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상처 너머의 섭리 인정하며 하나님의 뜻 이루는 은혜 누리자

당신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45:5)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

삶은 상처를 받고, 그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여정입니다. 상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하기에 기대하고, 기대하기에 실망하고, 그 실망을 넘어 아픈 기억이 우리의 상처로 남아 삶에 고통의 그림자를 깊게 드리우곤 합니다. 또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느 날 문득 삶의 순간과 구조적 만남 속에서 씻지 못할 자괴감과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처란 반드시 씻지 못하고 영구히 치유되지 못하는 흉터의 근원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상처를 꽃으로 피워내어 그 삶이 하나님과 사람 앞에 영화로움으로 나타날 때, 우리는 이 세상을 은혜의 꽃밭으로 만들어 갑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사람이 받은 상처는 하나님의 은혜로 꽃 피고, 이 세상 속에 주님이 이루셨던 사랑의 나라와 영광의 나라를 이루게 합니다.

형제들에게 버림을 당하고 가해 받은 아픔을 평생 상처로 삼아 아픔과 원망의 삶을 보내야 할 요셉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상처를 꽃으로 피워내므로 주님의 모형을 그려낸 요셉의 역사를 보면서, 우리 삶은 그 어떤 시련과 통한의 아픔, 배신당한 자의 무너지는 슬픔일지라도, 의연히 일어나 영광의 빛을 향해 가는 진정한 축복의 삶을 이룰 수 있음을 살펴봅니다. 창세기 45장과 50장의 내용입니다.

은혜를 체험하면 죄성에 따른 감정적인 사고가 멈추고, 하나님의 성품인 용서와 사랑, 관용이 작동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면 우리 인생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은혜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어진 상황을 달리 해석하는 시각이 생깁니다. 요셉은 그가 애굽에 팔린 것을 자신에 대한 형들의 사악한 행위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많은 인생들을 고통에서 구조하시려고 애굽에 이르게 하셨다는 섭리의 방법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그를 상처와 마음의 감옥에서 후련히 벗어나게 만듭니다. 원한과 복수의 심정을 가지는 순간 마음의 감옥에 갇힙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결코 인간적 생각으로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요셉 역시 숱한 잠 못 이루는 밤이 있었을 것이나, 고난과 깊은 묵상 속에 깨달은 바가 있으니 결국 하나님의 뜻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 대한 믿음이 그를 인간적·심적 고통에서 벗어나게 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면 결국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애씀과 역사를 이루게 되며, 그것은 곧 최선의 결과를 이루게 합니다. 요셉은 가장 처참한 노예로 삶을 마쳐야 했고, 평생 분노와 원한의 감정으로 가득한 삶이었을 텐데,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치유를 받고 오히려 애굽의 총리에 오르는 놀라운 역사를 체험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면 도저히 말할 수 없고 행할 수 없는 말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됩니다. 요셉은 단순히 형들에 대한 심정적인 동정심만 있던 것이 아닙니다. 마음먹은 것을 실제로 발하여서 형들을 용서하고 후대하며 그 자손까지 품는 지경까지 나아갔습니다. 결국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를 인정할 수 있는 은혜를 체험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체험 없이는 결코 변화될 수 없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할 수 없습니다. 또 언제나 죄악된 인간의 마음 흐르는 데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인간의 동정은 받지 말고, 하나님의 진정한 동정과 자비로 은혜를 받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은혜의 큰 틀에서 인생을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자신의 길을 찾아 애쓰고 누리고 있노라면, 우리는 인간적 애증의 심정보다 하나님 은혜의 큰 틀 안에서 삶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행사하며 살게 됩니다. 묵은 원한의 감정대로라면 요셉은 그 형제들에게 원수를 갚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요셉은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나니 원수를 갚고자 하는 마음보다, 그들을 용서하고 긍휼히 여기며 품어 받아주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또 인도함을 받으면 삶의 모든 것을 해석하는 시각이 달라집니다. 이것이 진정한 믿음의 축복입니다. 우리 스스로의 마음에 대해서도 인적인 한계를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에는 기호와 감정대로 살았어도, 이제는 영적 의지를 가진 은혜를 받은 변화의 삶을 살게 됩니다.

우리는 마음에 한이 되는 것이나 상처를 가진 것이 있어도, 그것으로 자신을 망가뜨리거나 원수를 갚는데 허비하는 것보다, 주님의 은혜를 입어 하나님의 뜻을 이뤄드리는 회복의 기회로 삼는 것이 축복입니다. 원수 갚음을 내 상처를 다른 이에게 동일하게 가해함으로 해결하고자 하면, 그 상처는 더욱 깊어질 뿐입니다. 주님의 뜻을 이루어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노력하다 보면, 우리 삶은 저절로 훌륭해지고 모든 상처가 치유됩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을 극복하므로 ‘나는 더 큰 사람이 되고, 다른 사람까지 도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요셉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이미 그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일에 열심을 발휘할 수 있었기에 형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요셉은 그 형들에 대한 원한의 칼을 갈 시간조차 없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에 전념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삶이 행복하고 사랑스러워야, 다른 이들을 용서하고 배려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 가운데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우리 마음이 이미 하나님의 마음을 닮게 됩니다.

하나님의 심정을 품게 되면 우리는 이미 감정대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뜻대로 살게 될까를 분별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용서해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용서해 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동감하는 것 뿐 입이다. 용서는 하나님이 하시는 것입니다. 힘을 합하여 함께 주님의 뜻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은혜입니다.

우리는 감정에 이끌리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를 애써야 합니다.

인간적인 사랑도 감정적·기호적으로 선택하는 초보 수준을 넘어 이제는 하나님께 은혜 받은 자로서 사랑할 때, 우리는 보다 높은 수준의 사랑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더 깊은 사랑은 감정을 넘어 결단과 의지로 이루어집니다. 선호를 넘어 주님 안에서 좋을 이유를 찾고 스스로를 설득하게 되면, 우리 마음과 눈에 전혀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사랑할만한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사랑이란, 그리고 우리 삶의 이룸이란,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축복 받은 이의 모습입니다.

우리 삶의 노력과 성취도 내 정서와 기호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애씀과 기쁨일 때 하나님의 아름다운 뜻을 이뤄드릴 수 있습니다. 요셉이 만약 원수를 갚기 위해 마음의 날을 갈고 있었다면 그는 결코 쓰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때로 문제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하나님의 큰 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생의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되어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진정한 완성을 향해 가는 삶은 더 큰 마음으로 서로를 세워 지어지는 축복과 은총의 하나님 나라입니다. 우리는 자잘한 감정에 빠져 인생을 소모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뜻을 이룰 더 큰 뜻에 나를 헌신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바라는 마음은 결국 우리를 자유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어떤 생각이 들 때 이것이 과연 내 인간적 생각일까, 아니면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일까를 판독하는 영적 힘을 길러야합니다.

인생은 단막극 아닙니다. 현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 같지만 결코 영원히 고정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며 호흡을 조금 더 길게 가지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결국 은혜의 자리에 이르게 됩니다. 긴 호흡은 하나님의 뜻과 인생을 더 멀리, 더 깊이 바라보게 하고 이해하게 합니다. 우리는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이라는 싯구처럼, 상처를 주는 이에게 꽃을 피워내 건네주는 인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여러 인생들에게 넓은 그늘을 제공해 쉬어가게 하는 큰 나무로 우뚝 서야 합니다. 유구히 흐르는 역사의 장강에 실려 가므로, 조물거리는 인생의 장을 넘어 의젓한 성도로 이 세상 살다가 주님 나라로 건너가시는 은총의 백성이 되시기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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