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가 지정한 역사·순교 사적지의 목회자들과 지도자들이 한뜻으로 모여 ‘총회역사사적지협의회’를 창립했다. 이들은 신앙의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다음세대에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해 새로운 연합체를 구성했다.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고관규 목사는 “사적지는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임재를 증거하는 표징”이라며 “연합을 통해 신앙 유산을 효율적으로 보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협의회의 설립은 단순한 행정 조직의 출범이 아니라, 한국교회 신앙사의 기념비를 지키려는 총회의 의지이자 시대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다.

총회가 사적지 제도를 도입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2015년 영광 염산교회가 제1호 순교사적지로 지정된 이래 10년 동안 63곳이 역사·순교사적지로 이름을 올렸다. 수도권의 승동교회, 호남의 금산교회, 영남의 초량교회 등은 지역 복음화와 한국교회 개척사의 산 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정된 사적지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관리의 책임 또한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완주 학동교회와 같은 유서 깊은 사적지들이 노후된 예배당의 균열과 누수, 단열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적지 지정의 명예가 보수와 관리의 부담으로 바뀌는 현실은 총회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사적지는 단지 과거를 보존하는 박물관이 아니다. 순교와 헌신의 흔적 속에 깃든 복음정신을 오늘의 교회가 계승해야 할 신앙의 학교이다. 따라서 사적지 보수는 단순한 시설 관리가 아니라, 신앙의 전승을 지키는 예배 행위이자 믿음의 고백이다.

이제 총회는 사적지협의회의 출범을 계기로 보다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적지 관리와 복원을 위한 예산을 정기적으로 편성하고, 노회와 남전도회, 장로연합회 등 교단 내 협력망을 통해 자원과 인력을 연계하는 통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역사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정기적인 순례 프로그램과 교육 자료를 개발함으로써 사적지를 단순한 유적이 아닌 살아 있는 신앙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