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7일, 기독사학 김천대학교가 기쁜소식선교회(구원파)의 박옥수를 이사장으로 선임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영남권의 대표적인 기독대학이, 그것도 한국교계가 이단으로 정죄한 구원파에 학교를 넘겼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최근 종립대학 중 하나인 안양대학교가 대순진리회 성주회 종단 소속에 매각됐다는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라 그 충격이 더하다. 사실 기독사학이 타 종교에 매각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897년 평북 선천에 설립된 신성학교(설립자 휘트모어 선교사)는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산실이 된 105인 사건(신민회 사건)의 발상지가 될 만큼 자랑스런 기독사학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오늘날 원불교 재단(원천재단)으로 넘어갔고 과거 기독교학교의 역사를 모두 지워버렸다.
자율성을 상실한 기독사학들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이단들의 집요한 공격에 무너지고 있다. 작금의 사태는 단순한 학교운영의 어려움을 넘어 오늘날 대부분의 기독교학교들이 더 이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로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기독사학의 문제는 개별 학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번 김천대학교의 사례만 보더라도 국가의 등록금 동결 정책 이후 기독대학들의 재정 건정성이 얼마나 훼손됐는지 보여주는데, 바로 이 틈을 이단이 집요하게 활용해 결국 학교를 소유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초중고등학교의 경우는 어떠한가? 지난 21대 국회에서 기독사학의 교원임용권을 박탈해 전국 시도교육감이 보낸 교원들을 임용하고 있다. 당연히 기독교 건학이념에 반하는 반종교인, 비종교인 심지어 이단들이 교사로 임용되고 있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최근 기독교학교에서 임용한 신규교원의 72.5%가 건학이념과 관계없는 교사들이었다. 기독교학교의 교육은 물론이고 기독교 건학이념 자체가 형해화 되고 있는 시대를 마주하며, 과연 이 나라에 기독교학교가 존속할 수 있는지 깊은 우려가 생긴다. 기독사학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선 한국교회와 기독사학이 적극 연대해 공동체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독사학의 공동체적 대응 역사는 초기 한국교회에서 발견된다. 선교회 계통의 기독교학교는 ‘선교부 교육위원회 및 교육연합회’가 조직돼 있었고, 한국교회가 설립한 학교를 위해서는 교단 산하의 ‘학무국’(學務局)이 만들어져 있었다. 학무국 안에는 학무위원들이 있어 지역별 학교를 감독 및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했으며, 교육과정과 교육 자료 개발 등을 위한 교육과정위원들을 별도로 둬 기독교학교의 교육을 지원했다. 장로교단의 경우는 노회 및 총회 시에 각 학교의 상황을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교회와 기독교 학교 간의 지원체계를 확립했고, 총회 차원에서 대 정부 교섭을 하고 학교의 신설 및 폐지 등의 업무를 돕는 역할을 감당했다. 이러한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아, 기독사학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선 한국교회와 기독사학이 적극적으로 연대해 대처해야 한다. 기독사학을 정상화 시켜 학교의 본래의 건학이념에 맞게 교육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한국교회와 학교 모두에게 주어진 중요한 사명이다. 특히 교회교육과 학교교육이 충돌하는 시대에, 한국교회는 교회 내 교육만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기독교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고, 기독사학들도 한국교회와 함께 학교의 영역에서 다음세대를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교육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앞장서야 한다.
한국의 기독교학교는 존속돼야 한다. 작금의 기독사학의 위기가 오히려 한국교회를 깨우는 외침이 돼 이 땅에 기독사학이 다시금 부흥하며 한국교회의 다음세대가 건강하게 신앙의 대를 이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