태 관련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고 박주민 의원의 법안도 곧 제출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면서 “11월에 국회에서 법안에 대한 많은 토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교회의 기도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또 그는 “정부와 국회는 낙태는 10주 미만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학계와 낙태의 만연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며 “시민단체 차원에서도 국회와 협조하여 임신 및 낙태에 대한 대안적 입법을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상은 원장은 “얼마전 예장고신 교단이 11월 8일을 생명주일로 지키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면서 “국내 주요 교단들도 생명주일 지정 등으로 생명운동에 대한 동참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해 준다면 낙태반대운동을 하는 여러 단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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