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오기는 한 모양이다. 선거철만 되면 잦아지던 교회를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다시 시작됐으니 말이다. 지난 19일 오전 오후로 나뉘어 거대 양당의 대표들이 잇따라 종로5가를 찾아 교계 연합기관 대표들을 예방한 장면은 그 절정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회조찬기도회장 이채익 의원과 비서실장 김형동 의원 등을 대동한 채 한국기독교회관 9층과 7층에 각각 위치한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를 차례로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같은 날 오후 교회협을 방문해 윤창섭 회장과 김종생 총무를 만났다. 홍 원내대표는 앞서 10일 한교총에 장종현 대표회장 취임 인사차 먼저 방문한 바 있다.

각 정당을 이끄는 이들은 불과 80일 앞에 놓인 선거를 의식한 듯 자세를 바짝 낮추고, 교계 지도자들의 도움을 구했다. 평소라면 기독교 관련 정책 제안 및 반기독교적 악법 저지를 위해 정치권에 손을 뻗던 교계와 입장이 뒤바뀐 순간이었다. 교계 연합기관 대표들은 이때다 싶어 그동안 한국교회가 관심 두고 노력을 기울이던 ‘저출생 극복’ ‘약자 동행’ 등의 조언을 내놓았고, 여야 대표들로부터 “노력하겠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날 정치권의 교계 방문은 일반 언론으로부터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물론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바삐 벌어지고 있는 뉴스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세상이 관심 가질 만한 거리가 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환담을 마치고 나오는 정치인들에게 그곳에서의 주제와는 거리가 먼 이슈를 질문하는 기자들의 모습에서도 낌새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서로를 적대시하고 증오하는 분위기가 확산해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내 편이면 그만’인 분노의 정치가 자리 잡고 있다. 누구나 우려하면서도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현실 속에 병든 사회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시켜야 하는 사명을 가진 종교의 지도자라면, 충언을 듣겠다는 정치인들에게 따끔하게 그 책임을 묻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바른길을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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