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인 갈등·용서·화해 인식 조사
이념ㆍ계층 분야서 교회 역할 기대

빈부 간의 갈등과 세대 간 갈등, 그리고 남녀 사이의 갈등, 또 노사갈등과 종교갈등, 요즘에는 총선을 앞두고 들려오는 이념과 지역, 계파를 둘러싼 갈등까지 우리는 지금 뜨거운 갈등 중이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여하신 화평케 하는 자, 이른바 피스메이커(peacemaker)로서 사명을 고민하게 한다. 그렇다면 개신교인들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갈등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하고 있을까.

이음사회문화연구원(공동대표:고재백 최옥경)이 ‘우리 사회의 갈등·용서·화해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신교인들은 용서를 성경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인식했다. 물론 1순위로는 ‘사랑’(70.0%)을 꼽은 응답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1+2순위 기준 사랑(84.6%) 다음으로 ‘용서’(37.8%)를 많이 꼽아 ‘용서’ 역시 많은 이들이 성경의 주요 가치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어 ‘평화’(26.8%), ‘행복’(16.3%), ‘치유’(12.4%)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응답자 대부분(82.7%)은 성인이 된 이후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한 경험이 있었는데, 3명 중 1명(32.8%)은 ‘상대방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 크리스천다운 삶이라 생각하기 때문에’라며 동기를 신앙에서 찾고 있었다. 개신교인들이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가치로서 용서의 삶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용서에 대해 개신교인 10명 중 4명은 ‘마음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하는 행위’(43.5%)라고 응답했고, ‘하나님이 내 죄를 사해주신 은혜에 대한 마땅한 행동’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29.5%, ‘폭력과 갈등을 멈추고 화해를 이루를 행위’는 23.0%로 뒤를 이었다.

더 나아가 개신교인 4명 중 3명(74.4%)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주위에서 갈등이 일어났을 때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고 응답했다. 화해자의 역할로는 응답자 절반 가까이(48.7%)가 ‘서로 오해를 풀고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꼽아 단지 입장 차를 좁히는 수준이 아닌, 적극적이고 본질적인 해결로 회복까지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개신교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갈등이 큰 분야(1+2순위)로 진보와 보수 간 갈등 즉 ‘이념(정치)’ 차이에 다른 갈등’(78.1%)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경제적 차이에 따른 계층 간 갈등(47.8%)과 지역 간의 갈등(25.0%)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젊은이와 고령자 간의 갈등(21.7%), 여성과 남성 간 갈등(19.3%) 등과 함께 종교 간 갈등(8.0%)을 심각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개신교인 10명 중 9명(88.6%)이 우리 사회 갈등의 심각성(매우 심각 20.2%, 대체로 심각 68.4%)을 우려한 가운데,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은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가 10년 전에 비해 더 심화했다고 느꼈으며,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시각이 다수(67.1%)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해 한국교회가 노력할 부분은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종교’와 더불어 ‘이념’ 분야의 갈등이 한국교회와 연관성이 깊다고 보고, 해소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계층’ 분야는 연관도는 낮지만, 섬김의 관점으로 접근해 교회가 이바지할 부분이 많다고 판단한 점도 눈에 띈다.

사회 갈등 완화를 위한 교회의 구체적인 실천으로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사회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31.1%)과 ‘편 가르는 사회 문화 지양을 위한 노력’(25.5%)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응을 보였다. 기존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종교 이미지에서 벗어나 통합을 위한 역할 감당을 바라는 당부의 의미로 해석된다.

결과를 분석한 김상덕 교수(한신대)는 “개신교는 ‘용서의 종교’라 할 만큼 용서를 강조하는 종교인데, 개신교인이 용서와 화해에 대해 어떠한 인식으로 실천해 나가는지를 알아본 것은 한국교회가 사회 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 공적 역할을 감당하도록 돕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며 “그리스도인 다수에서 용서를 기독교 신앙의 핵심 가치로 믿고 실천하려고 하는 인식이 드러났으며, 한국교회가 믿고 실천할 영역임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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