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남기 목사(광주대성교회)

▲ 볼리비아 라파즈 시내에서 바라본 일리미니산의 풍경.
 

해발 4000m, 아픈 역사의 도시에 가다
고지대서 강의, 선교사는 선 채로 방방 뛰면서 통역…도시는 운치 있고 웅장했다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시라.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 나를 나의 높은 곳으로 다니게 하시리로다.”(하박국 3:19)

볼리비아는 칠레와의 태평양전쟁에서 리토랄 주와 바다를 잃어 내륙에 고립된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볼리비아 수도 라파즈(La Paz, ‘평화’라는 뜻)는 해발 3600~4100m의 높은 비탈진 산언덕에 위치해 있었는데, 외국의 침략을 피하기 위해서 수도를 이렇게 정했단다. 많은 외세의 침략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가슴이 저려오는 사연이었다.

페루 리마에서 비행기로 10시에 이륙하여, 안데스 산맥을 넘어서 볼리비아 제2도시인 산타크루즈까지 날아가 경유하고, 탑승객을 태워 라파즈로 돌아갔는데 오후 4시가 넘었다. 라파즈 국제공항은 해발 4000m의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었다.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유일하게 비자를 요구했다. 라파즈공항 입국장에서 아내와 함께 까다롭고 복잡한 입국 서류를 작성하고, 미화 110달러 정도의 볼리비아노를 지불하고 바로 비자를 받고 입국했다.

공항에서 필자를 기다려준 이건화 선교사는 라파즈에서 독신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연상의 김성재 선교사를 만나서 극적으로 부부가 된 사연이 있다. 김 선교사는 총신신대원을 졸업하고 서울의 여러 교회에서 여전도사로 섬기다가, 볼리비아 선교사로 파송을 받아와서 일하다 젊고 잘 생긴 이건화 선교사를 만나서 결혼에 성공했단다. 이근화 선교사는 우리를 차에 태워서 라파즈 시내의 호텔을 정해주었다.

라파즈는 물가가 아주 싼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루 종일 여행에 지치고 배가 고파 호텔 옆 유명 음식점에 가서, 볼리비아의 유명한 음식으로 ‘빠질라다(Parrilladas)’라 불리는 소고기 숯불구이를 시켰다. 셋이서 실컷 먹었는데도 미화 27달러를 지불했다.
 

▲ 라파즈 벧엘교회에서 강의 후 현지 성도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

다음날 오전에 이근화 선교사를 따라 그가 설립한 벧엘교회에 가서 스페인어 전도지에 대해 강의했다. 평일인데도 강의시간에 집사들과 고등학생들이 몰려들었다. 벧엘교회가 해발 4100m의 고지대에 위치했기 때문인지, 한 시간쯤 강의하고 나서 필자는 머리가 띵하고 약간 몽롱해지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이 의자에 앉아 강대상에 약간 기댄 채 강의를 마쳤는데, 이건화 선교사는 계속 선 채로 방방 뛰면서 내 강의를 열심히 통역해 주었다. 라파즈 한인들에게 들은 얘기로는 고도가 너무 높아서 일반 밥솥으로 밥을 할 수가 없고, 산소가 모자라서 화재의 염려도 없다고 했다. 재미있게도 볼리비아 아이들의 생김새가 우리와 비슷한 데다, 몽골 반점까지 생긴다고 해서 친근감이 더 들었다.

강의를 마친 후 중심가로 내려가니 식민지 시대의 건물들과 현대식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라파즈 시내에는 위아래 고도의 차이가 500m가 넘어서 곤돌라가 운행하고 있었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라파즈 시내는 산비탈에 드러누운 것처럼 운치가 있었다. 또한 이른 아침에 바라본 일리마니 산(Mount Illimani, 6480m)의 우뚝 선 모습은 웅장하고 거대한 장관이었다. 하얀 설빙이 덮여 있는 산 정상을 하얀 구름이 감싸고 넘어가는 광경도 신비했다.

호텔 체크아웃 후 짐을 챙겨 대절한 택시에 싣고 이건화 선교사, 유상섭 목사 그리고 필자 부부 이렇게 넷이서 티티카카 호수(El lago Titicaca)로 향했다. 일리마니 산과 연결되어 있는 안데스 산맥의 하얗게 눈 덮인 줄기가 티티카카 호수로 가는 동안 오른쪽에 계속해서 이어지는 광경을 감상했다. 티티카카 호수는 안데스 산맥의 빙하와 강우에 의하여 생겨난 호수로 남미 최대의 호수로 알려져 있었다. 페루 뿌노(Puno)의 동쪽과 볼리비아 라파즈의 북서쪽 사이 해발 3812m의 고산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남북의 길이가 190km이고, 넓이가 가장 큰 곳이 80km에 이르며, 가장 깊은 곳은 수심 280m나 된다고 한다.


  라파즈 초보여행자 팁

티티카카 호수와 라파즈로 향할 때 당초 쿠스코에서 버스를 이용해 뿌노로 가서, 티티카카 호수를 둘러보고 라파즈로 가서 보는 노선을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짐에다 아내와 함께 고산 지역을 장거리 버스로 오래 이동하는 여행방식이 힘들 것 같아서 포기했다. 하지만 쿠스코에서 리마를 들렸다가 라파즈로 바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더 멀리 산타크루즈를 경유하는 노선을 택했다.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6시간 걸려서 돌아가야 했다.
라파즈는 지역 내 고도 차이가 500m가 넘기 때문에 가능한 낮은 곳의 호텔에서 묵는 것이 고산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라파즈는 물가가 저렴한 점이 좋고, 택시를 대절하여 짐을 실은 채 티티카카 호수를 다녀와서 바로 국제공항으로 가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볼리비아 영사관은 의정부에 있지만 비용과 시간 관계로 미리 들르지 못했다. 그래서 페루 리마의 볼리비아 영사관에 비자를 받으러 두 번이나 갔으나 받지 못했고, 결국 라파즈 공항에서 입국세를 내고 비자를 받아 입국해야 했다.

▲ 남미 최대 규모의 티티카카 호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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