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선교사 조신기 집사 - 간식 쇼핑백에 든 ‘뜻밖의 복음’
■평신도 선교사 조신기 집사 - 간식 쇼핑백에 든 ‘뜻밖의 복음’
경산버스터미널 앞에서 외국인 노동자 대상 친숙한 전도활동 이슬람권 선교 통로로 활용…교회 보조 얻어 ‘비전 쉼터’ 만들기도
  • 김지홍
  • 승인 2005.03.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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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장님, 나빠요~”
‘열린외국인노동자당 대변인’ 블랑카는 나와서 외친다. 봉순이와 결혼도 했지만, 아직도 한국의 문화와 관습에 서툰 블랑카는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인의 모습에 여전히 혼란스런 모습이다.
물론 블랑카의 이야기는 TV화면에서 보는 개그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때로는 갑작스런 자각에 등줄기가 서늘해온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은 우리 사회의 인권 현황을 보여주는 지침이기도 하지만, 굳이 그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머나먼 이국에서 중노동과 부당한 대우에 신음하고 있는 그들의 상황은 가슴을 무겁게 한다.
스리랑카와 몽골, 말레이지아, 필리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독일과 캐나다에서 신음하던 한국인들의 모습과 고스란히 겹쳐지기 때문이다.

‘선물 나눠주는 사람’

지난해 봄, 조신기 집사(44·평신도선교사·봉덕교회)는 경북 경산버스터미널 앞에 서 있었다. 자그마한 쇼핑백을 잔뜩 든 그는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들고 있던 쇼핑백을 나눠 주었다. 쇼핑백 안에는 여러가지 과자와 빵, 크래커, 사탕 등이 들어 있었다. 뜻밖의 선물을 받아든 외국인 노동자들은 기쁨과 놀라움, 호기심이 뒤섞인 감정으로 조 집사를 바라보았다.
“경산버스터미널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기에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버스터미널에 잇닿아 재래시장이 위치해 있고, 또 터미널 앞에는 공중전화 부스들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고향으로 전화를 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통행이 많은 장소입니다.”
조 집사는 그곳에서 만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아무 말없이 ‘선물’을 나눠주었다. 선물을 받아든 사람들은 조 집사에게 고마움 반, 호기심 반으로 말을 걸게 되었고, 그렇게 조 집사와 외국인 노동자들은 안면을 익혀가게 되었다.

‘난 크리스천이다’

“간식을 나눠주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자기들한테 간식을 나눠주느냐고 묻지요. 그러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는 크리스천이라고 밝힙니다. 그리고 난 당신들을 사랑한다. 우리를 대신해 힘든 일을 해주니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가 당신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조 집사는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도활동을 펼친다. 그가 한 주에 만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70여명 정도. 버스터미널이나 재래시장에서 만나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평일에 기숙사로 찾아가 만난다.
이런 조 집사의 노력은 얼마전 자그마한 결실을 거뒀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모여 교제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하며 차도 나눌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한 것. 조 집사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보조를 해 35평 규모의 카페를 만들었다. 조 집사는 이곳에 ‘경산 외국인 근로자 선교센터 비전홀’이란 이름을 붙였다.

‘안에서 전도하자’

조 집사는 출석 교회로부터 평신도 선교사로 임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평일에는 일반회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물론 아주 ‘평범’하다고 말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그는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대신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LMTC 선교사 훈련도 받았다. 바나바 훈련도 받고, 전국청장년면려회 부회장으로 봉사하기도 했다.
직장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나름대로는 계속해서 선교사역을 위한 개인적인 준비를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헌데, 외국인 노동자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슬람권에서 선교활동을 하기는 몹시 힘든 일입니다. 선교사들이 많은 준비를 하고 들어가도 제대로 선교활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제약도 많고 신변의 위협도 많이 느끼는 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 가운데는 이슬람교도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복음의 전달자로 만든다면 우리가 직접 그 나라에 들어가지 않아도 이슬람권에 복음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통로를 만드는 셈입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는 힘들지만, 여기에서는 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그들 역시 쉽게 다가옵니다.”

평신도 사역자가 필요

조 집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교회라는데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쉼터를 카페 형식으로 운영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쉽게 들어와 서로 교제하고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조 집사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앞으로 경산시의 협조를 얻어 의료혜택도 가능하게 만들고, 지금 실시하고 있는 한글교육 외에도 성경공부와 이·미용 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해 이 쉼터를 말 그대로 경산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선교센터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조 집사는 이런 일을 위해 자신과 동역할 자원봉사자들을 찾고 있다. 언어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성경공부를 시켜줄 수 있는 헌신자들이 필요한 것이다. 조 집사 자신도 그렇지만 조 집사는 이런 평신도 사역자들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금만 눈을 뜨고 찾아보면 평신도 사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많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역에 평신도 사역자들이 앞장 선다면 그 파급효과는 더욱 더 클 것입니다. 이런 평신도 사역자들의 힘에 의해 우리 세상이 변화해 간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렇게 조 집사가 하는 일은 물론 전도지만, 그 전도의 핵심은 아무래도 사랑이다. 한 인간으로서 고통받고 있는 한 인간에 대한 관심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칸이라는 파키스탄 외국인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기계를 청소하다 잘못해서 팔이 절단됐습니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철두철미한 이슬람교도들입니다. 그런 그가 병실에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병문안을 갔습니다.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병문안을 가고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던 어느날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같이 교회가요”. 마음이 정말로 뿌듯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진설명: 외국인 노동자들이 야유회를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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