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남기 목사(광주대성교회)

후배 목회자 호의에 편안한 일정 보내
휴가 보내기 가장 좋은 도시…현지 한인들의 융숭한 대접에 유쾌한 재충전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태복음 7장 12절)

남미에서 휴가를 보내기에 가장 좋은 도시는 칠레 산티아고였다. 칠레는 세계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남미 국가들 중에서는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무엇보다도 치안이 안정된 편이다. 특히 관광객들에게는 호텔과 백화점에서 19%의 세금이 면세되는 혜택이 주어지기도 한다.

산티아고에서는 한인 선교사를 찾을 수 없었는데, 대신에 한인교회 네 곳이 있었고 목회를 잘하고 있는 총신 출신 후배 목사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칠레 인구 1700만 명 중 산티아고의 인구가 600만 명이었는데, 거기에 2000여명의 한인들이 부지런하게 일하며 잘 살고 있었다.

산티아고 시내의 산크리스토발 공원, 아르마스 중앙광장과 구도심, 중앙어시장, 그리고 피에드라로자 연못가 등을 돌아보았다. 남미 태평양 최대의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와 휴양도시인 비냐델마르도 따로 시간을 내서 구경했다. 특히 산티아고 시내 언덕에 위치한 산크리스토발 공원(700m)에 올라가보니 아름다운 산티아고 시내와 눈 덮인 안데스 산맥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산티아고의 5월말은 우리나라의 늦가을 같은 날씨로, 여행하기에 정말 좋았는데 현지에서는 2월이 여행에 최적기라고 했다. 칠레의 한 가지 문제는 지진이 자주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내 중심가 큰 빌딩들은 건물의 벽이 두껍고, 건물과 건물이 서로 연결되어서 지진에 잘 대비하고 있었다.

필자가 인터넷으로 예약한 호텔은 주택가 동네에 자리잡고 있어서, 아침에 일어나 반바지 차림으로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며 신나게 산책했다. 여행에서 누리는 자유와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내와 단둘이 오붓하게 낯선 도시를 활보하면서,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주고받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었다. 호텔 또한 아침 식사가 잘 나오고, 현지에서 맛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과일들도 나와서 몹시 즐거웠다.

당초에는 남미 선교사들을 만나 필자의 스페인어 전도지를 전달하고, 점심식사를 대접해 드리고자 맘을 먹고 준비했는데 정작 산티아고에서 도착해서는 필자가 현지 한인들로부터 더 많은 신세를 지게 됐다. 주님의 섭리는 참으로 측량하기 어렵다. 6박 7일간 산티아고에서 묵는 동안 점심과 저녁은 매 끼니를 많은 분들이 자신의 집과 멋진 식당에 초대해서 융숭하게 대접해 주셨다.

▲ 산티아고 한인교회에서 설교하는 민남기 목사.

앞서 페루와 볼리비아를 거쳐 오는 동안 다소 힘들었던 심신이 이곳에서 잘 쉬고 유쾌하게 지내면서 재충전이 되는 기분이었다. 여러 한인들을 만나 그들이 지내온 삶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유익했다. 특히 총신 후배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차로 비냐델마르와 발파라이소 등 주변 여행지까지 동행해주어 편안한 일정을 보낼 수 있었다. 덕택에 태평양의 진주라 불리는 발파라이소 해안에서 바다 너머로 떨어지는 황홀한 석양을 바라보며 촬영하는 행운과 여유를 누릴 수 있었고, 두 사람의 배려로 주일에는 이들이 섬기는 교회에 초대되어 설교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산티아고 시내 중심가에 있는 모에다 대통령궁에 방문했을 때는 칠레의 가슴 아픈 현대사가 뇌리에 되살아났다. 1973년 9월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국방장관은 사회주의 정책을 고수했던 소아과 의사 출신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Salvador Allende Gossens)이 집무하는 대통령궁을 폭격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사태로 집권한 피노체트는 무려 17년간 독재정치로 철권을 휘둘렀다.

당시 아옌데 대통령은 쿠데타 세력의 계속적인 폭격에 시달리면서도, 망명을 치욕이라며 거절하고 권총을 들고 끝까지 투쟁하다 결국 자살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는 아옌데 대통령의 동지이자 197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가 병상에서 격렬하게 항의시를 쓰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전해진다.

▲ 산티아고 시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눈이 아름다운 여인의 벽화.


  산티아고 초보여행자 팁

칠레는 산티아고를 기준해서 위쪽으로 2000km, 아래쪽으로 2300km로 뻗어있으며, 동서로는 175km 정도의 넓이를 가진 길쭉한 형태의 영토를 가지고 있다. 면적은 75만㎢로 큰 편이다. 동쪽에는 안데스 산맥이 높은 병풍처럼 솟아있고, 서쪽으로는 태평양에 연안에 접하여 온화한 날씨 덕에 포도밭이 많았다. 섬이 많고 무려 6600km에 이르는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어 남미 최대의 어시장이 형성돼있다.
산티아고는 남미 도시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지만, 안전하게 쉬며 여행할 수 있는 최고의 도시이다.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칠레 국적의 란(LAN)항공을 이용해 저녁 7시쯤 이륙한 후, 이퀴크에 가서 입국비자를 받고 산티아고 국제공항에서 세관검사를 받고 나니 자정이 다 되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데 기사가 20페소를 요구한다. 페소가 없어 대신 미국 달러 40불을 주었다.
칠레를 방문하는 분들에게는 해운대가 연상되는 비냐델마르에 가서, 태평양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이라도 자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산티아고에서 이스터 섬(Easter Island)으로 다녀올 수 있다. 필자는 산티아고 여행을 마친 후 토레스텔파이네 국립공원에 가려고 란항공으로 3시간을 이동해 푼타아레나스로 내려갔다.

▲ 산크리스토발 공원에서 바라본 칠레 산티아고 시내와 안데스 산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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