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영 목사(동행교회)

김일영 목사(동행교회)
김일영 목사(동행교회)

집사님 가운데 자동차 속도광인 분이 있었다. 그는 미터기 눈금이 최고까지 올라가도록 차를 몰곤 했다. 교인 4명과 경북 장례식장으로 이동할 때의 일이다. 때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장례식 시간이 촉박한지라, 드디어 집사님은 속도광의 본색을 드러냈다. 190km의 속도로 빗길에 이리저리 끼어들면서 자동차는 미끄러지듯이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동승했던 집사님들은 하얗게 질려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숨을 죽이면서 기도했다고 한다. 다행히 사고가 없었지만, 그 후 집사님의 차에 동승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종종 농담 삼아 영적으로 잠들어 있어서 기도의 문이 열리지 않는 성도가 있다면 그 집사님 차에 태워 주겠노라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그 차에 타기만 하면 기도가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차를 몰 때만 과속하는 것이 아니라, 매사에 늘 쫓기듯 급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은 뭐든지 남들보다 빨라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하나님을 믿는 성도들조차 때로는 남들보다 먼저 어떤 직분을 받아야 하고, 먼저 어떤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동료나 친구를 경쟁상대나 적으로 여기기도 한다. 심지어 목회자 중에도 교회의 빠른 성장을 곧 인생의 성공이라고 여겨 너무 무리하다가 쉽게 탈진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온 날을 돌이켜보면, 과열 경쟁에 시달리며 속도의 노예로 살았던 세월은 참된 행복이 없었다. 오히려 삶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며 살았던 순간이 훨씬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우리 인생에서 속도를 버리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행복이 비로소 보인다.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달리면 차창 밖으로 울창한 숲과 나무들, 넓은 들판과 곡식들, 길가에 피고 지는 꽃들, 그리고 날아다니는 새들과 농가의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저녁 연기까지 다 눈에 들어오면서 마음까지 상쾌하고 넉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성공은 속도에 있지 않고 방향에 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남들보다 좀 더딘 것 같아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우리는 인생의 성공자일 것이다. 삶에서 맹목적으로 속도를 지향하던 타성을 버리고, 우리의 삶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지를 한번 점검해 보는 게 어떨까? 여름 휴가철을 맞아 슬로우(느린) 투어를 계획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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