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남기 목사(광주대성교회)

오래 꿈꾸던 ‘느림의 트래킹’ 정수 맛보다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 간직…두 계절이 공존하는 풍광을 천천히 즐겨
 

“하나님이 지으신 그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세기 1:31)

파타고니아의 토레스델파이네국립공원(Parque Nacional Torres del Paine)은 트래커들의 로망이다. 이곳은 1978년에 유네스코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지역으로 지정한 곳으로, 세계 10대 국립공원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서 전 세계의 수많은 여행자들을 불러들인다.

눈 덮인 산과 빙하, 푸른 호수와 강, 숲과 바람 그리고 수많은 동물과 새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함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공원 안에 길이 잘 나 있고, 대피소도 잘 갖추어져서 여행자들은 몇 날 며칠이고 걷고 촬영하고 쉬면서 ‘느림의 트래킹’ 정수를 맛본다.

필자가 오랫동안 꿈꾸어오던 이곳에 마침내 방문한 날은 초겨울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얀 눈이 덮인 산들과 화려한 여러 들꽃들이 활짝 핀 초원의 길을 따라서, 빙하의 깨끗한 물이 흐르는 맑은 소리를 들으면서 황홀한 비경 속을 요리저리 걸어 다니는 황홀한 시간을 기대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낀데다, 오후에는 눈과 비까지 함께 내리는 바람에 그 멋진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어 아쉬웠다.

당초 출발할 때는 공원까지 배로 올라가서, 여유롭게 더블유(W) 코스를 따라가는 3박 4일 간의 트래킹을 계획했는데, 겨울철에는 배가 다니지 않으니 그만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자동차로 돌아다니며 명소 몇 곳에만 잠깐씩 내려 구경하는 도리밖에 없었다.

입구 쪽엔 철조망이 쳐진 곳들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초원과 물이 좋아 소와 사슴들이 그 안에서 풀을 뜯고 과나코(Guanaco)들이 무리지어 풀을 뜯는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공원에는 여러 종류의 여우들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었는데, 산 능선에서 덩치가 큰 새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날지 못하는 새인 ‘레아’(Rhea)라고 하는데, 바로 이 공원이 레아의 서식지라고 했다.

▲ 빙하가 녹은 맑은 물이 줄기를 이루는 살토그란데폭포의 모습.

공원의 백미는 ‘세 개의 푸른 탑’이라는 뜻을 가진 토레스델파이네(Torres del Paine, 해발 2850m)를 올려다보는 것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두 개의 화강암으로 된 봉우리가 맑은 호수 뒤에 우뚝 솟아 있고, 그 봉우리 정상 부분은 검은 띠를 두른 것 같이 점판암으로 덮여 있다. 위쪽엔 눈이 하얗게 덮인 겨울인데, 아래쪽은 단풍이 든 늦가을 풍경에다 호수까지 펼쳐져 있다. 두 계절이 공존하며 멋을 더하는 풍경이었다.

토레스델파이네국립공원은 노르웨이의 설산에다 스위스의 호수를 더하고 거기다가 몽골의 초원까지 합쳐 놓은 것 같은 분위기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그 멋진 풍광을 때로는 천천히 걸으며 눈으로 만끽하고, 때로는 자동차를 타고 둘려보며 상쾌한 시간을 보냈다.

이 공원의 또 다른 비경은 살토그란데폭포(Salto Grande Waterfall)이다. 높이가 20m에다 폭이 14m이고, 빙하의 호수에서 흘러내리는 순수한 물이 하얀 폭포를 이루어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폭포 뒤에는 눈 덮인 하얀 설산이 있고, 또 그 언덕 위에서 멀리 토레스델파이네 세 봉우리가 보이는 멋진 포인트인데 아쉽게도 잔뜩 낀 구름 탓에 볼 수가 없었다.

오후가 되자 산 위에는 눈이 내리고, 아래쪽에는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궂은 날씨였지만그레이 빙하(Lago Grey) 호수를 보기 위하여 나무로 만든 출렁다리를 건너 숲속으로 향했다.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니 굵은 모래들이 푹신푹신하게 쌓인 모래광장이 나왔다. 호수 아래에는 잘 다듬어진 검은 돌들이 저수지 둑처럼 언덕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그레이 빙하 호수가 막혀있는 끝 지점이었다. 호수 중간 중간에는 커다란 유빙(Iceberg)이 떠내려 와 머무르며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 푸에르토나탈레스 항구의 석양 풍경.


   토레스델파이네국립공원 여행코스

안데스산맥의 남쪽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의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까지 2200km 거리를 산티아고에서 란항공을 이용해 3시간 10분 만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푼타아레나스 시내의 버스터미널까지 가서 푸에르토나탈레스(Puerto Natales)행 버스티켓을 구입했다. 2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짐을 터미널에 맡겨놓고, 마젤란해협과 시내를 둘러보고 돌아와 직행버스에 올랐다.

4시간을 달려서 인구 2만의 푸에르토나탈레스에 도착했다. 연 강수량이 5000mm가 넘는 파타고니아는 눈 덮인 산들이 비경이었다. 목적지인 토레스델파이네국립공원은 푸에르토나탈레스에서 120km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일행 6명이서 미화 60달러씩 지불하고 밴을 대절하여 새벽에 공원으로 올라갔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1인당 3만6000원이며, 몇 군데서 더 추가 비용을 지불한다. 트래킹 하기에는 2월이 최적이고, 가이드는 많아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관람을 마치고 다시 푸에르토나탈레스  터미널에서 안데스산맥을 넘어 아르헨티나 엘칼라파테로 가는 직행버스를 탔다. 4시간이 걸려서 두 나라의 국경검문소를 통과하고, 빙하국립공원이 있는 엘칼라파테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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