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테러…총선 앞두고 심화되는 '정치 양극화'
"그리스도인, 증오 버리고 따뜻한 세상관 갖춰야"

최근 제1야당 대표가 공개된 장소에서 칼에 찔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양극화한 우리나라의 정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지도자에 대한 테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날이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 모습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내 편이 아니면 다 적이 돼 버린 오늘날의 세상 가운데,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반성과 함께 역할이 요구된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세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분주하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명성을 부각하며 동시에 상대 정당과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이 판치고 있다. 어느 새부터인가 선거에서 정책은 실종됐다. 지난 대선 당시 연대해 공약을 제안했던 기독시민단체들이 얼마 전 다시 모여 정책 및 비전을 제시하고 나섰는데, 이들이 “우리나라 정치가 정책을 갖고 서로 경쟁하기보다 우리 편을 만들고 상대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일으키는 구도로 흘러가는 모습에 안타깝다”라고 취지를 밝힌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정치 양극화에 교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교회가 정치화되고 이념화돼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과거 군사독재 규탄과 공명선거 확립 등에 한국 개신교가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다만 일부 교계 지도자들이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가짜뉴스를 배포하고 이념을 선동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이사장 백종국 교수(경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는 “지금 우리 사회가 흘러가고 있는 현상은 한국 정치 전반의 미래는 물론, 교회에도 위험하다”라며 “그리스도인 중에도 여기에 휩싸여 극단적 정치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그것이 자신의 믿음인 양 그릇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염려했다. 그는 “교회의 구성원인 그리스도인들은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고, 복음의 실천을 위해서는 참여해야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지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세속의 특정한 정파, 지도자, 이념, 정책과 분명히 구분된다”라며, 어떤 교회가 특정한 세속적 이념에 자신을 일체화하는 순간 그 교회는 이미 교회가 아니라고 단호히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떤 목사 혹은 목사 집단의 설교와 주장과 선언이, 아무리 기독교의 탈을 쓰고 있고 온갖 기독교 용어로 도배됐더라도, 거짓과 불공정과 증오를 조장한다면 이것은 하나님께로부터 나온 바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혐오하는 민주주의> 저자인 박상훈 박사(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도 “과거 군부독재 때라면 당연히 목회자들도 나서서 싸워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정도는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만약 기독 시민들이 모여서 윤리적인 사회나 정치를 만드는 일을 연구하고 제안한다면 권장해야겠지만, 설교의 힘을 빌려서 또는 기도를 통해서 교회를 권력화하는 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윤실이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한국교회와 목사의 정치적 참여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3.2%는 반대 견해를 표했고, 기독교인들의 정치적 집회 참여에는 10명 중 7명(69.2%)이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갈등과 혐오의 시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우선 그동안의 미움과 갈등을 조장하는 행동을 반성하고 천착함으로써 현실을 바로잡는 가치관을 제공해야 한다. 백 교수는 “성경과 일반 정치윤리 사이에 상통하는 맥락이 인애와 공평, 정직의 실천이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가치관을 강조해 왔다면 오늘날 양극단의 정치를 완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기독 유권자들이 특정한 후보나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기보다는 가치관에 알맞은 정책과 정책에 초점을 두고 판단하기를 당부했다.

박 박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균형감과 다정한 세상관을 요청했다. 그는 “정치에서의 대중의 참여가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폭력을 동반할 때가 민주주의가 전체주의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서로가 다르게 옳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자신들만 옳기 위한 정치는 정치가 아니라 독단”이라며, 기독 시민들의 책임 있는 정치참여를 부탁했다. 그는 특별히 교회가 이웃의 어려움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원과 봉사 등 지역사회 헌신의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좋은 정치가 그 바탕 위에 설 수 있도록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일에 앞장서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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