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가 10월 16일 실시된다. 진보진영의 조희연 교육감이 8월 29일 임기 중에 하차함으로써 그 잔여임기를 채우기 위한 것이다. 교육감의 권한과 자리는 막강하다. 다루는 예산만으로도 연간 10조 단위의 큰 규모인데다, 선출이 되면 임기 동안 수천 명에 달하는 교직원을 임용하고, 국가가 정한 대강의 교육과정을 교육감 자신의 교육철학에 따라서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어 국‧공‧사립 모든 초중고의 교육을 좌우하면서도 임기를 보장받는다.
2022년도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이사장:이재훈 목사, 이하 사학미션)의 조사에 의하면 기독교인들은 교육감 선거가 기독교인에게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우리 자녀들의 교육방향이 결정되며(35%), 기독교적 가치관 교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39%). 교육감의 정책에 따라서 기독사학의 존립과 건학이념 구현이 영향을 받는 점도 그 이유이다(16%). 지난 21대 국회 야당의 입법 주도에 의한 사학법 개정으로 기독사학은 기독 교사를 자유롭게 채용할 수 없게 돼 설립이념의 구현에 결정적 규제를 받고 있으며, 국‧공립학교와 동일하게 취급당하고 있다. 북한에는 없지만 남한에 있는 것이 사학이다. 이때 말하는 사학은 국‧공립학교와 같은 사학이 아니라 사학다운 사학, 자유로운 사학(free school)을 말한다. 한 국가의 사학의 자유 보장 여부는 그 나라의 헌법체제의 문제이다. 사학을 국‧공립학교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 그런데 교육감을 잘 뽑으면 국회의 이러한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상당 부분에 대해 대처할 수 있다. 사학미션의 조사에 의하면 문제는 교육감의 막강한 권한과 영향력에 비해 유권자인 교인들의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교인들도 교육감이 기독교 교육에 위와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선거로 선출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9월 27일로 후보 등록을 마치고 10월 3일부터 15일까지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한다. 모두 4인의 후보가 등록을 마쳤는데 언론은 대체로 사실상 선거전이 보수진영의 조전혁 후보와 진보진영의 정근식 후보의 양강 구도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른바 보수 진영은 지난 2014년 문용린 후보 이후 10년 만에 후보 단일화에 성공해 상당히 분위기가 고무되어 있다. 그러나 역대 교육감선거는 후보 자체와 교육 공약만을 놓고 치러지는 게 아니라 ‘정치 이념의 대결’을 벌이는 정치판이기도 했다.
교육과 정치를 완전히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교육감 선거가 정치판이 되는 이러한 문제도 일면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지방 교육정책의 수장인 교육감 선거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분리해 치르도록 하는 데에는 그 나름의 합당한 근거가 있다. 교육은 차세대 교육 그 자체의 목적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중립적으로 다뤄져야 하고, 어떠한 정치적 목적에도 이용돼서는 아니 되는 당위를 가진다. 교육감 선거가 그 취지에 충실한 것이 되도록 교육정책 자체에 집중해 투표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사학미션의 조사에 의하면 기독교인들이 교육감을 뽑는 기준으로 후보의 정치적 배경도 중시하지만(15%) 그래도 제1의 기준을 정책공약에 두고 있다(36%).
조 후보와 정 후보는 조희연 전 교육감의 교육정책 특히 친전교조 정책과 학생인권조례 유지, 혁신학교의 확산, 사학 공영화 정책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반대와 찬성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기독교계의 책임에 관해 생각해본다. 입후보한 후보들의 정책을 검토해 기독교적 가치에 맞는 후보를 발굴하고 지지하는 과업을 안고 있다고 본다. 사학미션 네크워크의 조사에 의하면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적 관점에서 교육감 후보를 평가하는 것의 필요성에 응답자의 92%가 공감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를 위한 사학미션의 한국교회 유권자 운동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3%가 이를 지지하고 있다. 기독인들의 다수는 이 운동을 통해 후보초청 공청회나 간담회를 갖기 바라고, 후보들의 교육정책과 그 평가 결과를 공유하기를 바라며, 어떤 후보들이 반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관련 정보들을 공유하기를 바라고 있다. 약 2주간의 짧은 운동기간이지만 기독교계의 위와 같은 노력들이 더해져 차제에 그 가치관에 부합하는 후보가 선출됨은 물론 종교의 자유의 또하나의 중요한 권리인 종교교육의 자유 역시 충분히 보장되는 계기를 확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